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특집] 인권을 넘보는 청소년들이 직접 쓴 책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ㅋㅋ』

책 권하는 글을 써달라고 하여, 청소년인권에 대해 무슨 책을 권할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나 떠오르는 책이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뿐이었다. 개중에는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처럼 출간된 지 오래 되어서 소개하자니 좀 뒷북 같은 책도 있었고,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처럼 나쁘진 않을 거 같기는 한데 청소년인권에 대해 알게 해주는 이야기라기에는 좀 애매한 책들도 있었다.


결국, 좀 민망하지만,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ㅋㅋ』(약칭 『머.피.인』)를 권해드리기로 했다. 왜 민망하냐 하면 이 책의 저자가 “공현 외 12명”이기 때문이다. 내가 쓴 책을 내가 추천하려니 민망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자뻑’같고, 인세 많이 받으려는 얕은 술수 같기도 하지만 정말 진심으로 청소년인권 분야에 딱 이거다, 하고 추천할 만한 책이 부족해서 그렇다. 믿어주시라.


제목에서도 딱 ‘삘’이 오겠지만 『머.피.인』은 청소년인권을 주제로 한 책이다. 청소년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청소년인권활동가들이 직접 다양한 청소년인권 이슈들에 대해서 글을 쓴 것으로, 저자들 중 반수 이상이 청소년이고 나머지도 청소년 때 청소년인권운동을 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 청소년인권이란 무엇인지, 청소년인권의 목소리가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다. 한때는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인권이라고 하면 학생인권(또는 두발자유, 체벌, 종교자유) 아니면 청소년보호(아동학대, 청소년유해물 차단 등)만 생각나던 때가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 발전해온 청소년인권운동은 사회적으로 청소년이란 대체 무엇인지 질문하며, 청소년들에게 가해지는 수많은 인권침해와 억압들에 대해 자기만의 논리를 가질 정도가 되었다. 그 성과로 나온 『머.피.인』은, 청소년이라는 존재에 대한 고찰과 교육제도에서부터 두발규제, 체벌, 정보인권, 소지품 압수, 급식 등 다양한 학생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그 다음엔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 경제적 권리(빈곤, 노동권, 주거권 등등), 청소년보호주의에 대한 비판, 청소년들의 성(性)적 권리, 성소수자 청소년의 인권, 청소년인권과 여성주의의 만남 등 다양한 주제들을 청소년인권의 말로 엮어냈다. ‘청소년들에게 섹스할 권리를’ ‘청소년보호법은 없어져야 한다’ 등 지금의 사회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도 가득하다. 『머.피.인』은 인권을 보장해달라고 어른들에게 부탁하거나 청하지 않는다. 『머.피.인』은 인권을 ‘넘보’는 책이니까 그렇다.


다 읽고 나면 다루었어야 할 것 같은데 다루지 않은 것 같은 주제들도 있을 것이다. (왜 성소수자 청소년 이야기는 있는데 장애 청소년 이야기는 없나?) 구성이 허술한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최초로 청소년의 입장에서 직접 청소년인권문제 전반을 다루려고 한 책이라는 점에서 약간은 관대한 평가를 내려줄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면 청소년인권운동이 지향하는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어렴풋이 상상이 된다는 점에서 『머.피.인』은 괜찮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 있게 권해보겠다. 청소년인권, 청소년인권운동을 알고 싶으면 우선 이 책을 읽어보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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