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신종 독재정권의 오만과 독선

지난 4월은 정말 잔인한 한 달이었습니다. 한미FTA가 시한을 연장한 끝에 타결되었고, 이 협상을 저지하고자 많은 사람들이 투쟁에 나섰습니다. 허세욱 택시 노동자는 “한미FTA 폐기하라!”고 외치면서 분신을 결행하였고, 보름 동안 투병 끝에 저승길로 갔습니다. 사람이 목숨을 끊어가면서까지 반대해야 했던 그 진실을 희롱하는 정치인들이 있고, 이런 반대투쟁이 한미FTA 협상력을 높였다면서 조롱하는 이가 대통령으로 앉아 있습니다.


한미FTA가 타결되어 미국에서는 민간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전문자문위원회에서 이 협상 내용을 정밀하게 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협정문을 3급 비밀로 취급하여 국회의원들조차도 그 내용을 모니터로밖에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외교부에서는 직원들을 국회에 배치하여 국회의원들이 모니터를 보고 메모하는 일도 막겠다고 합니다.


민주주의는 대통령이나 정부가 민주주의를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과거 어느 독재자가 자신들을 독재자로 불렀습니까? 노무현은 아마도 자신이 가장 민주적인 정부의 민주적 지도자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의 오만과 독선이 하늘을 찌르는데, 한미FTA 대책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발언을 하는 장관들은 하나 같이 대통령의 질책에 혼쭐이 났다고 합니다. 그런 그는 벌써부터 퇴임 이후의 기념관을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사람은 어쩌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싶을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말에 모든 이들이 박수치고 따라주기를 바랄 지도 모릅니다. 민주화 20년 끝에 등장한 노무현 정권은 신종 독재정권입니다. 아마도 우리는 다시 “독재타도, 민주쟁취”를 거리에서 부르짖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대개의 가정들은 이른바 ‘정상가족’을 기초로 이루어졌습니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확장은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바뀐 것에서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TV의 시사물들이나 드라마나 영화들은 이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이번 달에도 열심히 선전해댈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미 정상가족이 아닌 형태의 새로운 가족들이 우리 주변에는 넘쳐나는 상황입니다. ‘가족의 구성권’도 있겠지만, ‘가족선택권’도 있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이번 호에서는 특집의 주제로 잡았습니다. 취중 좌담은 가족 문제에 대해 입 열려 하지 않는 남성 활동가들의 진솔한 고민을 끌어내고자 했습니다. 이슈로는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집단 해고 사태를 조명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비정규직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7월 이전까지 이런 사태들은 줄을 이을 것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5월입니다. 올해는 예년의 형식적인 광주 행사나 그만그만한 행사들이 아니라 진정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무엇인가를 제시하는 그런 행사와 고민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