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국제인권] 분쟁에 신음하는 아이들

투표하기는 어리지만 살인하기는 충분한 나이인 소년병

매해 5월이 되면 가정의 달이라고 하여 많은 곳에서 다채로운 행사들이 열립니다. 특히 스승의 날, 어버이날도 있지만 한국의 많은 어린이들은 나만을 위한 날(어린이 날)에 받을 선물들을 고대하며 꿈과 희망에 부풀고는 하지요.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외부의 소식들을 접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자기 또래의 친구들은 무엇을 하는지 궁금증을 가지는 아이들은 그다지 많지는 않은 듯합니다. 어쩌면 그러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들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사진출처 | 휴먼 라이츠 워치 사이트


저는 죽고 싶지 않았어요


“어느 날 그 사람들이 우리 마을에 와서 형에게 민병대에 들어올 준비가 되었는지 물어보았어요. 형은 17살이었으며 그 사람들에게 싫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그 사람들은 형의 머리에 총을 쏘아 형은 곧 죽었어요. 그 다음 나에게 군대에 들어올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물었어요.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어요? 저는 죽고 싶지 않았어요.
- 13세 때 끌려간 전 소년병



“그들은 나에게 군복을 주며 ‘너는 지금 군대에 있어’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나선 나에게 ‘피스코’라는 새로운 이름을 주었어요.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다시 돌아와서 부모님을 죽이겠다고 말했어요.”
- 2006년 17세의 전 소년병 인터뷰



아프리카에서 2004년 중반까지 9세인 어린이를 포함하여 약 10만여 어린이들이 소년병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뿐만이 아니라 많은 아시아 국가들, 라틴 아메리카, 유럽 그리고 중동에서도 아이들은 소년병이란 이름으로 군인으로 충원되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85개국 이상에서 50만 명 이상의 18세 미만 아동들이 정부군, 준군사조직, 민병대, 그리고 매우 다양한 무장반군에 의해 모병되고 있으며, 이 중 약 30만 명이 실제 전투에서 전투요원으로 투입되고 있다고 합니다. 1980년대 초 모잠비크에서 처음 등장한 후 세계 전역으로 확산된 소년병은 어른들의 갖가지 이익다툼이 일어나는 장소에서 전투병, 스파이, 소식통, 짐꾼, 노예, 지뢰 매설 및 처리 심지어 여자 어린이들은 성(性)적 도구 등 다양한 위협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 세계 소년병들의 대다수가 무장한 다양한 정치그룹과 연계되어 있으며 이러한 그룹에는 정부가 뒤를 봐주는 준군사조직, 민병대 그리고 많은 분쟁지역에서 전투를 수행하는 군대 등이 포함됩니다. 또 한 편에서는 중앙정부에 반대하는 군사조직이거나, 정부에 대항하는 인종, 종교, 소수자, 부족, 파벌로 이루어진 그룹이 서로의 영토와 자원을 방어하기 위하여 소년병들로 군대를 충원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소년병들의 연령은 14세에서 18세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분쟁이외에는 다른 사회적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전쟁이 지역과 가족을 휩쓸고 간 이후 생존의 수단으로, 정부군 혹은 무장 세력에 의해 자신의 가족이 고문당하거나 살해당한 현장을 목격한 후 혹은 사회적.경제적 구조가 붕괴된 결과 너무나 자연스럽게 입대를 하게 됩니다. 가난하고 일할 곳이 없으며 교육 기회조차 박탈된 사회에서 군대는 그들을 받아주고 먹을 것을 제공하는 유일한 집단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여성 어린이들은 가사노예, 가정폭력 및 성폭력 등을 이유로 입대하기도 합니다. 또한 일부국가에서는 강제유괴로 소년병이 충원되며 심지어 9세인 어린이도 납치되어 전투요원으로 투입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 반해서 아동의 비동원화, 무장해제, 재건 등의 국제적인 프로그램이 많은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자금과 재원의 부족으로 실효성이 크지는 않습니다. 소녀들이 전투에 동원된다는 다양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종종 국제적 지원 프로그램에서 고의적으로 혹은 의도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또한 군대라는 특수한 성격의 집단 속에서 종종 강간, 성폭행 등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투표하기는 어리지만 살인하기는 충분한 나이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아직 상황을 올바르게 직시할 수 있는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음을 이용하여 학교, 길거리 또는 집에서 강제로 유괴하여 징집하기도 하고, 갖가지 거짓말로 충원하기도 하며 또 다른 경우, 특히 자신을 돌보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가난한 국가에서는 하루 식사를 해결하기 위하여 스스로 가입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말 잘 듣고 집이 없으며 충성심이 매우 강한…’이라는 표현이 사용될 정도로 어른들은 이들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러한 극악한 범죄는 지구상에서 아직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소년병은 또한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비열한 무기’, 말 잘 듣고 겁 없는 ‘작은 병기’ 혹은 ‘투표하기에는 너무 어리지만 살인하기에는 충분한 나이’ 등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병영에 발을 디딘 아이들은 내전의 와중에 짧은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심각한 부상이나 대량 학살에 관여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기도 하며 이들의 지휘자들은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우고 무조건 복종하게 하기 위해 마약을 먹이는 경우도 잦아 아이들의 정신까지 망치기도 합니다.


소년병에 대하여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아프리카에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소년병들은 브룬디, 코트 디부아르, 콩고, 르완다, 소말리아, 수단, 우간다 등 분쟁지역에서 전투요원으로 있기 때문이지요.


아시아에서는 정부가 분쟁지역으로의 접근을 허가하지 않아 현황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수천 명의 아이들이 실전상황이나 정전상황에서 실제 전투요원으로 관여합니다. 미얀마는 매우 독특한 지역으로 12세에서 18세에 이르는 아이들을 강제로 정부군으로 충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프가니스탄, 인도, 인도네시아, 라오스 그리고 필리핀에서도 소년병들은 무력반대그룹, 부족, 인종적 혹은 종교적 소수자들로 구성된 그룹들에서 살인도구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스리랑카에서는 수백 명 아마 수천 명의 아이들이 반군의 주요 세력을 구성하며 그들에 대한 강제충원 또한 지속되고 있지요. 이란, 이라크,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그리고 예멘에서도 소년병들이 이용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한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14,000여명의 소년병들이 무장한 정치그룹에 관여하고 있으며 콜롬비아에서는 준군사조직에 소년병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소년병 강제입영으로 종신형 내려지다


국제사회에서는 소년병 문제에 대하여, 분쟁에 관여하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치적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분쟁지역에 소년병사용을 금지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일련의 국제법에 가입하거나 비준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1998년 설립된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 또한 15세 미만의 아이들을 보충병으로 사용하는 것을 처벌하고 기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놓았지요. 2004년 국제형사재판소는 수천 명의 아이들이 소년병으로 사용되고 있는 우간다 북부지역과 콩고공화국에서의 교전에서 자행되고 있는 이러한 범죄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2006년 콩고 북부지역에 근거지를 둔 민병대의 대장인 Thomas Lubanga Dyilo를 처음으로 기소하였으며, 그에게는 2002년 7월부터 2003년 말까지 15세 미만의 남자와 여자아이를 강제로 입영했다는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했습니다. 시에라리온에 관한 특별법원(UN과 정부에 의해 2002년에 설립된)의 검사도 그 첫 번째 기소에서 소년병의 이용을 중요한 죄목으로 들었지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또한 소년병 이용을 비난하는 일련의 결의안을 내놓았으며, 소년병 동원을 금지하는 방법들을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결의안들에는 아이들의 즉각적인 비동원화를 목표로 분쟁지역 당사자들 간의 대화를 포함하여 소년병을 사용하고 있는 자들에 대한 군사지원 금지, 여행금지 및 자산동결 등의 조치들이 포함됩니다. 유엔 총회, 인권이사회(구 인권위원회), 아프리카 연합, 유럽연합, 미주기구와 유럽 안전협력기구 등도 소년병 사용과 동원에 대해 일제히 비난하고 있습니다.



파리 서약(Paris Commitments)과 원칙


2007년 2월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파리에서 “전쟁으로부터 아동 보호”라는 주제로 주요한 국제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유니세프와 공동으로 조직한 이 회의에 수십 명의 정부 장관들, 기부자, 유엔기관 대표들과 많은 비정부단체들을 포함하여 58개국이 참석하였지요. 이 회의에서 58개국의 정부들은 두개의 문서에 포함된 원칙들을 승인하고 존중할 것을 선언하였습니다. 파리서약은 일련의 법적인 그리고 현재 적용되는 원칙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무력분쟁에서 아이들을 충원하지 않고 이용하지 않겠다는 내용들이죠. 기존의 문서들과 비교하여 이 서약은 아동보호를 위해 시민사회에 성공적인 통합까지 포함한 보다 광범위하고 세부적인 문서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비정부 무장그룹은 정부와는 달리 국제법적 구속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소년병 충원은 1998년에 설립된 국제형사재판소에 의해 기소될 수는 있습니다. 이 재판소 규정에는 교전에서 15세 이하의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은 전쟁범죄의 하나로 간주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이 재판소는 소년병들이 무장그룹에 의해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콩고와 우간다에서 2003년 처음 수사를 시작하여 앞에서 본 것처럼 2006년 콩고장군을 이 혐의로 기소하였고요.


시에라리온에 관한 특별법원은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 Charles Taylor를 포함하여 이러한 혐의를 가진 자들에 대하여 2003년에 첫 번째 기소장을 발부하였습니다. 이 기소장의 내용은 교전에서 15세 미만의 아동들을 충원하고 혹은 사용한 혐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법원은 1991년부터 2002년의 전시동안 전쟁범죄와 인도에 반한 범죄 책임자들을 기소하기 위해 2002년에 설립되었습니다.



그 동안의 많은 분쟁지역에서 수천여명의 아이들이 정부군에 의해 혹은 그 반대세력에 의해 강제 동원되어 목숨을 잃어 왔습니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관여를 한다고 할지라도 이를 묵인하는 정부군이나 반군세력들이 책임이 없다고는 말하기 힘들 것입니다. 설령 전투요원 혹은 비전투요원으로 관여해온 아이들이 사회로 복귀한다고 할지라도, 전장에서 이들이 저질렀던 혹은 겪어야만 했던 인간의 최고 잔인성을 경험한 이들의 사회 적응력은 수월하지 않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라는 또 다른 정신세계의 탄압으로 이들의 남은 생을 담보 잡히고 맙니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많은 국가들과 국제사회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소년병 이용에 대한 국제법적 책임을 묻는 주요 문서와 기존에 설립된 여러 유엔 기관 등을 통해서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국제적인 합의와 기구가 마련되었다 해도 실제 분쟁지역 국가들이 소년병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실천해 옮기지 않는 한 별 실효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지금도 분쟁은 계속 발생하고 소년들은 전쟁터로 끌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