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특집] 대한민국 ‘진보’를 넘어서는 여행을 시작하자

한국사회당, 반대를 넘어 ‘대안’의 정치로

한국사회당은 2007년 12월 19일에 한국사회가 진보정치세력이 뿌리내리기에는 매우 척박한 토양임을 다시 한 번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1987년 체제가 종식되는 시점의 대안으로 국민들은 진보정당 대신 한국전쟁 때부터 존재하던 보수정당을 선택했다. 2004년 총선에서 13% 이상을 득표하며 원내에 진출한 민주노동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도 단호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토양이 원래 그랬다고 한탄만 하는 것은 진보정당에게도, 한국사회의 미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사회당은 지난 10년간 진보정당의 무능함이 원인이 돼 국민들이 17대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보수정당을 선택했음을 알고 있다. 한국사회당은 2006년에 미래전략기획안을 수립하고 17대 대선에서 현실 가능한 대안을 중심으로 ‘무능한 진보’를 넘어서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1년의 노력으로 10년의 무능함을 대체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사회당이 지난 2006년 10월에 금민 대표(17대 대선 후보)를 선출하며 구상한 미래전략기획안에는 대한민국의 세 체제, 즉 1953체제, 1987체제, 1997체제를 극복하는 대한민국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담겨 있었다. 반대의 정치를 넘어서 대안의 정치로! 모든 국민이 국민답게 사는 사회적 공화국 수립이 한국 진보정당이 당면한 과제임을 분명히 인식했다.



한국사회당의 미래전략


실제로 17대 대선은 한반도 종전체제(1953체제)의 종식이 임박한 시기에 치러지는 선거였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구체적으로 진행됐다. 때맞춰 한국의 진보정당은 1953체제에 기생해 온 제도(국가보안법 등)와 수구세력을 대체할 평화체제 한반도의 대안을 수립해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했다.


17대 대선은 또 다른 한편으로 1987년 민주화 항쟁을 통해 등장한 개혁세력의 무능함에 대한 심판을 의미하기도 했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 헌법재판소 설치 등으로 1987년 이후 형식적, 제도적인 민주화가 진전됐으나 실질적인 민주화는 달성되지 못했다. 1997년 이후 사회 양극화가 가속화되면서 국민의 참정권은 더욱 양극화됐다.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서 모든 국민에게 공통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민주화를 수립하는 것이 절박한 과제가 됐다.


1987체제의 완성은 신자유주의 양극화의 1997체제 극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극심한 경제적 양극화의 해소가 참정권, 교육권, 문화적 권리 등 제반 권리의 보장을 위한 국민 공통성 수립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은 1997체제 극복을 위한 실현가능한 진보적 경제성장론, 즉 양극화를 양산하는 산업 구조 전반을 혁신하는 새로운 경제대안을 제시해야 했다.


국가가 국민 모두의 복지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방식으로 국민 모두의 공통성을 보장하는 사회적 공화국 수립이란 한국사회당이 17대 대선을 통해 제시한 1953체제, 1987체제, 1997체제 극복 이후의 대한민국 국가 비전이었다.


한국사회당은 이를 위해 17대 대선에서 ▲국민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해 모든 국민이 국민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소득 보장 ▲노동교육 강화를 통해 고숙련화된 노동을 바탕으로 지식기반 산업사회로 리모델링 ▲노동사회혁신기금을 조성해 노동교육 비용을 국가와 기업, 국민이 공동으로 부담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를 통해 국가경제에 책임이 큰 기업에 대한 국민 통제 체제 수립 ▲주식회사법을 개정해 기업 의결권을 이사회와 감사회(주주와 노동자가 선출한 대표)로 이원화 ▲평화가 주권의 전제라는 인식 하에서 비핵화와 군축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체제 수립 ▲진보적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한반도 평화경제를 수립하는 것 등을 핵심 정책 공약으로 제시했다.



저항의 정치가 아닌 대안의 정치


사회적 공화국 수립이라는 한국사회당의 거시적 국가운영 기획은 또 다른 한편으로 민주노총, 전농 등 저항의 정치, 반대의 정치에 기대어 온 대한민국 진보정치세력을 집권 가능한 대안정치세력으로 혁신하기 위한 진보정치 혁신 기획과 맞닿아 있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의 진보진영을 대표해 온 민주노동당의 무능함이란 집권 이후에 대한민국을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비전을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는 것에 있었다. 한미FTA에 반대하지만 신자유주의 시대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 갈 수 있을지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NL-PD 논쟁에도, 반종북주의 주장에도, 코리아연방공화국에도 낡은 관념이나 선언만 있을 뿐 대안이 없다.

사진 | 한국사회당

그러나 17대 대선의 결과를 놓고 봤을 때, 한국사회당이든 민주노동당이든 진보정당은 스스로를 대안의 정치로 혁신, 재편하고 국민들에게 국정을 책임 있게 운영할 수 있는 집권 가능한 세력으로 인식시키는 것에 실패했다. 17대 대선은 지난 10년간 국정을 운영해 온 민주개혁세력의 무능함에 대한 심판과 함께, 민주개혁세력을 뛰어넘을 수 없는, 더 무능한 진보정치세력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그런데 17대 대선 결과만 놓고 사회적 공화국 수립이라는 진보정치세력의 대한민국 국가비전을 폐기하기는 아직 이르다. 새로운 대안, 진보정치세력의 국가운영전략이 수립되고 사회적 공화국 국가 비전과 논쟁이 가능할 때만 사회적 공화국 수립 기획의 존폐를 논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대안의 정치를 포기하고 저항의 정치로 돌아간다면 한국 진보정당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국민들에게 선택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17대 대선 패배라는 값비싼 경험을 통해 한국사회당이 절감하는 것은 새로운 진보든 낡은 진보든 더 이상 ‘진보’의 이름으로 국민들에게 대안정치세력으로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반민주 대결 시대 이후를 위해 진보-보수의 대결 구도가 회자됐지만, 진보는 제 역할을 하기도 전에 국민들에게 낡은 것으로 인식됐다. 원래 ‘진보’란 언제나 낡은 것과 대립하는 것이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항의 정치에 기대어 온 한국의 진보정당은 그렇지 못했다.


따라서 17대 대선에서 값비싼 패배를 경험한 한국사회당이 분명히 인식하는 것은 이제 국민들에게 ‘진보’까지 넘어서는 미래를, 대안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임세환 | 한국사회당 부대변인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