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교과부 소송전...그래도 학생인권조례 공식 공포

서울시의회 조례 통과 38일만에...교과부, 교총 반발 변수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곽노현)이 26일 오후 2시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공식 공포했다. 지난 해 12월 19일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지 38일 만이며, 주민 발의를 통한 최초의 인권조례다.

우여곡절 속 주민 발의 통한 최초의 학생인권조례

26일 오후 2시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한 서울학생인권조례 공식 공포 기자회견.

지난 1월 9일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 이대영 부교육감이 재의(재심의) 요구를 했지만, 지난 20일 복귀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재의 요구를 철회하면서 빛을 보게 됐다.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도 25일 ‘재의 요구 철회를 받아들이겠다’는 공문을 시교육청에 보내는 등 공포 절차에 협조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시교육청의 재의 요구 철회 한두 시간 만에 재의 요구를 요청한 교과부가 26일에도 학생인권조례 공포에 맞춰 대법원에 ‘조례 무효확인소송’을 청구했다.

이는 지난 해 같은 달 18일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가 직권 공포한 ‘친환경무상급식 등 지원 조례안’에 대한 '조례 무효확인소송'을 대법원에 낸 방식과 비슷하다.

이에 따라 지난 해 3월 새 학기 무상급식의 안정적인 진행이 불투명했듯 올 3월 새 학기 학생인권조례의 안정적인 적용이 불투명하게 됐다.

교권조례도 교원단체와 협의해 추진 예정

이날 공포 기자회견에서 김홍섭 시교육청 평생진로교육국장은 “학생인권조례가 일선 학교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모든 학생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그는 “학생인권조례에 나온대로 따돌림이나 집단 괴롭힘 등의 학교폭력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아울러 교권보호조례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학생인권조례 공포에 맞춰 교사들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수업방해와 교권침해 행위 등에 대한 대책을 담은 교권조례도 함께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최병갑 시교육청 책임교육과장은 “이를 위해 시의회와 교육계, 특히 교원단체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시교육청은 곧바로 학생인권조례 준비기획팀을 만들기로 했다. 이 팀에서는 학생인권조례 후속 규칙 제정과 조례 해설서 제작 등을 맡게 된다. 학생인권옹호관과 학생인권센터 등에 대한 밑그림도 이곳에서 그릴 것으로 보인다.

일선 유치원과 초중고도 학생인권조례에 맞춰 학칙 개정 작업에 나선다. 학교에서는 학칙 개정 소위원회를 만들어 되도록 3월 전까지는 학칙 개정을 마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교총 등이 학칙 개정 거부운동에 들어가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일부 마찰도 예상된다.

송병춘 시교육청 감사관은 “이전의 교칙이 일방통행이라면 이번에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취지에 따라 학생이 학칙 개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찰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과부의 학생인권조례 관련 소송에 대해서 시교육청은 단호한 태도를 나타냈다. 재의 요구 시한 20일 동안 장관의 재의 요청권을 스스로 포기했던 교과부가 뒤늦게 ‘발목잡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교과부의 ‘상위법 위반’ 소송에 시교육청 “자신 있다”

교과부는 이날 조례 무효확인소송 보도자료에서 “학생인권조례는 학교규칙을 일률적으로 규제하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 등이 보장하는 학교의 자율성 및 학교 구성원의 학칙제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송병춘 시교육청 감사관은 “교과부는 이미 경기도와 광주광역시에서 제정 시행되고 있는 서울과 비슷한 내용의 학생인권조례를 방관했다”면서 “이는 상위법 위반이라는 교과부 논리대로라면 직무유기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송 감사관은 “시교육청은 1년의 조례 준비과정에서 교육청 안팎의 법률 전문가들에게 수많은 검토를 거쳤다”면서 “학생인권조례가 상위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교조는 성명에서 “학생인권조례는 헌법과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명시된 청소년의 권리를 보편적 수준에서 명시하고 있다”면서 “교과부는 학생인권조례의 시행을 폭력적으로 가로막으며 지방교육자치를 훼손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전교조는 “한국교총에 소속된 교장들이 집단적으로 학생인권조례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움직임과 관련하여 깊은 우려를 감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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