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교사・학부모에 책임 전가, 처벌 위주 나열”

근본원인 ‘경쟁교육’ 성찰 없어… “당사자 목소리 제대로 안 들어”

이명박 정부가 2년2개월 만에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이 내놓았다. 하지만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으로 꾸준히 지적돼 온 경쟁교육을 되돌아보는 과정은 쏙 뺀 채 교사와 학부모의 책무성만을 강요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6일 정부는 김황식 국문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을 연 뒤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핵심은 학교장과 교사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고 학부모의 책무성을 높이는 것이다.

교사, 책임 강화 대신 권한은…

종합대책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담임을 맡은 교사는 매학기 한 번 이상 학생들과 1:1면담을 실시하고 면담 결과를 학부모에게 이메일과 문자 등을 이용해 학부모에게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학급의 학생 수가 일정규모 이상인 학급이거나 학교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는 담임교사를 추가로 배치하는 ‘복수담임제’를 올해 중학교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추가로 배치된 담임교사에게는 담임수당을 준다.

그러나 생활지도 교육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학급당 학생수 감축’ 계획은 없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학급당 학생 수도 줄여나가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힐 뿐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교사는 “개정교육과정 등 지나친 업무로 상담을 할 수 없는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고 무조건 면담을 실시하라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교사의 역량을 키우고 적절한 책임과 권한을 설정하는 내용이 없다. 여전히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에서 교사는 배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학교폭력 가해‧피해 학생의 학교폭력 관련 사실, 상담, 치료 등에 관한 사항을 개인별로 누적해 기록해 관리하고 생활지도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학년 진급해도 다음 담임교사와 생활지도부장에게 건네져 관리되는 데 졸업할 때는 관련 내용을 삭제토록 했다.

가해학생 징계 사항, 30살까지 보존토론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은 강화됐다. 피해학생 보호에 필요한 기간 동안 가해학생에 대한 출석정지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바로 유급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오는 3월부터는 가해학생에 대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 출결사항, 학적 사항 등의 특기사항 등에 적고 그 내용은 학생이해와 지도에 활용한다.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 자료를 제공한다. 이 기록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해도 5년,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10년 동안 보존한다.

학생인권조례를 1년 동안 시행해 온 경기도교육청은 이에 대해 “가해학생에 대한 엄중한 조치는 필요하지만 졸업한 뒤에도 징계사항 기록을 보존하는 것은 장래 취업 불이익 등 과한 측면이 있다.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이례적으로 ‘근본대책’ 이름으로 ‘인성교육 실천’ 방안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인성교육을 입학사정관전형과 자기주도학습 전형에 핵심평가 요소로 활용하도록 해 인성교육도 입학 자료로 전락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여기에 시‧도교육청 평가에도 인성교육 실천 비중을 확대했다.

하지만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돼 온 입시경쟁교육에 대한 성찰을 한 글자도 포함되지 않았다. 대책에서 짚은 원인도 ▲(학교에서) 학생의 인성 및 사회성 함양을 위한 교육적 실천 미흡 ▲생활지도 어려운 교육 여건 ▲학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관여 부족 ▲인터넷・게임・영상매체의 부정적 영향력 증가 등을 꼽을 뿐이었다.

이 때문에 인성교육을 약화시켜 학교폭력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을 그대로 둔 채 내놓은 내용이 근본 대책이 될 수 있으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경쟁교육 성찰없이 묻지마식 ‘인성교육 실천’만

손충모 전교조 대변인은 “현재 대부분의 학교들이 음‧미‧체 교과를 입시에 도움이 안 된다며 한 학기 또는 한 학년에 몰아서 이수하는 현실에서 어찌 다양한 인성교육이 가능할 것인가”라고 물으며 “2009교육과정에서 보듯이 졸속적인 집중이수제와 영‧수 중심의 입시제도가 있는 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손충모 대변인은 “영‧수 등 지식과목의 이수단위를 축소하고 인권교육 평화교육을 수업 시수로 의무화하고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선발입시제도, 평가 제도를 고쳐야 한다”면서 “이럴 때 교사들이 학급운영이나 교과수업으로 다양한 인성교육, 체험교육, 학생참여 협력 수업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정부의 대책에 대해 “교사와 학부모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며 처벌 위주의 대책을 나열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면서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학교폭력의 책임을 묻는 태도는 비정규직, 실업자 가정의 아이들을 우리 사회에서 배제하겠다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교조는 ▲일제고사와 입시선발제도, 학교정보공시제도 폐지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원정원 확보 ▲문화예술체육 교육 등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과정 마련 등을 10대 과제로 제시하며 정부 대책에 대한 수정 보완을 촉구했다.

한편 한국교총은 “기대가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교총은 이날 오후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대책은 학교가, 교사가 주체가 된 현장 중심의 가능한 모든 대안을 강구했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게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교총은 “이번 발표를 계기로 학생인권조례를 폐기하고 단위 학교의 학칙을 통한 학생권리 보호 및 학생생활지도 강화를 규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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