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내목소리] 군사기지 없는 제주, 평화의 섬을 함께 만들어 주세요

운명을 건 싸움을 하고 있는 강정마을에서

제주 남쪽 드넓은 바다 위에 방사탑처럼 우뚝 서있는 범섬이 내다보이는 아름다운 마을 강정이 난데없는 해군기지 추진으로 운명을 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강정마을은 예로부터 땅이 비옥하여 제주에서 ‘제일 강정’이라는 대명사로 통했으며 서귀포시민들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1급수 강정천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해안절경 사이로 작은 어촌을 형성하고 있는, 그야말로 평화로운 제주의 대표적인 농촌마을입니다.


이러한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살고 있어서인지 강정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성품이 온순하고 전통에 대한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토록 소중하고 아름다운 강정마을의 공동체는 해군기지로 인해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되어 버렸습니다. 강정 마을주민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주도과 해군의 일방적인 해군기지 유치 결정에 의해 지금 강정마을은 난데없는 전쟁 통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어느 날 강정마을에서 생긴 일


2002년 강정마을 서쪽으로 25km 정도 떨어진 제주 화순과 사계리에 해군기지를 추진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제주 해군기지 문제는 시작되었습니다. 화순은 우리나라 방송보다 중국방송이 더 잘 잡힐 정도로 중국과 바로 맞닿은 지역입니다. 그래서 누가 봐도 중국을 겨냥한 군사기지일 수밖에 없는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미국의 중국을 겨냥한 해상MD체제에 포함되는 것이란 문제의 본질을 지역주민들은 쉽게 알아차렸습니다. 당시 지역주민들과 제주도민의 폭발적인 반대운동으로 해군기지 추진은 중단 되었고 2005년 제주평화의 섬 지정으로 군사기지 문제는 끝나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2005년 다시 해군기지 추진내용이 폭로되고 이번에는 주변 대정지역의 공군기지 건설계획까지 함께 진행된다는 소식에 다시 한 번 제주는 군사기지로 인한 홍역을 치러야만 했습니다. 이 와중에 제주 동남쪽에 위치한 위미마을 몇몇 사람 중심으로 해군기지유치위원회를 꾸리면서 군사기지 문제는 새로운 양상으로 변하게 되었고 화순보다 더 심하게 마을 간 반목을 일으키며 위미지역에서의 해군기지 반대투쟁이 대대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제주도정과 해군은 지역마다 반대투쟁이 고조되자 급기야 도민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서 해군기지 건설문제를 결정짓겠다고 발표하였고, 어이없게도 여론조사 불과 며칠 전에 강정 마을회장을 중심으로 강정 해군기지 유치선언을 조직하게 됩니다. 단 한 번의 공식적인 설명회도, 마을주민 간의 찬반토론도 없이 강정마을을 후보지로 추가하여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강정마을은 최우선 유치대상지로 선정되어버렸습니다. 이는 강정마을회장이 도지사와 만나고 나서 해군기지 논의를 시작한지 불과 20여 일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설마 했던 강정주민들은 해군기지 유치지역으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반대운동이라는 것은 상상도 해보지도 못했고, 여론조사에서 지역주민들이 유치를 찬성했다는 점 때문에 속으로만 끙끙 앓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해군기지 결정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이며 잘못된 여론조사에 근거한 것이란 사실이 곧 드러났습니다. 속으로 앓던 주민들이 비공개로 반대대책위를 구성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기 시작하자 해군기지 유치를 반대하는 주민이 압도적이라는 것이 금세 밝혀지게 된 것입니다.


사진 | 참세상
그러면서 반대대책위는 공개적인 활동을 시작, 지금까지 주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토론회와 설명회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도정과 해군의 지원을 받고 있는 유치위원회에 의해 강정은 돌이킬 수 없는 반목과 갈등으로 빠져버리게 되었습니다. 해군기지 선정지역으로 결정난지 한 달 만에 주민들의 찬반의견을 묻는 총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유치위원회에서 기표대와 투표함을 절취하는 어이없는 사태까지 발생하며 강정마을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것입니다.



반목을 부추기는 제주도, 민심을 호도하는 해군


강정 반대대책위는 즉각적인 유치반대서명운동을 진행하였고 1,500여 명의 마을 유권자의 반이 넘는 서명을 단 5일 만에 완료하여 청와대, 국방부, 국회에 항의서한을 제출하고 본격적인 반대투쟁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마을주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마을회장 탄핵을 추진하고 있으며, 마을차원의 반대운동을 넘어 해군기지가 제주도와 전국적인 사안으로 다뤄질 수 있도록 각계각층과 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온순하고 평화롭던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로 인해 제주도정과 우리나라 해군이 얼마나 비민주적인 집단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주민간의 갈등을 봉합하는데 주력해야할 도정은 유치위원회를 편들면서 반목을 더욱 부추기고 있고, 해군은 온갖 감언이설로 지역주민들을 현혹하고 유치지역 선정으로 축제분위기라고까지 호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1948년 제주 4.3항쟁 이후 60여 년 간의 반목과 갈등을 극복하고자 화해와 상생, 평화의 섬을 추구했던 노력은 해군기지로 인해 물거품이 되고 있으며, 해당지역은 다시 60여 년 전으로 돌아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강정 반대대책위는 반대운동을 시작하는 처음부터 강정주민들에게 평택의 사태를 교훈삼아 주민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해군기지가 철회되지 않는다면 절대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해군기지가 철회되는 길은 지역을 넘어 평화를 사랑하는 전국의 모든 단체와 사람들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평화와 인권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제주 해군기지 철회를 위해 함께하길 부탁드리며 운명을 건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많은 힘과 격려를 보내주실 것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