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결코 교육적일 수 없는 학교에서의 비정규 노동

학교 비정규직 계약해지 및 처우 악화 유형

학교에서 비정규직의 영역은 대단히 넓다. 행정실에서 행정실장과 계장 등 몇 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직종이 비정규직이다. 직종별로 보자면 구 육성회 직원, 전산 및 사무 보조, 교무보조, 과학보조, 영양사, 조리사와 조리원, 도서관 사서. 여기에 체육순회 코치, 병설유치원 종일반 교사, 사립학교 비정규직 등까지 포함하면 그 수만도 10만 명은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대부분은 90년대 후반부터 학교 급식이 증가되고 교원 업무 경감으로 인한 신규 업무를 비정규직 채용으로 대체하면서 전국적으로 대거 양산되기 시작했으며 해가 갈수록 점점 늘어 교사를 제외한 학교 전체 노동자의 2/3 이상이 비정규직에 달한다.



학교 비정규직의 현황과 문제점


교육부는 지난 2004년 6월부터 해마다 학교 비정규직 관리 지침을 각 학교에 시달하고 있다. 이 지침의 문제점으로는 △직종별 근무일수 차등 적용 △정규직과 수당 차별 적용 △1년제 근로계약서 확정 △연봉제를 가장한 총액임금제 도입 △교육업무보조원으로 업무통합 △2006년부터 시행예정인 주40시간 관련 임금 하락 등을 들 수 있다. 무엇보다 동일한 일을 하면서도 생활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임금을 받고, 모든 직종이 상시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직종임에도 1년 단위 계약을 수차례 반복 갱신하고 있는 현실이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지난 2004년 10월 교육부는 비정규직운용 추가지침을 내렸다. 지침의 주 내용은 교육업무 보조원활용과 시간제 및 파트타임 근무를 활용하라는 것으로 각 학교에서는 업무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미명하에 전산을 잘하는 교무보조를 교육업무보조원으로 임용하여 전산보조와 교무보조, 과학보조 업무를 통합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른 해고 문제가 이제 전국 각지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 교육부는 ‘유치원 종일반 교사’와 ‘학교 영양사’ 직종에 대해 정규직 교사를 임용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각각의 직종에 종사하던 비정규직에 대한 대량해고를 또한 예고하고 있다.



구체적 사례와 유형


학교 비정규직의 계약해지 및 처우 악화 유형을 구체적으로 보면 재계약과 관련한 계약해지, 임금삭감, 호봉동결, 근로조건 악화 등 비정규직의 영역만큼이나 다양하다.


첫째, 교육부의 지침에 의거 교원 업무통합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지고 있는 해고 사태이다. 서울 G고등학교에서는 교무보조, 전산보조, 과학보조 3개 등 직종을 통폐합하면서 3명 중 2인에게 재계약 거부 통보를 하는가 하면 전북에서는 교무보조, 전산보조, 과학보조 등 3개 직종통폐합 이후 남은 2인 중 과학과 전산 업무를 동시에 담당하게 된 1인의 재계약을 거부한 사례도 있다.


둘째, 학교예산부족을 이유로 계약해지, 호봉동결, 또는 연봉계약을 강요하는 등의 사례이다. ‘예산부족’은 그야말로 자의적이다. 학교비정규직 인건비로 책정할 돈은 없어도 교장실 집기와 학교 시설을 교체할 예산은 있다. 정원제의 규정에 의해 수년간 똑같은 학급 수에 똑같은 근무조건으로 일해도 어느 날 갑자기 해고를 위해 정원제를 적용한다. 경기도 한 학교는 무기계약 전환비용으로 학교 시설 리모델링 비용을 마련하려고 과학조교의 재계약을 거부하는 일도 발생했다.


셋째, 재계약을 하되 계약조건을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하는 경우이다. 경기도 양평 H중학교의 경우 화장실 청소를 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재계약을 요구하기도 했으며, 청주 B중학교에서도 같은 일이 생겼다. 그동안 부당하게 일해 온 온갖 잡무나 근무조건을 오히려 합법적이고 노골적인 요구사항으로 몰아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편 오는 7월 비정규법 시행을 겨냥하여 근로계약을 5월까지 하도록 한 교육청 지침에 따라 계약 기간 전 중도해지가 가능하도록 서약서를 강요하는 곳도 서울, 경기도 등에서 여러 곳 발견된다.


넷째, 퇴직금 중간정산을 강요하거나 연봉제로 전환하여 계약할 것을 요구하는 사례다. 전북 Y중학교에서는 20년 이상 근속한 구 육성회 직원에 대해 상대적으로 급여가 높은 호봉제로의 재계약을 거부한 경우도 있으며 반면 호봉제를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아지는 연봉제로 강제 전환한 사례가 경기도 B고등학교와 S중학교에서 있었다. 반면 전국적으로는 호봉을 동결시키는 일이 가장 많고, 심하게는 연봉제를 일용제로 강제 전환하는 일도 부산에서 벌여졌다.


다섯째, 학교장의 재량권이란 미명하에 뚜렷한 이유 없이 해고하는 사례도 있다. 이는 비정규직이란 신분을 악용하는 것으로 그야말로 학교장의 말 한마디에 한 노동자의 운명이 바뀌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서울 G초등학교에서는 학교장의 독단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교무보조와 과학보조 교사를 근태불량으로 해고 통보하였으며, 이에 대한 노동조합의 면담 요구조차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경기도 분당 S초등학교에서는 과학보조 교사에 대해 설 명절 전날 해고 사유는 밝히지 않은 채 부장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당사자에게 통지했으나, 부장회의는 열리지도 않았고 부장들도 모르고 있는 상황도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지각 3회 발생 시 계약해지, 365일 근무를 275일 근무로 전환하고 이를 거부 시 계약해지 통보, 1일 8시간 근무를 4시간 근무로 전환하며 이를 거부 시 계약해지 통보 등의 사례도 많다.


마지막으로 비정규직법을 이유로 들며 행정실 구 육성회 직, 교무보조, 급식실 종사원 등을 해고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학교비정규직 투쟁대책위에 접수된 사례만 세 개 학교 10여 명이다. 또한 서울의 사립 M대학교는 지난 3월 22명의 행정업무 비정규직을 해고하였으며 7월까지 30여 명을 추가로 해고할 예정이다.



이렇듯 정의와 평등을 가르쳐야 할 교육현장이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양산하는 모태가 되고 있으며, 철저하게 상하구조를 강조하여 더 이상 저항 할 수 없도록 비정규직을 짓밟으려 하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 비정규직은 1년짜리 일회용 상품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인재가 발굴될 수 있을 것이며, 교사들은 어떻게 훌륭한 인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인가? 1년 365일 근로 계약이 아닌 245일이나 275일로 근로계약을 해야 하는 현실, 한 달 54만 원의 저임금에 시달리는 현실, 아파도 병가 한번 쓰기 힘든 현실, 재계약 조건으로 임금 700만 원 삭감을 요구받는 현실, 한 명이 두개 학교의 전산업무를 담당하고도 100만 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 현실, 최소한의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억울하고 분통한 우리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박살내고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기 위해 우리는 다가오는 5월, 전국적인 학교 비정규직 연가투쟁을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전면적인 투쟁을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