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특별기회] 비정규직보호법이 만든 수배자들에 대한 연대를 호소합니다

명동성당 신도들께 드리는 인권단체의 호소문

지난 11월 20일 수배자를 포함한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은 명동성당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두 차례에 걸쳐 명동성당 신도들에 의해 이들의 천막이 철거되었으며, 명동성당은 수배자의 신변보호를 약속하며 노동자들의 퇴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연석회의는 긴급하게 호소문을 발표했습니다. 어느덧 길 위에서 해를 넘길지도 모를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담아 호소문을 전합니다.


차가운 바람이 살 속을 파고드는 계절입니다.


저희는 인간의 존엄을 위해 활동하는 인권단체 활동가들입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 명동성당 들머리에 맨몸으로 맨바닥에서 지내고 있는 이들은 뉴코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은 뉴코아 사측이 지난 7월 1일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에 대비해 계약직 여성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고 불법적인 용역으로 전환하는 것을 막기 위해 투쟁해오다 결국 이곳 명동성당 들머리까지 몰려온 노동자들입니다. 그 동안 인간적 권리인 노동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투쟁해온 이들의 정당한 요구는 노동부와 사측의 외면으로 수개월째 거부됐으며, 언론조차 이들을 폭도로 몰아갔고, 정당한 파업투쟁마저 경찰폭력에 짓밟혀 노동자의 대량 연행과 구속 및 수배를 낳았습니다. 결국 정부는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 법을 만들며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를 수배자로 만드는 사기극을 자행한 것입니다.


한국의 현대사에서 명동성당은 민주화의 성지이고 사회적 약자의 마지막 피난처였습니다. 억압과 차별에 고통 받는 사람들은 명동성당의 보호를 받으며 그 정당성을 외칠 수 있었습니다. 95년 김영삼 정권이 명동성당을 군홧발로 짓밟았을 때 서울대교구는 “교회가 사회의 약자와 억울한 사람과의 연대를 포기한다면 스스로 하느님의 성역을 지킬 자격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그 사명을 이야기한 바도 있습니다. 명동성당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힘을 앞세운 강자의 폭력 앞에서 사회적 약자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주었고, 이것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향상에 크나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여기 뉴코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생존을 위한 일자리를 빼앗기고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혹자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사회적 약자도 아닐뿐더러 이익단체들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치부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에 진정한 사회적 약자는 누구입니까? 87년 민주항쟁을 통하여 형식적인 민주주의는 이루어졌다고도 말하지만, 민중들의 인권은 더욱더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삶은 파탄에 이르고 있습니다. 2007년 대한민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권리를 빼앗긴 채 가장 억압받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지금 이 시대에 권리를 빼앗기고 투쟁하는 사회적 약자에 지지와 연대의 힘을 보태주시기를 호소 드립니다. 명동성당이 그동안 담당해왔던 숭고한 역할을 계속 해주시기 바랍니다. 힘으로 밀어붙이고자 하는 강자의 폭력 앞에서 그들이 정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인권의 실현을 위해서 그들이 정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시기 바랍니다. “낮은 데로 임하소서”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명동성당은 그동안 몸소 지켜왔습니다. 이 귀중한 실천을 계속해주시기를 호소 드립니다.



2007년 11월 24일 인권단체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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