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내목소리]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고?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를 읽다

요즘은 책 한권 읽기가 너무 벅차다. 글이 묶여져있는 책을 보는 것 보다 인쇄된 A4용지를 보는 일이 더욱 많다. 그러던 중 아주 살짝 부담스럽게도 나에게 책 한권을 읽고 서평을 써달라고 했다. 누구라고 꼭 집어서는 말 못한다. 제목도 참으로 도전적인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김도현 지음. 메이데이). 이 책의 저자와 친분관계는 없지만 장애운동에 발을 조금이라도 담그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사람의 책이다.



도발적 질문,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다시 한 번, 책 표지를 보며 제목을 읽어보지만 제목이 참으로 도전적이다. 속으로 “누가 운동권 아니라 할까봐…” 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넘겼다. 한 장 두 장 읽다보니 작년에 치열하게 싸웠던 활동보조인 제도화 투쟁이 오버랩(overlap) 된다. 활동보조인 제도화 투쟁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장애인당사자가 한 목소리로 투쟁한 사안이다. 이 투쟁은 장애운동을 사회운동으로 확산시킨 매우 의미 있는 투쟁이었다. 나 역시 그 현장에 같이 활동했던 당사자로써 아마도 장애운동의 역사에 오래토록 남을 투쟁이지 않나 생각한다.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이 책을 보면 장애운동의 현재 당면한 과제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장애인으로 살아가는데 앞에 놓인 벽이 왜 이리도 많은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만든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참으로 많아 보인다. 그리고 쉴 새 없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을 쏟아내고 있다. 장애인이 받는 사회적 차별과 노동권, 교육권, 이동권 등을 알기 쉽게 독자와 이야기 하듯 잘 풀어내 주었다.


얼마 전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장애아 낙태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장애계가 들썩한 적이 있었다. 내용인 즉, 한 신문사 기자가 “낙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고, 이 전 시장은 “기본적으로는 반대이나,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대답했던 것이다. “장애인은 태어날 필요가 없다”로 해석 될 수 있는 이 말은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것을 나눠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은 소위 정상이데올로기에 입각해 장애를 사회에 존재해서는 안 될 것으로 치부해 이야기해 버렸다. 말 그대로 자신의 천박함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반(反) 자본운동으로서 장애운동


이 책에서도 정상인과 일반인 그리고 비장애인, 장애인의 용어정의와 사회인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장애disability 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는 거치적거리어 방해가 되는 것이거나, 신체상의 고장이거나, 무능력을 의미한다. 이것은 일정한 가치 판단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것도 매우 부정적인 의미의 가치 판단을 포함하고 있다. 고려와 조선 시대의 장애 문제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는 국문학자 정창권교수의 저서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의 표제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거치적거리는 존재, 무능력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정확하게 보여준다. “너는 못생기지 않았어”라고 누군가 내게 말한다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 나를 ‘못생겼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 발화 행위이다.



위의 글에서 나온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처럼 비장애인들은 장애인 또는 소수자들에게 위로의 말이나 공감하듯 한 말들을 해주지만 그 말들은 권력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다수자의 동정의 말로써만 들리게 된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그런 말들이 화살이 되어서 가슴에 박히는 경우도 있다.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 말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것을 배척하고 차별하는 행태를 여전히 보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장애의 문제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나열하고 있다. 그 만큼 장애운동에는 해결해야할 산재된 문제들이 많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책 마지막 부분에 이야기 되었던 ‘제3부 진보적 장애의 의미와 가치’는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의 장애운동이 한편에선 장애운동 산업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을 꼬집고 있으며, 지금의 장애운동이 반(反) 자본운동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에 대한 주장이 눈에 띈다. 그리고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장애운동이 영역운동으로 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운동과 연대하여 함께 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한 내용이 한 꼭지로 채워졌다면 더욱 좋겠다는 점이다. 왜냐면 지금의 장애운동은 장애운동에만 너무 파묻혀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야 있겠지만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진보적 장애운동이라면 다른 영역운동과의 연대의식을 확장해 나아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생각한다.



얼마 전에 한 대학교 학생 4명이 경기복지시민연대 기관방문을 왔다. 가끔 지역복지론 수업의 일환으로 단체를 방문해서 단체에서 하고 있는 활동들을 이야기하고 체험하고 간다. 학생들과 이야기하던 중 장애인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 것 같은데 머릿속에서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계속 방방거리기만 했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조금은 그 실타래 같은 생각들이 책꽂이에 책이 꽂히듯 반듯반듯하게 정리 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생각을 환기시켜주었다. 그리고 생각의 창을 넓혀주어 상쾌하기도 한데 사실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


저자 김도현씨는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외에 『차별에 저항하라』라는 책을 함께 내 놓았다. 차별에 저항하라는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장애운동의 지침서 역할을 톡톡히 해줄 2권의 책이 참으로도 반갑다. 이 책을 많은 활동가와 대학생들에게 읽어보기를 권한다.

덧붙이는 말

*선지영 님은 경기복지시민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선지영 |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