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아이들을 사랑하는가? 그럼 혁신학교와 결혼하라"

7. 좌담/ 새로운학교, 희망을 현실로!

일시:12월7일(수) 오후 6시 30분

참석자:

손동빈·서울 신도림중(교육혁신부장)

양성호·전북 대리초(교무부장)

이부영·서울 강명초(혁신부장)

황호영·전교조 새로운학교특별위원장







황호영: 반갑다. 멀리서 오신 분도 있고 서로 자신의 혁신학교를 간단히 소개해 보자.

 

이부영: 올 3월 1일 서울 상일동에 혁신학교로 문을 열었다. 혁신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특수학급을 포함해 모두 33학급, 학생은 962명이다. 학교 주변은 택지가 개발된 곳이다. 시프트 아파트가 90% 가까이 차지한다.

 

손동빈: 올해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1·2호선 신도림역 주변에 있다. 예전에는 공장지대였다. 최근에 신흥주택단지로 아파트가 많이 들어섰다. 목동이 가깝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학원을 많이 다닌다. 혁신학교로는 학급당 학생 수가 많다. 1학년만 봐도 33명이다. 시설, 여건 등이 대도시의 일반적인 중학교라고 보면 된다.

 

양성호: 전북 임실에 있다. 폐교 위기에 있던 학교였다. 선생님은 물론 마을과 같이 힘을 합해 학교를 살려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지역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주에서 살다가 동료 3명과 함께 이사를 했다. 살아보니까 좋더라.(웃음)



손동빈·서울 신도림중(교육혁신부장)
"문·예·체 교육으로 스트레스 풀어주니
혁신학교 자랑스럽다더라
행복 위한 새로운 교사론 필요한 시점"
 

황호영: 그러면 어떻게 혁신학교를 시작하게 됐나?

 

이부영: 사실은 지난 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경쟁만 강화되는 속에서 도무지 학교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해도 잘 안 되고. 그런데 그 때 명퇴 지원금이 줄면서 기준 경력이 예상 외로 33년으로 올라갔다. 그래서 못했다.(모두 웃음)

 

그러다 곽노현 교육감이 당선이 됐다. 혁신학교 얘기가 나오니 관심이 가더라. 예전에 참교육을 실현할 실험학급을 만들어 보자고 했던 것을 해 볼 수 있겠다 싶었다. 마음 맞는 교사들과 개설요원으로 함께 학교를 지원했다. 서울형 혁신학교 매뉴얼을 만들면서 행복했다. 그동안 생각한 학교, 하고 싶은 학교, 만들고 싶은 학교를 매뉴얼에 다 넣었다. 10개월이 지났는데 매뉴얼대로 하고 있다.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혁신학교가 비교육적인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우리는 기존의 것을 그대로 한 적이 없다. 공문도 그랬다. '왜 할까?'라는 생각으로 선생님들과 논의해서 학교에 맞게 바꿔서 했다. 그런데 그게 되더라.

 

양성호: 전교조도 그렇고 농촌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무엇으로 살릴 것인가에는 딱히 답이 없더라. 20여 년 전만해도 교사들이 학교 근처에 살면서 교육운동과 지역운동을 함께 해 왔다. 개인적으로 여기에서 답을 찾고자 했다. 시골로 가서 살면 될 것 아닌가. 그래서 이사를 했다.

 

그러고 나니 김승환 진보교육감이 당선이 됐다. 혁신학교를 하면 더 뒷받침될 꺼라 생각했다. 혁신학교를 왜 하냐보다 왜 생겼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건 결코 교사들의 요구가 아니다. 공교육이 정상적이었다면 생겨날 일이 없었다. 사회적인 요구다. 그러면 어떻게 대처하고 얼마나 신뢰를 받으면서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손동빈: 지난 해 6월부터 혁신학교에 관심 있는 전교조 남부지회 선생님들과 모여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먼저 새로운 학교를 탐방했다. 내부형 공모제 학교인 충남 홍동중을 찾았다. 그 때 한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혁신학교는 교사가 행복하려고 하는 거다. 교육활동을 하고 교육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라면 누구든지 시작할 수 있다.”

 

가슴에 남더라. 혁신학교 연수를 우리 학교에서 했다. 자연스럽게 학교선생님들이 듣게 됐고 혁신학교를 하자고 했다. 76%가 찬성했다. 일반적인 표준 학교에서 혁신학교를 진행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부영·서울 강명초(혁신부장)
"민주적 운영으로
교사자존심 회복이 핵심혁신
전교조 좀 세게 나가라"
 

황호영: 참으로 다양하게 혁신학교를 시작했다. 공통점은 세 분 선생님의 삶 속에서 진행되는 점이다. 해 보니 어떤 게 좋던가. 성과가 있나.

 

이부영: 교대 졸업 뒤 처음 지원해서 발령받은 곳이 강화 석모도에 있는 학교였다. 시골학교에서 생활해 보니 민주적이지 않았다. 지금도 도시의 큰 학교보다 시골학교가 좀 더 그런 면이 있다 생각한다.

 

그래서 학교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꿈꿨다. 혁신학교에서도 가장 먼저 혁신해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좋은 것도 무조건 협의해서 하자고 했다. 논의가 안 되면 하지 말자였다. 그게 결국 학교를 살렸다. 내가 결정해서 내가 하니까 즐겁더라. 그 과정에서 선생님들이 자존감이 회복됐다고 생각한다. 학교문화가 바뀌니 능력이 발휘됐다. 선생님들은 “내가 이런 능력이 있는 지 몰랐어"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학교장과도 같이 가려고 하고 있다. 혁신학교라는 배를 같이 탄 사람이 아닌가. 학교장이 권한을 많이 내놓아 교사들에게 나눠주도록 하고 있다. 지금도 교장과 어떻게 같이 잘 갈 것인가가 늘 고민이다.

 

손동빈: 부장에 대한 불신은 없던가.(웃음)

 

이부영: 없다. 교사들이 직접 뽑으니까 신뢰한다. 올해 부장이 처음이다. 업무를 못해도 부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교장과 잘 조율하고 교육청에서 오는 공문 잘 막아주겠다고 했다. 상호존중과 협의가 시스템 변화를 가져오면서 선생님들이 능력을 자연스럽게 발휘하고 있다.

 

양성호: 이 선생님 말처럼 혁신학교의 기본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가 교사들의 자발적인 성장인 것 같다. 여러 방식이 있을 텐데 우리는 지역 속에서 함께 자라는 학교였다.학교 밖에 있는 교육이 훨씬 많다고 생각했다.

 

학부모들이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일정 정도 자격이 되는 학부모를 방과 후 학교 강사로 모셨다. 그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제과제빵 자격증을 땄고 최근에는 함께 창업도 했다. 마을과 함께 공모 사업도 하고 있다. 농촌유학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교사들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1주일에 한 번씩 지역과 혁신교육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올해 발령을 받은 선생님은 친구들과 만나면 어떻게 그런 것도 아느냐며 많이 변했다는 말을 듣는다고 하더라.(웃음) 학부모와 함께 지역 속에서 성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손동빈: 학교를 둘러싼 지역 조건 때문인지 학생들이 지나치게 보호받고 있는 것 같다.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스트레스로 여길 정도였다. 그래서 올해는 학생들이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가자는 뜻에서 문·예·체 활성화에 힘을 썼다. 동아리 활동을 많이 했다.

 

주말리그전에 꾸준히 참가한 농구반 한 학생이 혁신학교가 된 게 자랑스럽다고 하더라. 스트레스가 풀리니 공부가 더 잘 된다고 했다. 동아리실까지 새로 만들어 댄스반을 만들었다. 한 학생이 집에 돈이 없어 춤을 출 수가 없었는데 학교에서 이를 제공해 줘 진로에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쓰기도 했다. 표정도 밝아졌다. 학교 분위기도 그렇다. 학생들에게 이런 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양성호: 혁신학교는 중학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동아리, 스포츠클럽으로 끼를 발산하면 그 지역 초등학생에게 영향을 준다. 롤 모델이 되기도 하더라.

 

손동빈: 맞다. 그 전에는 방과 후 학교가 교과프로그램이 90%였는데 지금은 거꾸로 됐다. 반발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더라.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해주는 게 좋다. 그런 점에서 서울형 혁신학교에서 강조한 문·예·체 교육이 의미가 있다.

 

양성호·전북 대리초(교무부장)
"지역과 함께 자라야 혁신학교
이를 흔드는 세력 압박해야"
 

황호영: 이쯤에서 과제를 짚어보자. 혁신학교가 진화하려면, 학교혁신으로 가려면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하나.

 

이부영: 위가 개혁되면 아래가 바뀌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더라. 그런 의미에서 평교사가 교장이 되는 내부형 공모교장이 늘어야 한다. 교사가 교장이 되는 게 중요하다. 승진제도 개혁은 혁신학교에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교육청 구태가 없어져야 한다. 학교를 힘들게 한다. 공문을 함부로 보낸다. 이번에도 협의 없이 혁신학교 컨설팅 한다고 일방 통보하고 연수 내용도 알리지 않고 1박2일 연수한다고 하고.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손동빈: 교사의 업무를 재조정해 행정업무를 줄이고 교과지도와 담임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시도한 것은 좋다. 그러나 교사의 삶에서 행복하다는 것과 편하다는 것은 다르다. 이 부분을 정리해야 혁신학교가 제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또 모범생으로 살아 온 교사들은 최근 변화하는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아이들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는 말이 예전보다 많이 나온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전교조 활동을 하면서 학교 현장의 문제를 교장이나 부장들 탓으로 규정한 경우가 많았다. 아직도 이런 문제가 여전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고민이다.

 

전교조 운동과 혁신학교 운동의 결이 같은 거냐 하는 점도 짚어봐야 한다. 혁신학교 출발 자체가 진보교육감의 아이템으로 된 측면이 있고. 전교조 조합원들의 생각이 꼭 혁신학교 정신과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이 생각하는 혁신학교도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이들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고민이다.

 

양성호: 저 같은 경우는 전북도의회에서 혁신학교를 정치적으로 공격하면서 힘들어졌다. 내년 혁신학교 예산도 절반을 삭감했다. 교육청이 정치적인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교육청에 진출하거나 내부형 공모제를 하는 등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들을 만나고 힘을 다지는 게 더 필요하지 않겠나하는 생각이다.

 

이부영: 학교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교장의 권한 위임에 대한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 동시에 혁신학교를 부정적으로 보는 세력에 발목을 잡히지 않기 위해 법에 근거해 일을 추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전교조 조합원들이 혁신학교에만 몰리는 것은 전교조에도 결코 이롭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분회 활동을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울형 혁신학교의 핵심은 민주적인 학교 운영이라고 생각한다. 한꺼번에 몰려가기보다 학교 구성원을 어떻게 민주적으로 동참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손동빈: 학생 중심이라는 지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문·예·체 교육이 좋은 예이다. 서울 같은 조건의 혁신학교에서는 거의 모든 학교에서 할 수 있으니까 더욱 그렇다.

 

양성호: 수업혁신은 선생님들이 멋 내기를 하려는 소지가 있다. 지원금 없이도 선생님들이 제대로 운영하는 학교를 만들자. 그러려면 혁신학교를 흔드는 도의원, 교과부를 압박해야 한다. 혁신학교 사례가 일반화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도의회, 교과부의 방해를 막지 못하면 교사들의 자발성으로 가는 현재의 혁신학교 운동이 금방 한계가 올 수 있다.

 

그리고 전교조가 뜻 있는 선생님들과 함께 지역 운동을 해보면 어떨까. 한 학교에 쏠리는 현상도 막고 말이다. 농촌으로, 소외된 지역으로 가서 학교도 살려내고 지역도 살리는 것이다.

 

황호영·전교조 새로운학교특별위원장
"혁신학교가 많은 어려움에도 착실하게 이어지는 것은 선생님들의 힘이다"


황호영: 두 가지 점이 제안됐다. 정치적으로, 법적으로 걸림돌인 부분을 없애줘야 한다는 것과 전교조 조합원들이 지역에서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손동빈: 동의하는 바다. 마을 학교 등 학교가 학부모,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상상력을 전교조가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려면 전교조 운동이 교육운동이냐, 교사운동이냐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봐야 한다. 새로운 교사 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의 관습에 얽매인 교사로는 한계가 너무 뚜렷하기 때문이다. 노조에서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부영: 전교조가 추구한 것을 혁신학교에서 제대로 실천하도록 전교조가 적극 지원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매우 미온적이다. 일제고사, 개정교육과정, 교원평가 등에 미온적이다. 전면적으로 세게 나가도 좋다고 본다. 강명초는 동료교원평가를 아무도 하지 않았다. 진단평가도 그랬다. 내부형 혁신학교들이 함께 앞장서서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손동빈: 혁신학교가 비정규직을 늘리는 측면도 있다. 불안정 노동조건에서 자발성에 기초한 교육혁신은 한계가 많다고 본다. 노동운동 전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황호영: 혁신학교 전망을 어떻게 보나.

 

손동빈: 혁신학교 물꼬는 이미 텄다. 수업에 충실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기 시작했다. 혁신학교의 지속성을 담보하려면 새로운 동기유발 체제도 필요하다. 지금의 근무평정이나 교육평가는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 혁신학교는 자발성과 자존감에 의존하지만 교사들이 정말 즐겁게 일하고 보람을 느끼는 동기유발 체제도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은 힘들지만 나중에는 웃을 꺼다.

 

이부영: 혁신학교는 잘 나갈 것이다. 새로운 교육에 대한 학부모, 학생, 사회의 요구가 대세이기 때문이다. 1학기에 처음 우리 학교 운영과 수업을 탐방하겠다고 관광버스가 들어오는 데 신기하더라.(웃음) 학교현장에 협력과 개방을 바라는 새로운 교육철학이 흐르고 있구나라고 느낀다.

 

양성호: 후배 교사들에게 결혼식은 왜 하냐고 물어본다. 그냥 살아도 되는데. 그것은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약속하고 힘든 고비를 이겨내겠다는 상징적인 표현이다. 그래서 젊은 선생님들에게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혁신학교라는 결혼식을 하라고 말하고 있다.

 

황호영: 혁신학교가 많은 어려움에도 착실하게 이어지는 것은 선생님들의 힘이다. 좋은 말씀 감사하다. 혁신학교 담을 넘어 학교혁신이 되도록 함께 하자.

 



정리 최대현 기자 gisawongo@gmail.com

사진 안옥수 기자 soosoo3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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