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인다방] 이주노동자 지원을 위한 벼룩시장

대안생리대 보급운동을 하다 보니 재료가 되는 원단 등을 사러 동대문시장에 자주 가게 된다.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 정도 가는데, 가끔은 100마 가량의 원단을 날라야 할 때도 있다. 내 자전거에 너무 무거운 짐은 싣지 못하기 때문에 그럴 땐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정류장에 짐을 내리고 앉아 버스를 기다릴 때 가장 반가운 것이 무엇일까? 바로 저상버스다. 20kg이 넘는 커다란 두루마리 원단을 어깨에 메고 버스에 오를 때 낮은 문턱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저상버스가 다니지 않았다면 나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지난날 장애인이동권연대가 중심이 되어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를 위해 사람들이 온몸에 쇠사슬을 묶고 투쟁할 때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 눈물겨운 투쟁의 결실은 나에게까지 고르게 찾아온다. 이렇듯 우리가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싸울 때 그 혜택은 고스란히 일반인에게 돌아가는 법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나는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이주노동자 지원을 위한 벼룩시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물건을 판다. 요즘엔 물건이 넘쳐나는 시절이기 때문에 누구나 별로 쓸모없는 물건들이 있는 법이다. 그런 것들이 다른 사람에겐 무척 요긴한 생활용품이 된다는 점에서 벼룩시장은 아름답다. 게다가 여기서는 투쟁자금과 후원금을 모을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는 매주 십만 원 이상씩 모아나가고 있다. 2월말까지 백만 원 이상을 모을 계획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전단지도 만들어서 이주노동정책과 출입국관리법의 문제점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내가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면 지나가던 사람들도 흥미가 생기는지 발걸음을 멈춘다. 우리는 다큐멘터리를 같이 보기도 했다. 벼룩시장이라는 이름이 하찮게 들릴 테지만 정치와 경제와 문화를 하나로 버무린 대안활동인 셈이다. 벼락처럼 닥쳐온 강제추방 앞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어디서건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우리가 가진 조그만 힘을 모아보자. 그 혜택은 한국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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