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국제인권] 콜롬비아에서의 노동조합원들에 대한 위협

자본의 지구화와 함께 노동탄압도 지구화되어 간다

광화문에서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집회가 열린다. 집회의 주제는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속에서 노동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단지 노동권에 대한 소리를 낼 때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표현하는 조합원들은 인권활동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자본의 지구화와 함께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 역시 지구화가 되어가고 있다. 누가 가르쳐 주었을까 싶을 정도로 닮은꼴이다.

노동탄압에 대해 항의하고 있는 콜롬비아 노동자들.
사진 | 국제앰네스티


한국과 함께 손꼽히는 노동탄압국, 콜롬비아


남아메리카대륙 북서부 끝에 자리하고 있는 공화국 콜롬비아는 국제사회에서 손꼽히는 노동조합 탄압 국가이다. 아니, 국가 스스로는 이들을 보호한다고 뻔뻔스럽게 얘기하지만 보고되어지는 사례들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콜롬비아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점자본 지배로 국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민족해방을 외치는 게릴라투쟁이 격화되었다. 이에 맞서 정부는 군사조직에게 게릴라소탕의 의무를 맡기면서 지난 몇 십 년 동안 분쟁은 끊이지 않았고 국민들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았다. 예전에 비해 게릴라투쟁은 약화되었지만 ‘게릴라’에 대해 국민들이 두려움을 갖도록 하며 정부는 이 공포를 이용한 정치를 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조합원들은 ‘게릴라’로 포장되어 탄압받고 있다.


지난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콜롬비아에서는 반정부집단들과 정부군, 준군사조직들의 싸움으로 인해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인권의 침해가 자행되어 왔다. 정치적인 이유뿐 아니라 강력한 경제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계층이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고 늘리는데 무력을 사용하고 있다. 강제 추방된 사람들 중 60%인 3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은 광업이나 농업이 가능한 땅에서 쫓겨났다. 이러한 상황들을 비판하는 노동조합원들이 인권침해의 표적이 되어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많은 사건들이 공공영역이 사적영역으로 되는 것을 반대하는 노동조합의 캠페인과 관련하여 발생하고 있다. 결국 이들에 대한 탄압은 이들이 사회경제권을 지지하기 때문이지만 정부는 여전히 정치적인 이유를 내세우며 이들을 체포한다.


지난 20년 동안 콜롬비아에서는 2천 명이 넘는 수의 노동조합원들이 살해당하고 138명 이상이 강제실종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에 있어 가해자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콜롬비아의 노동조합원들에 대한 살해가 점점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심각한 문제임을 부정할 수 없다. 콜롬비아 정부는 안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결사의 자유가 법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완전히 존중되기 전에는 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정부군은 자신들이 인권을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하여 ‘지저분한 일’을 준군사조직에 넘겼다. 지난 3년 동안 3만 명이 넘는 준군사조직원들이 해체되었다고 보고되어 있지만 현실에서 그들은 계속 활동 중이다.



고질적인 문제 ‘불처벌’


한국과 마찬가지로 콜롬비아의 법과 헌법에는 결사의 자유가 인정된다. 헌법에는 단결권과 행동권을 보장하고 있으나 60일 이상 파업이 진행되었을 시 정부에 의한 강제중재가 가능하다. 결국 권리가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2005년 노동조합원들은 국제노동기구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전달하였으며, 이러한 이유로 노동조합이 줄어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노동기구는 노동조합원들에 대한 탄압의 이유로 정부가 이들을 무시하는 법 제정과 집행을 통해 사회전체에 반 노동조합적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이 가장 클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해치는 상황들로는 기업들이 무노조기업으로 조직개편을 하거나 노조 내에 사측 협력자를 심거나, 용역업체들을 이용하거나, 또는 공무원들의 단체교섭권을 거부하고 노동조합 신청을 어렵게 하는 것 등이 있다. 우리에게는 별로 새롭지 않은 상황들이기도 하다.


‘불처벌’은 이러한 상황을 유지시키는 핵심요소 중 하나이다. 인권침해의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 법제도를 잘 알고 있으며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정의를 외치는 것을 포기한다.


1991년부터 노동조합원에 대해 2,245건의 살해, 3,400건의 위협, 138건의 강제실종이 일어났다고 집계되었고 실제로는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사례 중 90%가 넘는 수가 처벌되지 않았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살해된 298명의 조합원들의 경우 고작 4명의 가해자만이 처벌되었다.


2001년 3월 12일, 광산노동조합의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준군사조직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 한명은 그 자리에서 총살로, 다른 한명은 밧줄에 묶여 끌려간 다음 몇 시간 후 길가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는 죽기 전 고문당했다. 당시 정부는 미국의 Drummond라는 회사와 계약을 맺는 중이었다. 혹시 이 미국의 회사가 그들의 죽음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2002년 3월 14일 위원장의 가족들은 미국의 앨라배마 지방법원에 소송을 내었다. 그리고 2006년 5월 13일 콜롬비아 안보국의 고위 관계자는 Drummond 회사가 준군사조직에게 그들을 죽이도록 돈을 건네주었다고 증언하였다.



준군사조직과 안보국 요원의 표적이 된 노동조합원들


최근 들어 국가안보국 요원들과 준군사조직들은 노동조합원들을 표적으로 하는 작전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이 작전은 국가적·지역적으로 협력하여 진행하며 살해와 자의적인 사법절차를 더욱 쉽게 하고 있다.
노동탄압으로 사망한 동료를 추모하는 행진. 사진 | 국제앰네스티


안보국의 전 국장은 2004년에 자신들이 준군사조직들에 24명의 노동조합원 명단을 넘겨줬다고 고백하였다. 그 명단에는 농업과 관련된 노조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명단에 있었던 몇몇은 구금되었다가 풀려났고 몇몇은 살해의 위협을 받았다고 한다. 그밖에 2006년 선거 전에는 준군사조직 중 한 곳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노동조합원이나 사회운동가를 살해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며 자신들의 조직은 해체되었지만 국가를 위해 이들을 살해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자의적인 사법절차는 이들에 대한 살해를 돕고 있다. 보통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은 가해자가 아닌 위협을 당한 노동조합원들이다. 많은 경우 조사를 당하는 도중 살해당하기도 한다. 사법당국은 정의의 실현을 위해 범죄에 대해 조사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조합원의 경우 사법절차는 무시된다.


2004년 8월, 교사노동조합의 위원장인 Samuel과 Raquel은 체포되었다. 체포직전 세 명의 노동조합원들이 살해당하였다. 2005년 1월, 이 두 사람은 반란죄로 6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일상적인 살해와 위협


게릴라 소탕을 위해 성장한 준군사조직이 더 이상 필요성을 인정받지 못하여 해체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조합원들이 여전히 이들에 의해 위협받고 살해당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노동조합원들에게 물리적인 고통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동시에 노동조합의 설립과 유지를 어렵게 하고 있다. 노동조합원들에 대한 살해와 위협 뒤에 숨겨진 의도가 항상 동일하지는 않지만 콜롬비아의 오랫동안 지속된 분쟁 속에서 노동조합원들은 그들의 정치적인 견해로 인해 자주 인권침해의 대상이 되었다. 이제 거기에 더해져 단지 그들이 노동운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고통받고 있다.


괴롭힘, 위협, 물리적인 공격은 모두 결사의 자유를 방해하는 요소이다. 국제앰네스티가 수집한 많은 사례들은 경찰에 의한 자의적인 형사절차와 준군사조직에 의한 살해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콜롬비아의 호황 산업인 광업, 석유업과 가스업은 콜롬비아를 부유하게 해주었고 여러 다국적기업들을 콜롬비아로 끌어들였다. 정부는 이에 적극적이며 국민들을 ‘경제성장’이라는 말로 현혹시킨다. 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조합원들만이 자원의 사유화에 반대하며 그 대가로 여러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조합원에게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지난 몇 년간 콜롬비아정부는 노동조합원들의 안전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왔다. 내무부와 법무부의 협력 아래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노동조합원들에게 경호원과 특수방어차량, 휴대전화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답이 아님을 모두 알고 있다. 국제사회는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콜롬비아의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을 요구하면서 2006년 6월 국제노동기구는 연례컨퍼런스에서 콜롬비아에 상근 직원을 파견하기로 결정하였고, 우선 살해사건들과 자의적인 구금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불처벌을 종식시키기 위한 절차를 밟는 것에 동의하였다. 이는 노동조합원들의 기본권을 지키는데 큰 몫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지난 6월 15일, 국제노동기구 이사회는 346차 및 347차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를 채택하며 한국정부에 몇 가지 권고를 하였다. 내용에는 전국공무원노조와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을 중단할 것과 하중근 열사 사망사건, 김태환 열사 사망사건 등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등 한국 정부의 노동운동 탄압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하였다. 동시에 국제노동기구의 핵심 협약인 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대한 협약’과 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을 한국 정부가 비준할 것도 촉구했다. 당시 국제노동기구는 보도자료를 통해 가장 심각한 사례 다섯 개를 적시했는데, 여기에 한국과 콜롬비아가 나란히 포함되었다. 한국정부는 한 쪽에서는 노동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권고를 무시하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인권선진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콜롬비아의 상황을 접하면서 너무나 친근한(?) 모습에 이들과의 연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심각성에 있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한 투쟁들이 지니는 가치와 정신은 어느 곳에서나 같을 것이다. 자본과 권리침해의 지구화와 싸우기 위해선 운동의 지구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의 움직임을 통해 노동자들의 권리가 나아질 것이라 믿으며 오늘도 어디선가에서 소리치고 있을 세계 곳곳의 활동가들과 함께 할 것을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