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사람이 사람에게] 포기할 수 없는 꿈을 밀고 가자

이 잡지가 독자들의 손에 들어갈 즈음에는 이미 새해는 밝았을 겁니다. 새해에는 새로운 꿈을 꾸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2008년 쥐띠 해를 넘기고 소띠 해를 맞은 2009년 새해 벽두에는 덕담을 나누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렇지만 이 글을 쓰는 2008년의 12월 마지막 주, 이미 경제는 얼어붙었고, 경제위기는 실물로 옮겨 앉아 가장 밑바닥의 사람들부터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가 진행되었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상황도 불안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미 일해도 더 가난해지고,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진 지 10여 년인 상황에서 민중들이 처지는 더욱 급격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어디 발 딛어 한발 물러날 곳조차 없는 사람들을 더 떠밀어내는 현실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지배하는 국회는 이명박의 지시를 받아 언제라도 악법들을 무더기로 날치기 통과시킬 태세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 야당 의원들이 농성을 벌이고는 있지만, 수적으로 열세인 이들을 끌어내고 가결의 방망이를 두드리기는 너무도 쉬워 보입니다. 작전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그들은 결행의 시간을 조율하면서 마지막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을 겁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투쟁을 위해 농성 채비를 하고 여의도로 달려가기 직전에 이 글을 씁니다.


늘 국회의사당 안으로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우리는 국회 밖에서 차가운 겨울바람을 이기며 노숙 농성을 해야 합니다. 12월 26일 시작된 언론노조의 파업, 생각보다 시작은 괜찮습니다. 여론의 지지도 좋습니다. 그리고 모든 단체와 네티즌들이 함께 합니다. 그렇게 모일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분명 국회 밖에서는 이 연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 진행됩니다. 얼마나 모일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국회 앞으로 몰려와서 이명박 독재의 법적 기반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 나설까, 아직은 투쟁이 시작되기 전이므로 초조하게 기다립니다. 찬바람 부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 나는 이 투쟁의 앞에 서 있습니다. 깨질 때 깨지더라도 제대로 된 투쟁을 하면서 깨져야 하는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초초하기만 합니다.
국회에서 법안들이 무더기로 날치기 처리된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정권 퇴진투쟁은 당연한데, 어떻게? 이제 합법적인 공간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걸핏하면 감옥에 끌려가거나 엄청난 벌금폭탄을 맞고 전과자가 양산될 겁니다. 그러면서도 굴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고, 그 가운데 용기를 얻고, 삶의 방향을 찾아 저항에 나서는 거대한 역사의 전진을 만들어야겠지요. 우리는 혼란스럽게 새로운 상황에 허둥대면서도 길을 찾을 것이고, 길에 나선 많은 이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1년. 언론들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 1주년에 맞추어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주의의 후퇴로 귀결되었습니다. 오히려 이명박을 두둔하려는 보수언론들의 노력이 가상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밀고 왔다는 민주주의가 사실은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었는지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경제적인 토대가 없는 민주주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배제한 채 만들어진 자유민주주의는 그야말로 취약했습니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이명박 정권에 맞서 촛불을 들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대통령이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중심제에서 이명박이라는 희대의 악한이 그동안의 민주화 운동의 성과도 사회적 합의도 한 순간 되돌릴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시민사회가 통제할 수 있을 것 같던 국가권력 기구들이 대통령이 바뀌고, 한나라당이 다수당을 장악하자 하루아침에 변질되었습니다. 검찰, 경찰, 국정원만이 아니라 국세청, 감사원, 그리고 모든 정부 부처가 대통령의 지시를 일사불란하게 처리하기 위해 억압기관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그야말로 거대한 반동의 흐름이 밀어닥치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명박 정권 1년 동안 가장 심각하게 후퇴한 영역은 민주주의의 척도로 인식되는 표현의 자유 영역입니다. 이제 촛불문화제를 하기도 힘들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이 아직은 공론의 장으로 제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곧 그만큼의 자유도 허용되지 않을 겁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의 개악을 통해서 아예 인터넷이라는 공론의 장을 침묵의 바다로 만들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벌써부터 권력자를 비판하는 글에 대한 삭제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정부를 비판했던 방송사의 주요 프로그램들은 폐기되거나 검찰 수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공영방송을 민영화하여 재벌과 조중동에게 방송을 넘기겠다는 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언론은 장악하고, 인터넷에 대한 통제는 강화하겠다는 발상입니다. 거리에서도 온라인에서도 표현의 자유는 이처럼 구체적으로 후퇴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이 길어졌습니다. 아마도 이 잡지가 독자들의 손에 들어가 있을 때에는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끌어내고, 날치기로 이른바 이명박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키고 난 후일 겁니다. 이제 이명박을 제왕으로 받들고, 그 제왕에 대한 어떤 비판도 허용하지 않는 법안들이 대통령의 공포만을 기다리는 상황일 겁니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같은 큰 줄기의 경제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방송을 재벌이 장악할 수 있도록 하고, 공공부문을 민영화할 수 있도록 터주고, 국정원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감시와 통제의 그물망을 확실하게 정비하는 법안들이 이제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히틀러가 수권법을 통해 권력을 장악하였고, 그런 뒤 입법과정을 통해 합법적 통치를 했듯이 이명박 정권은 제왕적 대통령으로 충성을 맹세하는 신하들의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국가에 대한 충성은 곧 대통령에 대한 충성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에 저항하는 일에는 대단한 각오가 필요할 것입니다.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일은 히틀러는 합법적 폭력수단만이 아니라 비합법적 폭력수단으로도 정적들을 제거했다는 점입니다. 뉴라이트들은 아예 이명박 정권에게 독재를 확실하게 하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애국행동부대’와 같은 우익행동단체들을 결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진보운동진영에 테러를 가할 것이라는 점도 익히 염두에 두어야 할 일입니다.


새해 벽두에 우울한 전망만 내놓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좌절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2008년 한 해 동안 우리는 보수화되고, 탈정치화되어 세상의 변화에는 무감할 것 같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한 순간 거리를 메웠던 감격스런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현재의 민주주의 한계를 지적하고,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우리사회에 아로새겼습니다. 실망스런 운동진영을 대체하여 그들은 우리사회의 민주주의와 진보를 향한 열정을 내내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은 광우병 쇠고기 문제만이 아니라 교육, 공공성, 대운하 등의 문제까지, 그리고 비정규직 , 역사교과서 문제까지 자신들의 의제로 삼았습니다. 역동적인 시민들이 있는 한 이명박 독재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점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발적인 동의가 아닌 폭력과 강요에 의한 굴복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2009년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린 민중들이 그대로 체념하고, 좌절한 채 숨죽여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해 촛불을 들 때는 망설였던 청년층이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아무리 독재의 법이 강력하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해도 이제 소수 부자들만의 독재라는 이명박 정권의 본질이 드러나고 있는 이상 이명박 독재 타도가 소수의 구호가 아니라 대중의 구호로 전화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늘 혼돈 속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립니다.


이제 중산층적인 성격의 촛불만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의식으로 무장한 민중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들이 연대한다면 아무리 독재의 군대와 경찰이 그리고 비밀경찰이 공포를 조장하고 억압한다고 해도 능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역사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와 같은 군사독재와 싸워서 이긴 민중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역사는 잠시 뒷걸음질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럴수록 소통과 정보의 공유, 그를 통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 민주적 절차의 존중, 연대와 저항과 같은 가치들은 더욱 소중합니다. 독재자와 민중은 다르다는 것, 진보로 나아가는 사람들은 다르다는 자긍심을 가져야겠지요. 새해를 맞는 잡지라서 이번 호에는 몇 분의 신념 덕담(?)도 실어보았습니다.


어느 순간에도 체념은 금물입니다. 소의 해에 소처럼 우직하게 진실을 추구하는 민주주의의 행진을 새롭게 해야겠지요. 희망은 저절로 오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자의 것이고, 저항하는 가운데 연대하는 이들의 몫입니다.


새해, 희망을 찾아 함께 길을 떠났으면 합니다.



-2009년 새해 수원에서 박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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