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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당원 가입 혐의 ‘죄 물을 수 없다’

후원금만 법 위반 벌금 20~30만원, 다시 한 번 사실상 무죄 판결

법원이 진보정당 후원과 관련해 올해 기소된 교사와 공무원 모두에게 당원 가입 혐의를 ‘면소’ 판결했다. 죄를 물을 수 있는 시한이 지난(공소시효 완성) 점을 인정해 검찰의 기소 사실에서 제외한 것이다.

그러나 후원금과 관련해서는 정치자금법 위반을 적용해 20~3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올해 기소된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로 제주와 서울, 대구·경북 등 각 지역에서 이어질 선고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첫 선고, 법원 “공소시효 완성 됐다”

수원지방법원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동훈)는 28일 오전 310호 법정에서 연 정당 후원 관련 선고공판에서 전교조 교사와 전국공무원노조 공무원 등 61명에게 정치자금법 위반만을 인정해 벌금형을 내렸다. 이 가운데 벌금 30만원이 12명이고 벌금 20만원은 40명이다. 9명은 벌금 20만원을 받았으나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선고유예 처리됐다.

지난 해 먼저 기소된 교사와 공무원 267명에게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올해 1월 벌금 30~50만원을 선고한 1심보다 다소 낮아진 판결이다.

재판부는 먼저 당원 가입과 관련해 “피고인들이 당원으로 가입했거나 직접적인 활동을 한 여부를 파악할 수 없고 후원회원 형태로 볼 수 있다”면서 “또 가입원서를 작성한 시점이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보는 것이 정당하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면소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정당법과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가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공무원의 정당 가입 공소시효는 3년이다. 지난 1월 같은 혐의가 무죄 또는 면소 판결을 받았는데도 검찰이 지난 7월 다시 같은 혐의로 기소한 것은 무리였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하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후원금이라 하더라도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투명한 확보와 부정을 방지하려는 정치자금법의 입법취지에 맞지 않게 법이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금원을 납부한 행위는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매달 1만원 정도의 작은 금액이고 가입할 때 후원회가 있었고 이 사안으로 공무원 직위를 박탈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측면이 있다”면서 벌금 20~30만원의 양형 결정 이유를 밝혔다.

또 재판부는 공무원의 정당 가입 등을 막은 정당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이들이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에 대해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현 법상에서 표현의 자유도 최소한의 제한이 가능하다. 초·중등교사와 대학교수의 차이 역시 합리적 차별이라 할 수 있다”면서 기각했다.

정치탄압 저지 공대위 “환영하나 미흡...무죄 판결 위해 항소”

진보 정당 후원과 관련한 판결이 끝난 뒤 공무원·교사 정치탄압 저지를 위한 야당-시민사회 경기도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항소할 계획을 밝혔다. 최대현 기자

선고를 들은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왜 벌금이 20, 30만원으로 나뉘었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6일 동안 감치를 당하는 게 나은 것 같다”면서 “반 아이들에게 재판 받고 온다니 오히려 박수를 치더라. 재판이 얼마나 우스워졌는지 알 수 있다. 시민으로서 정치적 자유를 보장해야 할 사법부가 각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교조 경기지부 등 ‘공무원·교사 정치탄압 저지를 위한 야당-시민사회 경기도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곧바로 항소 계획을 밝혔다.

공대위는 판결이 끝난 뒤 수원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나름 공정하게 판결하고자 하는 고충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부의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는 점에서 다소 미흡한 판결임에는 틀림없다”며 “유죄 취지로 판결한 부분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이 내려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공대위는 교과부와 경기도교육청에 징계의결 요구 자체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충익 전교조 경기지부장은 “재판장이 현재의 법에서 어쩔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많이 했다.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완전히 보장하기 위해 내년에 반드시 법을 개정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검찰도 항소 계획을 밝혀 항소심에서 다시 한 번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질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달 2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기소된 교사와 공무원에게 징역 4~6개월, 벌금 50~2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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