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흔적담기] 잿더미

저녁 8시 반, 화장품 용기 코팅 가열기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도 않고 돌아간다. 시너를 넣은 색료를 화장품 케이스에 칠하고, 뜨겁게 입을 벌린 가열기에 케이스를 넣어 코팅을 서둘러 해야 했다.
일한 지 12시간, 이제 한 시간 반만 더 일하면 이 피곤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갑자기 가열기에서 불씨가 튀었다. 불씨는 시너에, 화학약품에 옮겨 붙었고, 불길은 삽시간에 3층 공장 전체를 휩쓸었고, 공장 한가득히 유독가스가 채워졌다.
좁은 3층 공장엔 비상구가 있을 리 없었다.
60, 70대 여성노동자들이 출구를 찾기 위해 발버둥친 것도 잠시, 여성노동자들은 하나둘씩 의식을 잃었고, 그중 몇 명은 창문을 깨고 뛰어내렸다.



그녀들은 주간 8,90시간을 일했다. 일요일조차 쉬지 않고 죽도록 일했다.
하지만 그녀들에게 주어진 것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과 최소한의 안전장비도 갖춰 있지 않던 작업환경.
이제 더 이상 여성노동자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자.
여성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잿더미에 덮어두지 말자.
그리고… 여전히 슬픈 현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덧붙이는 말

* 경기도 의왕 원진산업 화재사건으로 돌아가신 여성노동자들의 명복빕니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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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김형준 | 객원기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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