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열린칼럼] ‘그들’이 통제하는 인터넷

바야흐로 ‘1,300만 블로거의 시대’가 열렸다. 2006년 미국의 선거 시기에 미국인 1,400만 명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인터넷에 올렸다고 한다. <다음>의 블로그에는 하루 50만 개의 글이 게시되고, 인터넷 이용자의 51%가 직접 UCC를 만들어 올려 봤다고 한다. 이제 우리가 인터넷의 주인이 된 것일까? 아니다.


한국의 인터넷은 ‘비리폭로와 비판을 두려워하는 국회의원들, 정보공개를 꺼리는 정부,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이윤추구에 눈먼 기업들’이 통제하고 지배하고 있다. ‘그들’은 인터넷의 정보유통을 막는 법과 제도와 인력을 갖추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벌써 ‘그들’은 인터넷을 능수능란하게 통제하는 ‘그들’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들’은 악성 댓글을 줄이는 데 별 효과가 없음이 이미 증명됐는데도,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는데 성공했다.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되면 95% 이상의 인터넷이 실명 기반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므로, ‘그들’은 직간접적으로 인터넷을 통제하고 원격조정할 수 있다. 통제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 셈이다.


‘그들’은 정통부장관이 임명하는 위원으로 구성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라는 인터넷 검열기구도 가지고 있다. 이 위원회가 지목하면 법원의 재판도 없이 ‘정보’나 ‘사이트’나 ‘이용자’는 인터넷에서 삭제된다. 삭제명령을 듣지 않은 사이트 운영자나 포털은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 진실의 공표를 두려워하는 ‘그들’은 ‘공익을 위하여 진실된 사실 만을 공표’해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게 하였고, ‘임시조치’라는 거대한 ‘블랙홀’을 만들어 놓았다. ‘명예훼손과 관련하여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기만 해도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로 차단하는 조치’(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올라올 경우, 그 진실은 순식간에 ‘임시조치’로 사라지기 십상이다. 수사기관은 포털의 책임을 넓혀, 수백 명의 포털의 모니터 요원을 경찰의 밀고꾼으로 만들려고 한다. 법원도 ‘언론사가 쓴 기사’, ‘이용자가 쓴 댓글’에 대해서까지 포털에 책임을 물었다. 이것은 포털을 위축시켜 인터넷의 ‘정보의 도로’를 좁히게 된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요즘, ‘그들’의 무기가 빛을 발하고 있다. 공선법의 ‘인터넷 사전 선거운동 금지’와 ‘게시판 실명제’가 그것이다. ‘민주적인 토론과 비판’이 보장된 민주적 선거가 위협받는 것이다. 각국은 선거 공영제까지 도입하고 있는 마당에, ‘인터넷의 토론과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이 제도들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꼼수이다. 최근 선관위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글이나 댓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자 네티즌들의 정치적 표현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간과하기 쉬운 것은 한국에서 인터넷을 통제하기는 정말 쉽다는 사실이다. 3개 회사가 포털 사이트의 85%를 점유하고 있고, 블로그와 커뮤니티의 90%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만 엄포를 놓아도 인터넷의 85%와 1,000만 개의 블로그를 통제할 수 있다. 우리가 바짝 정신을 차리고, 인터넷을 통제하는 장치들을 폐지하고, 포털들을 비판하고 추동하지 못할 때, ‘인터넷’과 ‘민주주의’는 포털사이트의 모니터링 요원과 선관위의 300명의 감시단에 의해 통제당하고, 질식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