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비정규직에게는 단 한 발짝도 물러설 곳이 없다

울산과학대 청소용역 여성노동자 해고 사건

지난 3월 초 울산과학대에서 점거농성을 하던 이 학교 청소용역 여성 노동자들이 학교 교직원에 의해 성폭력과 폭행을 당하며 농성장에서 내몰리는 일이 일어났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울산과학대 총학생회와 노조, 교수협의회가 농성을 해산하라며 집회를 하고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울산과학대에서 벌어진 사건의 전말을 소개한다.



울산과학대는 학내 청소, 경비, 식당 업무를 도급업체에 맡겨서 운영하고 있다. 울산과학대에서 청소업무를 담당하는 (주)한영의 경우는 지난 2년 동안 휴일근로수당, 연장근로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학교 공사현장에서 짐 나르는 일을 시키고 자신의 청소 업무 외에 온갖 잡일에 동원하였다. 울산과학대에서 경비용역 업무를 담당하는 (주)영시큐리티의 경우도 2007년 1월부터 감시단속적 근무자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 감액적용을 실시하지 않아 문제가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노동관계법을 통하여 보장하고 있는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대가를 울산과학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보장받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를 용역업체에 항의하거나 법에 호소하여도 개선하기 힘들다. 용역업체에서 돌아오는 답변은 도급비 자체가 워낙 낮아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열악한 조건이 이들이 스스럼없이 노조에 가입하는 이유가 되었다.


(주)한영 소속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은 2006년 10월부터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휴일근무나 연장근무를 거부하기로 하였다. (주)한영은 더 이상 문제가 되면 곤란하다고 느꼈는지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8시간 근무와 식사비 지급을 약속하였다.


하지만 원청인 울산과학대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유독 조합원이 근무하는 구역만 사진을 채증하여 청소상태를 문제 삼았고, 조합원의 연.월차 휴가 사용을 이유로 해고 위협을 하였다. 도급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모든 업무지시와 인사문제에 대해 원청인 울산과학대학이 직접 관리, 감독하였던 것이다. 청소용역 업무의 실질적인 사용자는 울산과학대학이다. 결국 울산과학대는 2월 23일자로 (주)한영을 계약 해지하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소한 법으로 보장된 임금과 근로조건을 요구하다 하루아침에 해고된 것이다.


울산과학대학의 이러한 조치는 처음이 아니다. 다수가 노동조합에 가입한 구내식당의 경우 방학을 앞두고 폐업 조치되어 20여 명의 노동자가 해고되었다. 또한 경비용역업체의 경우는 재도급을 하는 방식으로 노동조합을 무력화하였다. 울산과학대학은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원청인 울산과학대학의 지휘 없이 이러한 일이 가능하겠는가?



원청 울산과학대의 전횡


계약해지가 다가오자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은 점심시간에 피켓을 들고 울산과학대학에 대화를 요구하였다. 하지만 울산과학대학은 어떠한 면담조차 응하지 않았다. 이에 2월 15일 졸업식에서 피켓시위를 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학교는 교직원과 학생을 동원하여 청소 아줌마들을 지하 탈의실에 감금하였다. 이 과정에서 한 조합원은 실신하여 후송되는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청소 아줌마들은 계약해지 이후에도 계속 출근하여 자기 업무를 하기로 하였다. 계약해지 이후 출근을 하자 각 강의실과 청소도구함이 닫혀 자신의 청소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이들은 자연스럽게 탈의실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길게는 7년에서 짧게는 4년을 근무해온 자신의 일터에서 법대로 임금을 지급해 달라는 요구 때문에 해고가 된다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억울했다.


처음 학생들의 반응은 청소 아줌마의 농성에 매우 호의적이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한지 이틀 만에 1천 명이 넘는 학생이 서명에 동참하였다. 하지만 학교는 대화보다 더욱 폭력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였다. 상시적으로 교직원 20∼30여 명이 몰려와 집기를 끌어내고 위협을 가하였다.


심지어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3월 7일, 지하탈의실에서 폭력적인 방식으로 모든 여성조합원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나이 50이 넘은 청소 아줌마들은 엘리베이터에 갇혀 머리채가 뜯기고 심한 타박상을 당했다. 탈의실에서 끌려 나오지 않기 위해 자신의 옷을 벗으며 접근해 오지 않도록 저항했으나 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청소 아줌마들은 건물 밖으로 끌려나오자 차디찬 맨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비닐포장으로 바람을 피해가며 다시 농성을 시작했다.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청소 아줌마들을 지하탈의실에서 끌어내는데 앞장섰던 울산과학대학 교직원 노동조합이었다. 하루아침에 해고의 아픔을 겪게 된 청소 아줌마에 대한 최소한의 측은지심도 없는지 학교와 관계없는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학교에서 나가라는 펼침막을 붙이고, 이에 동조한 총학생회와 총대의원회의도 학업에 방해되니 학교에서 나가달라는 펼침막을 붙였다. 3월 9일에는 교직원 노동조합과 총학생회가 번갈아가며 청소 아줌마들에게 학교에서 나가라는 시위를 하기도 하였다.

사진출처 |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교직원 노동조합은 최초 계약해지 당시부터 청소 아줌마들을 몰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교직원 노동조합의 부위원장이며 교내 입찰담당을 맡고 있는 자는 가장 앞장서서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또한 총학생회는 노조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지서명을 받는 것을 조직적으로 방해하였으며, 학내 학업분위기 조성을 이유로 노조의 활동을 방해하였다. 학생들은 청소 아줌마들이 교내에 걸어놓은 펼침막이 학업에 방해된다고 주장하였고, 이 사태로 학교위신이 떨어지면 취업에 지장받는다고 항의하였다. 정말 그 이유가 자기 어머니 나이의 여성노동자의 처지를 외면하고 탄압에 앞장서는 이유일까?



교직원 노조와 총학생회가 탄압의 선봉


지금까지 남에게 큰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살아온 50대 여성노동자가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서 한 달이 넘는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중의 굴레로 살아온 세월이 농성을 유지하는 힘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울산과학대 청소용역 노동자의 투쟁에는 비정규직의 많은 문제점이 함께 응축되어 있다. 용역업체 노동자의 원청 사용자성 문제, 여성 비정규직의 문제, 여성 비정규직이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성폭력의 문제, 도급화 과정에서 외면되는 근로기준법 준수 문제 등이다.


울산과학대학 재단의 이사장은 지역의 5선 국회의원 정몽준이다. 한국에서 몇 번째 가는 부자라고 신문에 오르내리는 바로 그 인물이다. 그동안 울산과학대학은 노조의 어떠한 교섭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 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이 정몽준 의원 사무실 항의방문을 하자 의원 사무국 중재하의 첫 교섭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제 이 문제는 정몽준이 모든 문제의 책임을 지고 풀어가야 한다. 실제 사립재단이 운영하는 대학은 재단에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