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흔적담기] 정든 병

정든 병_허수경


이 세상 정들 것 없어 병에 정듭니다
가엾은 등불 마음의 살들은 저리도 여려
나 그 살을 세상의 접면에 대고 몸이 상합니다



몸이 상할 때 마음은 저 혼자 버려지고
버려진 마음이 너무 많아
이 세상 모든 길들은 위독합니다



위독한 길을 따라 속수무책의 몸이여
버려진 마음들이 켜놓은 세상의 등불은
아프고 대책없습니다


정든 병이 켜놓은 등불의 세상은
어둑 어둑 대책없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지켜보았던 흐르는 강과 흐르는 구름, 흐르는 바람.
“버려진 마음들이 켜놓은 세상의 등불”은 흐르는 것들을 비춘다.
아까 낮에는 이 강으로 유람선을 타고 흘러가는 관광객들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나도 어색하게 손을 잠시 흔들고 뒤돌아서서
얼굴이 벌게졌다.
지금 이렇게 대책 없는 밤이 흐르고 만약 미래가 온다면
우리는 정든 병을 설명해낼 수 있을까.
가슴이 몹시 두근거리고 길을 걸었다.



사진.글 | 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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