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특집] 소통에 사무치다, 연대에 미치다, 변혁을 외치다

사회운동포럼 대토론회2부 지상중계




소통/연대/변혁 사회운동포럼을 가다



이번 호 특집으로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2일까지 열린 ‘소통/연대/변혁 사회운동포럼’을 다룹니다. 4일 동안의 이 포럼에서 뭐 대단한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차근차근 준비되어온 이 포럼이 희망의 싹을 틔우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리란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월간 <사람>에서 주목한 행사로 사회운동 대토론회 2부를 지상중계하고 열쇠말(공동의제) 워크숍 중 사회공공성 및 지역운동의 성과와 아쉬움을 되짚어보는 한편 포럼을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켜봤던 참가자의 참가기를 실었습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노동자대투쟁 20주년을 맞는 올해, 화려하고 요란하기보다 작지만 알찬 결실을 함께 나누는 자리였으면 합니다.



소통에 사무치다, 연대에 미치다, 변혁을 외치다
일상의 정치로부터 자치와 연대의 힘 기르기
대안사회를 모색하는 중대한 기로에서
신자유주의를 넘어 다른 세상을-총회 선언문
대충대충 얼렁뚱땅 사회운동포럼 참가기






소통과 연대와 변혁. 여러 운동들 간에 솔직하게 고민을 털어놓고 함께 공동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보자는 사회운동포럼이 처음으로 집어든 세 가지 화두다. 지난 8월 30일부터 4일간에 걸쳐 서울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사회운동포럼은 2개의 대토론회와 총회 그리고 4개의 열쇠말 토론과 16개의 포럼 및 워크숍이 진행되었으며 여성대회와 초청강연회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함께 열렸다. 특히 첫날 진행된 사회운동 대토론회 2부 ‘사회운동의 소통과 연대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는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겨가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각 단체와 조직 내부, 운동진영 간에 있어왔던 여러 문제점들이 이 자리에서 쏟아져 나왔으며 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모색된 자리였다. 지면의 한계로 모든 이야기를 옮길 수는 없지만 2부에서 나온 주요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소통/연대/변혁 사회운동포럼 사회운동 대토론회 2부 ‘사회운동의 소통과 연대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는 강양미(민주노동당 서대문), 김진억(민주노총서울본부), 문재현(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민혜(전국학생행진), 박진(다산인권센터), 이봉화(여성운동전략기획단), 이원재(문화연대), 이해관(민주노동자연대), 정해권(노동자의힘) 활동가 등 9명의 패널이 토론에 참여했으며 사회는 인권운동사랑방 배경내 활동가가 맡았다.


토론에 앞서 패널들에게는 △지금 ‘소통’과 ‘연대’가 서 있는 자리 △운동 안에서 작동하는 분할과 배제 △운동의 방식 앞에서 무릎 꺾이게 되는 지점들 △가치, 운동들 사이의 횡단 △소통과 연대를 복원하기 위한 열쇠말 등 5개의 질문이 주어졌고 그에 대한 패널들의 답변이 자료집에 실렸지만, 실제 현장토론은 보다 자유로운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왜 운동사회는 동맥경화증에 걸렸나?



박진 활동을 오래 했던 사람은 친구도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친구들을 만나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오랜만에 만나면 관심사가 서로 너무 달라 할 이야기가 없다. 활동가들 사이, 운동진영들 사이의 소통도 잘 되지 않고 상당히 계산적이다. 연대는 어느덧 품을 파는 행위가 되어버렸다. 품앗이는 인지상정이지만 계산된 품앗이는 아주 질 낮은 연대일 수밖에 없다. 일상적인 소통, 교류가 근간이 되는 연대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원재 연대는 운동가들에게는 목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연대는 도구적 수단 정도로 밖에 인식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내 고민의 출발지점이다. 자유로운 사람들의 공동체가 삶의 철학과 방식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운동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운동도 자본주의와 많이 닮아가고 있다. 사유화는 돈만이 아니라 인맥과 관계성에서 재생산된다. 우리 안에서도 조직의 사유화, 배타적이고 도구적인 연대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한 단체 안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활동가들이 있다면 연대도 다층성을 갖고 이뤄져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애정이나 호혜적 관계보다는 생산성, 효율성을 추구하며 결국 개인적 삶의 가치가 아니라 조직의 이해를 대변하고 복무하는 형태로의 연대만 되고 있는 것이다.



이봉화 여성주의, 페미니즘은 학습의 문제도, 취향의 문제도 아니다. 페미니즘은 변혁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페미니즘 문제에 대해서 활동가들 사이에 많은 소통의 단절을 느낀다. 교육을 한참 하고 나서도 집회 현장에서 “아리따운 여성동지 발언을 듣겠습니다.”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성소수자 문제는 더욱 심하다. “나는 본 적 없다.” “서울에는 많겠지만 우리 지역은 없다.” 이런 이야기가 교육 자리에서 심심치 않게 나온다. 또한 성별분업만큼이나 심한 나이분업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연령주의 문제는 비판적 의식조차 아직 자리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강양미 내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나는 올해 민주노동당 성 평등 강사가 되었다. 올해부터 성 평등 교육이 의무화 되면서 당직자는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러다보니 형식, 껍데기만 남았다는 것을 나 또한 너무 많이 느끼게 된다. 이런 형식을 통해 과연 우리가 담고자 하는 문제들, 소통하고자 했던 내용들이 온전하게 소통될 수 있는지 회의적이다. 한편 왜 우리 지역에 미조직 사업장도 많은데 다른 지역, 투쟁도 없는 사업장에 가서 조직사업을 하느냐는 이야기도 많이 듣게 된다. 이 또한 성과주의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것들이 소통과 연대를 방해하는 주요소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안의 차이를 넘어서는 소통과 연대



이해관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고 비판하는 것은 더 나은 소통과 연대를 모색하기 위한 것인데 한계가 있다. 연대와 소통에 대해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넘어서서 변혁으로 나갈 수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 우리가 외치는 가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힘이 중요한 것이다. 나는 현장 중심성이 회복될 때 이러한 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불과 20년 전에 옆의 투쟁공장에 구사대가 들어왔다는 소식에 출근하던 버스를 돌려서 연대하러 달려갔던 역사가 우리에게 있다. 왜 그러한 기억을 잃어버렸는가에 대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 그 전에는 자신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를 민중 속에서 찾으려는 의지가 있었고 그 가운데서 소통과 연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이론주의다. 사회운동은 놀라울 정도로 전문화되어 있다. 전문적 영역과 이론이 축적되어 왔다. 그렇지만 공장만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운동이 공동화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대중의 눈높이로, 삶의 현장의 눈높이로 낮춰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재현 나는 사회적으로 인문학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할 때 그 ‘나’는 노동자이자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소통과 연대는 이런 측면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새로운 생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남성이 여성성을 체화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성을 둘러싼 소통은 이뤄지지 않는다. 아이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부인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가지고 고민하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운동이 된다. 공장과 현장에서만의 소통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역, 가정 내 소통 등 생활, 지역현장 속에서의 소통과 연대를 고민해야 한다. 삶에 대한 성찰과 변화에 대한 의지, 구체적 생활양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우리는 모두 결여되어 있다. 반면에 중앙의 지침, 정파나 소속단위의 입장을 앞세우는 폐해는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구체적인 지역사회의 변화와 운동 단위들 간의 소통은 이뤄질 수 없다.



민혜 이론과 실제, 현장과 조직의 분리가 아니라 통합이 우리의 과제라는 점에서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것, 현장성의 강화가 소통과 연대의 해법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이념과 생활이 떨어질 수 없다. 오히려 이론과 현장이 서로 교통하고 대중 속에서 이념과 이론이 재구성되는 방법을 모색하고 토론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더욱 낮은 목소리로의 소통과 연대가 필요하다



문재현 이론이, 이데올로기가 자신과 생활을 변화시킬 힘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아닌가. 이번 포럼에서도 ‘지역’이 유행이고 트렌드인가 본데, 지역에서 자기만의 언어, 공격적인 말, 개념만 가진 말은 통하지 않는다. 별의 별 짓을 다 하면서 지역에서 5년, 10년을 생활해야 지역사람이 될 수 있고 지역에서 소통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힘만 많아서, 어깨에 힘만 잔뜩 들어서 소통이 안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김진억 노동현장의 이야기를 하자면, 1부 토론회에서 나왔던 노동운동의 성찰, 사회운동의 변혁운동화, 이런 말들에 대해 현장 간부들이 대체로 동의는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추상적인 이야기이고 구체적인 실천방식은 잘 나오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자본의 포위 공격에 몰리고 IMF 이후 실리주의, 패배주의에 직면했다. 어느 대공장 간부는 목숨 걸고 투쟁했는데 결국 대공장 정규직 남성 중심의 노조운동이라는 비판만 남았다고 한다. 어느 산별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다 자판기 조합원이 되었다고 울먹인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할 방안은 무엇인가. 그 대안이 무엇인지를 찾는 논의가 필요하다.



정해권 언어는 권력이고 대중의 문화를 지배한다. 이것을 바꾸기 위한 사회문화적 노력, 선진적 운동이 필요하고 그 의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차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교통과 합의의 지점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소통 자체가 안 된다. 투쟁의 문화는 발굴되고 개발되는데 비해 일상에서의 성 평등의 문제와 같은 생활의 측면에서는 부족했다. 문화운동 자체가 새롭게 전개될 필요가 있다.



이원재 연대에서는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 그것이 배타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큰 단체를 비판하면서도 연대체를 만들면 꼭 함께 하고 싶어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연대체 내에서는 애초의 연대성이 상실되기 일쑤다. 그리고 성과주의로 가게 된다. 성과주의, 조직의 효율성은 결국 상층연대로 귀결된다. 그런 점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이 스스로 낮아지는 것이 소통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문재현 중앙이 하나의 권력이라고 할 때 서울은 중앙이라고 여기지 스스로 지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이라는 단위가 지역으로 자기를 인식하지 않는 한 우리의 실천이 진정한 의미의 전국화를 가져올 수 없다. 또한 서울 민중의 힘도 확보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학교급식운동도 서울이 제일 미약하고 괜찮은 지역 언론도 별로 없다.



박진 지역에서 인권운동을 해보면 할 게 없으면서 또 할 게 참 많다. 인권의제만이 아니라 무수한 다른 영역과 만나고 얽히게 된다. 이럴 때 각 운동의 영역은 두툼한 자기방식이 필요하다. 그게 운동의 횡단대화가 되든 뭐든 말이다. 또한 대중을 만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면 곧 대중의 언어를 잃어버리고 만다. 대중과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사회운동의 대안이념과 변혁의 전망은 무엇인가” - 사회운동 대토론회 1부
사회운동포럼 조직위원회의 ‘사회운동포럼의 이모조모’ 중에서 발췌
사회운동포럼 대토론회 1부가 열띤 토론 속에서 활발하게 진행됐다. 제목에서도 명확히 나타나듯, 대토론회 1부는 지난 시기 한국 사회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짚고, 새로운 운동에 걸맞는 보편적 이념과 전망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가장 아쉬운 점은 역시 3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다.


토론에는 백승욱 교수의 사회로 8명의 패널이 나섰다. 초반에는 참가자들의 시대 인식을 들었는데, 현 정세를 규정하는 핵심 모순인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확인했다.


물론 앞으로의 전망을 그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남은 시간에는 관련된 다양한 쟁점들과 새로운 운동에서 구현해야 할 원리들을 확인했다. 박김영희 활동가가 제기한 장애해방의 문제는 장애라는 하나의 이슈 차원에 그치지 않고, 이제까지 ‘소수자운동’이라는 범주 속에 애매하게 분류되었던 의제들을 우리가 그리는 새로운 보편적 전망 속에 ‘융합’시켜야 한다는 촉구였다. 특히 참가자들은 페미니즘 없이는 새로운 사회운동이 불가능하다는 데 중지를 모았다.


‘기존의 당-노조 중심 운동에 대한 평가’ 또한 주요한 쟁점이었다. 시간상 충분히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못했는데, 체제 내로 포섭될 위험에 항상 처해있는 정당을 사회운동적으로 개조하기 위한 열띤 논의가 앞으로 기대되는 토론이 진행되었다. 같은 맥락에서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관계에 대한 논의 또한 오고갔다. 생산단위에서의 협소한 경제주의적 이해, ‘소비자시민’ 담론에 포섭된 기존의 노동운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그 외에도 지역운동의 가능성, 사회운동포럼 이후의 총체적 전망, 사회공공성 담론의 의미와 한계 등 그야말로 굵직굵직한 쟁점들이 검토되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3시간은 너무나 빨리, 아쉽게 지나갔다.


온몸으로 소통하고 연대해야



민혜 소통은 스킬(기술)이 아니다. 어떻게 사람들을 불러 모을까만 생각하면 소통은 되지 않는다. 대학사회에서 진보적인 강연은 잘 되지만 대중운동은 잘 안 된다. 지역이나 기층 중심으로 현안의 투쟁을 잘 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스스로 교육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 중이다. 그 과정에서 해방감을 얻을 수 있어야 대중운동이 되고 소통과 연대가 이뤄질 것이라 본다.



문재현 나는 지역에서 놀이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같이 놀아보면 누가 소통을 잘 하는지 금방 안다. 제일 못 노는 사람, 안 나오는 사람은 운동권이다. 이야기하자, 술 먹자고만 그러지 몸은 안 움직인다. 하지만 소통은 몸이다. 그에 기반을 둔 소통이 되어야 한다. 소통의 근간은 생활양식인데 그 자체가 우리 몸 안에서 소통되지 않는다면, 우리 생활 안에 그 모순 구조가 그대로 중첩되고 있다면 무슨 운동이 되고 소통과 연대가 가능할 것인가. 나 자신을 성찰하고 사회, 지구와 만나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김진억 그럼에도 현실은 낙관적이다. 신자유주의는 계속 민중을 수탈하고 노동자 민중은 투쟁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투쟁, 특히 비정규투쟁에서 희망을 본다. 법 통과로 주체들이 자포자기, 절망에 빠졌는데 이랜드 투쟁을 보고 반전이 되었다. 노동자 민중의 투쟁은 파도와 같다. 거대하게 일어났다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사라진 듯 보였다가 해일이 되어서 다시 일어선다. 그러하기에 여기 이 자리에 모여 있는 활동가들의 자기 성찰이 그만큼 절박하고 중요한 시점이다.



이봉화 지역이 트렌드라고 했는데 지역으로 가는 순간 탈 정치화되기 쉽다. 여성의 역할, 노동 중심의 운동들, 해야 할 일이 많고 희망이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이걸 하는 데서 속도를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한다. 빠른 자본주의를 따라가는 빠른 운동으로는 자본을 이길 수 없다. 속도를 재구성해야 한다. 어떤 일이 시작되고 마무리 되는 과정을 제대로 밟아나가는 우리의 속도로 재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또한 교육의 문제가 중요하다. 운동의 현장에서 내가 가진 의문이 풀린 경험이 별로 없다. 떠나서 쉬면서 고민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고민하고 의문이 풀어지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원재 개인적으로 자기 상태나 나의 욕망이나 나의 정치적 목적, 이런 걸 잘 알아야 소통이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상대방, 타자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소통과 연대가 된다. 또 한 가지, 연대에 대한 상상력을 가졌으면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의제별 조직별 연대가 아니라 일상, 생활, 현장 속에서의 다양한 연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연대 자체의 다양성, 하나로 환원되거나 통일되는 것이 아닐 지라도 그러한 연대를 위해 사회운동포럼이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이해관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보면 우리는 서로의 삶에 침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너는 네가 좋아서 그거 하는구나 하는 식이다. 방어적인 방식이 아니라 훨씬 진취적인 방식으로, 기능적 연대를 넘어서 집중할 것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나열이 아니라 집중을 찾는 소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양미 얼마 전 읽은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가 떠오른다. 어느 날 갑자기 원인불명으로 모든 사람들 눈이 멀게 되면서 시작되는 소설인데, 지금부터라도 우리 자신에 대해 정확하게 보고 정확하게 소통하는 방식을 찾지 않으면 결국 우리 모두는 눈먼 자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 힘은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서 나온다. 자신을 어떻게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 가느냐 하는 고민을 더 많이 나눠야 한다.



정해권 지금 시기 거시적 개념의 담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10년을 온 미시적 담론의 구슬을 꿸 수 있는. 그리고 전략적 고민을 새롭게 해나가자. 평택 투쟁도 반기지 투쟁을 장기적 관점에서 하려면 지역적 기반을 갖고 생활과 연계되어서 오키나와처럼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기반이 없다. 돈을 모아야 되고, 비전을 모아야 된다. 또 하나, 사회주의, 생태주의, 무정부주의 이런 게 전략적 가치로, 화학적으로 합했으면 좋겠다. 그런 측면에서의 연대와 실천이 되어야 한다. 그 가운데 적색과 녹색, 검정색이 서로를 흔들었으면 좋겠다.



정리 | 편집부
사진 | 사회운동포럼 사이트 www.smf.orkr



토론회를 지켜본 이들의 말말말
3시간 넘게 계속된 사회운동 대토론회 2부 중간에 청중들의 발언을 듣는 자리가 있었다. 사회자와 주최 측의 배려(?)로 상당한 시간이 주어졌지만 이 순서에서 충분한 문제제기와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기는 역시 어려움이 있었다. 거기서 나온 이야기를 간추렸다.



술자리에서만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던 구체적인 경험을 근거한 이야기들이 이 자리에서 되었다는 점에서 반갑다. 또 하나, 페미니즘이 사회운동 전체에 녹아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전국학생행진 소속 대학생



토론을 들으면서 사회운동에서 중심 고리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편 사회운동의 소통과 연대를 확장해줄 대중매체를 사회운동단체들은 얼마나 폭넓게 고민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회운동의 의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소통하고 공감하게 하는 대중매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성균관대 법대 학생



1부 토론부터 들었는데 노동운동이 욕을 많이 먹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87년부터 운동의 중심, 대표성이 노동운동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지역에서 대중적으로 자생하는 노동운동 단체는 다 없어지고 내부로 축소되면서 그 가운데 소통이 사라졌다. 소통과 연대가 없으니 운동은 더욱 축소되고 기층민중은 투쟁을 열라 하고 있는데 이런 기층과 연대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운동의 위기가 왔다고 진단한다. 지금은 상층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부터 소통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되어야 한다. - 대구에서 온 활동가



앞에서 지적했던 성과주의, 관료주의는 지역에서 실제 심각하다. 심지어 어떤 조직은 반동적인 모습을 공공연히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연대는커녕 방해나 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편 요즘 돌봄에 대한 관심이 많다.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역에 대해 피상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과학적으로 접근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춘천지역 휴직 중인 전교조 조합원



의외로 재밌다. 정세를 전망하고 결의하는 구태의연한 자리가 아니라 반성하고 잘못과 자기 상처를 드러내는 것은 독특한 체험이었다. 운동은 권력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일상에서의 변혁과 실천이 함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반추하면서 고민을 진척해봤으면 좋겠다. - 학생 활동가



얼마 전 한 단체 기관지가 동성애자를 자본주의의 찌꺼기처럼 표현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것이 운동사회의 현실이다. 97년부터 시작했는데 언제까지 동성애자들은 집회현장에서 무지개 깃발 흔들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무엇보다 자기 조직 안에서부터 소통에 대해 의제화하고 고민해야 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고용보장이 되지 않고 학교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퇴학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소통은 보다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져야 하고 그런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 성소수자 단체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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