월간 사람

4월은 잔인한 달?

이번 호를 만들면서 마음이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급하게 대추리 촛불문화제를 마감하는 날에 맞추어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투쟁에 나섰던 문학인들이 썼던 시와 산문들을 묶어서 『거기 마을 하나 있었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만들어내야 했습니다. 다행히 문학인들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으로 책이 잘 나왔고, 출판기념회도 성대하게 잘 치러졌습니다. 대추리에 대한 기억을 이렇게 모으는 일, 그리고 앞으로도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의 4년간의 투쟁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기꺼이 떠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월 24일 935일째 촛불문화제에는 많은 사람들이 달려왔습니다. 족히 4백 명은 넘었을 것 같은 사람들이 낮부터 늦은 밤까지 달려왔습니다. 그들은 대추리에서 낯이 익어버린 사람들이었습니다. 함께 대추리를 지키자고 했던 이들의 마음이 연대되었던 것이겠죠.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한 대추리를 지키느라 고생했던 주민들은 간간이 눈물도 흘렸지만, 가급적 분위기를 밝게 만들려는 주최 측의 노력이 가상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대추리 농협 창고는 눈물바다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촛불의 힘으로 4년을 버텼는데, 이제 마지막 촛불문화제라는 멘트를 사회를 맡은 주민대책위 사무국장이 제대로 잇지 못했습니다. 935일이라는 길고긴 날을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면서 촛불을 들어왔던 그들, 그들은 곧 정든 고향마을을 등지고 이삿짐을 싸야 합니다. 다시 마을을 찾아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날이 언제일지, 그리고 이미 농사짓기는 틀려버린 오염된 상태로 땅을 돌려받을 것인데, 어떻게 돌아와 고향마을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만 거기에 모여서 마지막 촛불문화제를 치룬 사람들은 누구도 이 투쟁이 패배한 투쟁이 아니고, 결국은 이길 투쟁이라는 다짐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2008년까지 완성하겠다던 평택 미군기지 확장사업이 이미 2012년으로 연기되었죠. 2012년에 과연 확장된 미군기지가 대추리, 도두리 지역에 완성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날을 보면서 다시 투쟁의 고삐를 다잡자고 그곳에 모였던 사람들은 마지막 촛불 앞에서 다짐했을 겁니다.



그 단행본을 발간하자마자 곧바로 4월호 편집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공교롭게 월간지 편집 일정과 단행본 발행 일정이 겹쳐버려서 참 피곤한 나날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건강권’을 특집으로 꾸몄습니다. 우리가 단지 몸이 건강하다는 것을 넘어서 건강이라는 것이 권리로 인식되지 못하는 현실을 진단해보고자 했습니다. 사회환경적인 요소가 우리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도 보았고, 성인지적 관점에서 건강 문제도 짚어보고자 했습니다. 가난하지만 무상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쿠바에 다녀온 얘기도 살짝 들어보았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무상의료 문제도 간략히 짚었습니다. 구호 차원에서가 아니라 그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 대해서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그와 함께 이슈로는 타결을 앞둔 한미FTA를 민주주의체제에 대한 위협이란 관점에서 살피고, 10년 뒤의 현실을 가상시나리오로 그려보았습니다.


모두 희망보다는 우울한 얘기뿐입니다. 어느 시인의 말마따나 이번 4월은 참으로 잔인한 달이 될 것 같습니다. 잔인한 4월을 넘어 항쟁의 계절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