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주당 49.6시간’ 전문계고 현장실습 ‘노동’ 생

사실상 노동자, 노동권 보장 요구… 조기 취업 현장실습 폐지도

지난 해 12월17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김민재 학생(고3)이 장시간 노동으로 뇌출혈로 쓰러져 두 달째 사경을 헤매는 가운데 현장실습 학생에게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교조와 전국금속노조, 노동건강연대, 청년유니온 등이 공동으로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무권리상태의 산업체 현장실습,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다.

상용직 노동자보다 5시간 많은 주당 노동시간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하인호 교사(인천여자상업고)는 발제에 나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하게, 혹은 더 긴 노동을 하지만 현장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임금과 근로조건 등 모든 면에서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전교조를 통해 지난 해 12월과 지난 1월 전문계학교에서 산업체로 파견된 실습학생 104명을 설문조사했더니 일주일에 49.6시간을 일했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지난 해 12월 조사한 사업체노동력 상용직 주당 노동시간인 44.4시간보다 5시간이나 많았다. 하루에 14시간을 일하다고 답한 학생도 있었다.

이들 학생들은 야간 노동시간이 월 26.6시간이었고 휴일에도 월 11시간을 일했다. 잔업으로 한 노동시간은 월 25.1시간이나 됐다. 웬만한 노동자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일은 이렇게 하지만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응답 학생 가운데 12%는 휴식시간이 없다고 답했고 29.8%는 휴게공간이 없다고 답했다. 또 14.4%의 학생은 산업체로부터 식사를 제공받지 못했으며 37.5%는 안전장비나 보호구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이들 현장실습 학생에 대한 권리를 어느 법에도 보장하지 않았다. 우선 노동자인지도 알 수 없다. 근로기준법 등의 노동법에서 현장실습 학생을 노동자로 규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장실습에 근거가 되는 직업교육훈련촉진법도 현장실습 학생이 산업체에서 일할 때 노동시간, 임금 등 노동조건과 관련해 어떠한 보호를 받는 지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전문계고의 현장실습 학생은 2.5년간만 학생이고 6개월은 학생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닌 국내 어떤 법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존재”라면서 “노동부는 현장실습 학생들의 근로조건 개선은 고사하고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교과부는 현장실습을 더욱 파행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계고 2.5년만 학생, 6개월은 이상한 신분

하인호 교사는 “독일과 프랑스는 18세 미만 직업교육훈련생이나 견습생도 노동권 보호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노동시간 제한, 야간노동 금지 등의 보호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면서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 관련 노동법을 총체적으로 손질해 실습생들에게 노동권이 완전히 보장될 수 있도록 법률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도 “산업체 현장과 교육현장을 연결해 학생들의 직업탐색 기회와 현장중심의 기술교육에 그 의미가 있다는 현장실습 본래의 취지와 달리 회사의 이윤추구와 실습생을 불법파견 형식으로 운영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지쳐가고 있다”면서 ▲실습생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야간노동금지 ▲유해물질 및 위험작업 부서 금지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현장실습은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 형태로만 운영하고 그 파견과 시기를 정하는 것도 문제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구체적으로 1, 2학년 방학이나 3학년 수업일수 3분의2가 지난 시점이나 3학년 겨울방학에 실시하자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학교자율화 명목으로 폐지시킨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에 있던 내용이기도 하다.

이성주 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 정책국장은 “학교와 지역사회, 기업체 등 현장실습 프로그램 운영 주체간 협력과 체계적인 정보제공 체제를 구축하고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비용, 조직, 시설 부족 해소, 현장실습 참여 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의 유인책, 현장실습 참여 학생에 대한 졸업 뒤의 관리 시스템 등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사,정 협의체로 현장실습 정상화 사회적 합의 도출

나아가 조기 취업형태로 운영되는 현장실습 제도를 폐지하고 노(교원노조, 노총), 사(경총, 상공회의소 등), 정(교과부, 고용노동부) 협의체를 현장실습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환식 교과부 직업교육지원과장은 “실습을 실습답게, 취업을 취업답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7억 예산을 확보해 학생과 학부모가 이해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으며 최영범 노동부 직업능력정책과 사무관은 “100개 기업을 상대로 잘못된 점이 발견이 되면 의법 조치를 한다던가 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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