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사람이 사람에게] 반성

지난 호를 내고 독자로부터 항의를 받았습니다. 월간 <사람> 홈페이지의 독자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독자는 “앞표지에는 정신장애인 사진을 쓰고, 뒤표지에는 정신병에 대한 ‘편견이 담긴’ 비유를” 하였음을 지적했습니다. “앞에서는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이야기 하시면서 뒤에서는 우리 사회가 가진 모순을 정신병에 비유”한 월간 <사람> 편집진을 질타했습니다. 우리는 그 독자의 지적을 귀담아 들었고, 그리고 몇 번 더 메일을 주고받았습니다.


뒤표지에 실리는 ‘홍성담의 붓끝시선’의 제목이 “국가보안법-한반도는 거대한 정신병동이다”였습니다. 그리고 ‘人터뷰’ 꼭지에서는 “정신장애인 당사자 인권운동을 준비”하고 있는 김충배 씨 얘기를 소개하고, 그의 얼굴 사진을 표지 사진으로 실었습니다.


마감에 쫓기는 다급한 상황에서 나온 실수라고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독자가 지적한대로 “정신장애인 인권에 대한 고민이 깊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그려주신 홍성담 화백도 이 문제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으며, 독자의 지적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답해 왔습니다.


지난 6월호 ‘단체탐방’ 꼭지 기사에서는 민가협을 소개했습니다. 그 기사의 제목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소시민들이다”였고, 그 제목을 보신 민가협 어머니들이 서운해 하셨다고 합니다. 한 어머님이 시민들이 나서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하신 말씀을 따서 쓴 것이지만, 어머니들을 같은 인권활동가로 보지 못하는 지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독자로부터 지적을 받은 부분이 두 건이라서 그렇지 많은 부분 인권감수성이 부족하여 당사자들에게 상처를 입힌 경우가 더 있을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가장 인권적인 것처럼 날을 세우면서도 실제에서는 이와 같이 무딘 감수성을 보이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우리의 부족한 성찰로 인해 상처를 입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앞으로 당사자의 인권이라는 관점에 보다 철저해질 것을 다짐합니다.

부랴부랴 편집에 쫓기고 있는 때에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되었던 한 분이 총살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랜드 노조에 대한 법원의 가처분금지 결정이 나왔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습니다. 시시때때로 터지는 이런 인권사안들에 대해 이미 철 지난 사안들을 다루는 월간지로서는 어떻게 다룰지 곤혹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결국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문제는 이번 호에서 다루지도 못했습니다.


이번 호의 특집은 ‘환경권’입니다. 지구온난화, 막개발에 따른 환경파괴 등 인간이 자연환경을 파괴하여 결국은 인간 자신이 인간답게 살 수 없는 조건을 창출하는 어리석음에 대해 같이 고민하면서 그로부터 인간 중심으로 짜인 인권 개념의 재구성에 대해 고민해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이슈로는 인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대학사회를 다루었습니다. 대학이 진보의 산실이 되어야 하는데 요즘의 대학은 최소한의 인권마저 보장되지 못하는 삭막한 곳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랜드-뉴코아 노동자들의 농성이 강제 해산된 이후 다급하게 지면을 비워서 특별기고문을 넣었습니다. 다급한 청탁이었음에도 좋은 원고를 보내주신 필자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