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폭력없는 평화로운 학교 어떻게 만들어 갈까

전교조 등 4개 단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토론회 열어

맨오른쪽부터 강명숙 배재대 교수, 한상희 건국대 교수, 고유경 참교육학부모회 상담실장, 박미자 전교조수석부위원장, 김태정 평등교육실현학부모회 집행위원장, 유성준 청소년단체 희망, 성삼제 교과부 학교지원국장. 최대현 기자

새학기를 앞두고 교육계 안팎으로 학교폭력 예방 대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전교조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청소년단체희망 등 4개 단체가 27일 서울 서대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학교폭력 없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 100분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전교조와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예방 대책을 검토하고 여러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교사의 생활지도를 수업시수로 인정하는 등 정규 교육과정으로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 나와 눈길을 끌었다.


박미자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발제에서 “학교폭력은 학교 안에서 인권을 존중하고 민주주의를 배우고 실천하는 학교교육 정상화로 예방할 수 있다”며 “모든 교육적 대책은 학생이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교조와 한국교총을 포함하여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공개토론을 하고 협의를 거쳐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우리 학생을 살리는 교육을 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전교조가 지난 20일 내놓은 대책을 보면 교육의 프레임을 ‘경쟁’에서 ‘배움과 협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 ▲단위학교 학교폭력 예방 지원 행정의 구현 ▲학교폭력예방대책에 관한법률 등의 제도적 개선 ▲학교부적응 및 심리적, 정신적 질환 학생에 대한 대책 수립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교원의 전문성 향상 ▲학교자율의 협력적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토론자들은 우선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김태정 평등교육실현학부모회 집행위원장은 “현장 목소리가 전혀 담기지 않은 학교폭력 심화 정책이며 심지어 그 자체가 폭력이기까지 하다”며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나, 이대로라면 민주적 교육공동체가 되어야 할 학교의 기능이 정지될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교육행정권도 권력이라면 그것 역시 법치의 원칙대로 적법절차를 따라야 하는데 가해자 등교 정지, 격리 등 이른바 ‘나쁜 녀석들’에 대해 적법 절차가 하나도 없어 가장 큰 문제”라고 견해를 밝혔다. 한 교수는 “가해자 역시 학교에 다니는 교육의 주체”라며 “그들을 처벌의 장으로 보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고 또 왜 그렇게 행동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지에 초점을 두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유경 참교육학부모회 상담실장 역시 “새학기를 앞두고 정부 대책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는데 그 과정이 합의를 거치지 않은 하달 형식이라 매우 폭력적으로 느껴진다”며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에서 원인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잘못에 대한 인정을 볼 수 없어 서운하고 쓸쓸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발제자로 참여한 한상희 건국대 교수가 교육부가 제시한 학교폭력 근절 대책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최대현 기자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성삼제 교육과학기술부 학교지원국장은 “근본적 대책으로 인성교육과 가정교육, 사회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실제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그동안 학교폭력을 우선순위에 두고 많이 지원해 심각한 수준인 신체적 폭력 문제가 많이 줄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성 국장은 “지금껏 피해학생에 대한 가해학생의 치료비 보상과 관련하여 제도적 장비가 없었는데 이번에 법령을 제정하여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가 제출한 학교폭력 예방 대책에 대해서 여러 제언이 줄을 이었다. 강명숙 배재대 교수는 “학교폭력의 가장 큰 원인인 학업 스트레스 경감 대책이 다소 부족하고 학교 내부보다 학교 밖과 연계를 해가는 데에 중점이 있는 것 같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 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학생들이 약자에 대한 인권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교육부의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강하게 비판했던 김태정 평등교육실현을위한학부모회 집행위원장 역시 전교조의 학교폭력 예방 대책에 대해 “경쟁교육을 학교폭력의 근본적 원인으로 삼고 이를 구체화하여 프레임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상희 건국대 교수와 고유경 참교육학부모회 상담실장은 학생에 대한 교사의 생활지도를 수업시수로 인정하는 등 정규 교육과정으로 넣어야 한다고 제안해 관심을 모았다.


이날 유일한 학생 토론자로 참여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유성준(서울 상암고) 씨는 “지금까지 많은 토론회에서 학교폭력 대책이 나왔지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그 원인은 학생 당사자의 목소리가 담겨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 씨는 무엇보다 “학생과 학교, 교사 등 교육주체 간에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전교조는 이번 토론회를 출발점으로 삼아 현장교사 선언, 학교인권교육 주간 설정, 전국 234개 지회별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폭력없는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학교혁신운동을 줄기차게 펼쳐 갈 예정이다.



다음은 토론회 참가자들의 발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강명숙 배재대 교수 :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 접근이 가능한가?

교과부의 종합대책을 보며 우리가 해결하려는 학교폭력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교육적 접근을 한다면 어떤 노력이 경주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주체가 문제 해결의 주도자가 되어야 한다. 전교조 대책안의 특징과 몇 가지 검토 사항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토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교과부 대책은 교육정책이나 학교의 구조적 문제, 학교 문화 개선에 대한 언급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전교조는 학업 스트레스를 강화하는 교육정책을 폐지하고 학급당 학생수를 감축하라고 우선 요구했다. 또한 대중적 처리 능력을 높이고 동시에 학교 문화 개선을 시도한다는 것이 의미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 접근의 시작은 약자에 대한 인권 감수성을 길러 공감하며 소통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폭력적인 학교 문화로부터 보호받고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 교육주체 내부의 연대와 민주적 공동체 운영 능력의 함양이 필요하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 : 정부 대책의 법적인 문제점

교과부가 제시한 대책은 등교 정지, 격리 등 가해자에 대한 적법절차와 공정절차에 대한 고려가 없다. 교육행정권 역시 권력이므로 법치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그러므로 학생이 뉘우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가해자 중심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현재 초중등교육법에서는 교장이 학생지도권을 가진다. 교사는 교장 명령을 수행할 따름인데 학교에서 민주적 시민을 양성하려면 이러한 초중등교육법의 체계가 전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 지도는 생활지도가 아닌 생활교육으로 정규 교육과정이 되어야 한다. 현재 생활지도를 할 때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관해 학교 내에서 업무분장이 명확치 않다. 각 직무범위별로 교사 권한이 부여되어야 생활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고유경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 학부모상담실장 : 학부모 입장에서 바라보는 대책1

MB정부 교육정책의 성격은 ‘경쟁’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교육은 인권, 평화교육의 바탕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교사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시도교육청과 교과부는 전문적으로 연구해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이처럼 앞으로 학교는 아이들에게 숨 쉴 틈을 주고 저마다 열정을 바칠 다양한 욕구를 채우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학교폭력의 원인과 대책을 들어봐야 한다. 학교문화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학생인권조례안은 좀 더 풍부하고 명확한 인권의식을 담아야 한다. 그리고 온 국민이 인권조례를 정독하며 인권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학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학부모는 학교, 교사, 자녀와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부모가 없는 학생과 역할을 할 수 없는 부모를 위한 지역사회의 돌봄 시스템 조성도 필요할 것이다. 바람직한 가치관을 갖게 할 부모교육 또한 필요하다.


김태정 평등교육실현을위한학부모회 집행위원장 : 학부모 입장에서 바라보는 대책2

이명박 정부 대책은 교사의 역할과 책임 강화, 학부모의 책무성 강화, 신고 조사체계 강화 등 책임전가 일변도에 예방교육, 인성교육, 게임중독 예방 등 실효성 없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또한 학교폭력을 빌미로 교육현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자 한다. 전교조에서 발표한 학교폭력 대책은 그 원인을 사회적 양극화, 가족 해체, 인터넷과 대중문화, 교육의 붕괴, 집단문화 등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는 드러나는 사실만 나열한 것으로써 본질적인 것과 부차적인 것이 구별되지 않아 문제가 된다. 학교폭력의 근본적 원인은 위계화된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교육이다. 이에 대한 즉각적 중단이 어렵더라도 대안을 제시할 때는 목표에 도달해 가는 계획으로서의 전술이 요구된다.


유성준 청소년단체 희망 : 학생이 바라보는 학교폭력의 문제와 대책

학교폭력 예방 대책들이 많이 나오나 어른들이 대부분 그것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학생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처벌 강화만을 목적으로 가고 있는 행태를 볼 수 있는데 이는 감정 기복이 심한 청소년을 더욱 공격적으로 만들고 학교에 대한 반감을 키울 수 있다. 청소년 문제에 대해 잘못을 감추려는 어른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어른들이 잘못을 깨닫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삼제 교육과학기술부 학교지원국장 : 교과부 학교폭력대책 설명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 미군정, 전쟁 등 폭력적인 사회 분위기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인성교육과 가정교육, 사회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실제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한편 지금까지는 가해학생의 피해학생에 대한 치료비 보상과 관련하여 제도적 장비가 따로 없었다. 이번에 법령을 제정하여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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