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첫인상이 어때요?" "선해 보여요"

2년4개월 만에 복직한 시국선언 해직 임병구 인천해양과학고 교사

3월 2일 오전 8시 인천 연수구 인천해양과학고 정문 앞. 선생님은 긴장했다. 자꾸 두 손으로 바바리코트 깃을 만졌다. 봄방학을 마치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교사의 눈은 설레고 있었다. 그 모습만 보면 딱 첫 발령을 받은 새내기 교사였다.



동네 주민이라는 옛 동료 교사가 건넨 축하 인사를 듣고서야 임병구 교사는 환하게 웃었다. 전교조 인천지부 지부장으로 활동하던 지난 2009년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난 지 2년4개월 만에 임 교사는 다시 정문 앞에 섰다.



인천지방법원이 지난해 5월 "부당한 징계"라며 해임처분을 취소한 데 이어 서울고등법원이 해임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킨 데 따른 것이다.

2학년 문학시간에 복직 첫수업을 하는 임병구 교사.


"다시 아이들 앞에 선다고 생각하니 기대돼요. 문화가 많이 변했을 텐데…"라고 말하는 임 교사는 노조전임기간까지 합해 5년이라는 간극이 신경 쓰이는 눈치다.



오전 10시40분 2학년 2반 교실. 임 교사가 학생들 앞에 섰다. 올해는 1학년 국어, 2학년 문학을 가르친다. "첫인상이 어때요?"라는 임 교사 물음에 "선해 보여요"라고 학생들이 답했다. 그러자 임 교사는 "사람마다 다 느낌이 다르죠. 그걸 표현해야 해요. 문학 시간은 저 혼자 떠드는 시간이 아니에요.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라고 말했다



그러고서 칠판에 삼행시를 위한 시제 '나.그.네'를 썼다. 아이들이 운을 띄웠다. "나!는 여러분과 만나서 매우 떨리고 기대됩니다. 그!대들도 그러신가요?" 임 교사가 읊었다. 아이들이 마지막 글자 운을 띄웠다. "네~" 임 교사의 복직 첫 수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오전 직원회의와 입학식을 겪어보니 학교가 많이 변하지 않은 걸 느꼈다. "교문 지도가 그렇고 줄을 세워서 딱딱하게 진행하는 입학식이 그랬다. 어느 곳보다 변화가 어렵다는 게 느껴진다"며 임 교사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교사가 교육을 위한 비판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국선언을 한 이유이기도 했다. 임 교사는 "자신처럼 시국선언으로 해직된 교사들도 하루 빨리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변하지 않은 건 또 있었다. 당시 교육감 직무대행으로 임 교사의 해임을 주도했던 권 아무개 부교육감은 경기 양평의 한 고등학교 교장으로 갔다. 부당하게 징계권을 행사한 사람만 승승장구한 셈이다.



임 교사는 "황당하다. 법원에서 위법하다고 했는데 그 위법을 결정한 사람은 아무런 제재가 없다. 그것을 당한 교사만 2년 넘게 아이들과 떨어져 있어야 했다. 이건 누가 보상해 주나"고 떨리는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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