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행복 만드는 것은 정부, 가정이 합치면..."
총선 앞둔 교과부, ‘짝퉁’가정통신문 발송

[발굴] 교과부, ‘학교상징’ 바꿔 1천만 학부모에 매주 배포 지시

교과부가 만든 주간 통신문 제1호.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주간 통신문을 만든 뒤, 학교에서 발행한 것처럼 ‘학교상징’등을 넣어 전국 학부모에게 일제히 보낼 것을 12000여 개 초중고에 지시한 사실이 19일 확인됐다. 내용은 교과부가 제공했지만 형식은 학교에서 제작한 것처럼 보이도록 해 ‘짝퉁’ 가정통신문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교과부가 총선과 대선이 있는 시기에 획일적인 통신문을 매주 보내도록 한 것은 유신시대에도 없었던 일”이라면서 반발할 태세다.

서울시교육청 “이주호 장관이 교장? 유신시대에도 없던 일”

교과부는 지난 9일 일선 학교에 보낸 공문에서 “교과부는 학부모에게 다양한 직업 및 학과정보 제공을 위해 <드림레터>를 보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문서는 주간으로 발행하며 현재 2호까지 나왔다. 학교로 하여금 이 문서를 가공해 학부모에게 보내도록 지시한 것이다.

A4 용지 2장 분량의 <드림레터> 1호를 확인한 결과 실제 발행주체인 ‘교과부’란 명칭 대신 각 학교의 이름과 상징이 들어 있었다. 교과부가 ‘발행:교과부’란 말을 빼고 학교상징과 학교명, 학교장을 대신 표기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통신문 머리기사에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의 인사말이 실려 있었다. 다음은 인사말 가운데 일부다.

“사랑하는 우리의 자녀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미래를 준비하고 만드는 것은 정부, 학교 그리고 가정이 힘을 합치면 어렵지 않습니다.”

이 같은 주간 통신문 발행과 장관의 인사말은 올해 4.11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둔 예민한 시기와 맞물려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과부가 직접 통신문을 만들어 전국의 천만 학부모에게 획일적으로 보내겠다는 것은 유신시대에도 없었던 일이며 이 장관이 교장 행세를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특히 총·대선을 앞둔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에 진로교육이라는 명분을 앞세웠더라도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교과부 “진로 콘텐츠 제공 위한 것, 선거 의식한 것 아니다”

신은희 충북 동화초 교사도 “교과부가 일주일에 한 번씩 통신문을 건네주고 이것을 학교 제작 가정통신문처럼 ‘짝퉁’으로 만들라는 지시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면서 “녹색성장을 얘기하는 정부가 매주 해괴한 종잇장 천만 장을 낭비토록 한 것에 대해 학교도 술렁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교과부 진로교육과 중견관리는 “진로교육 통신문 발행을 3월에 시작한 것은 올해 콘텐츠 제공 준비가 끝난 데다 새학기가 시작됐기 때문이지 선거를 의식한 것이 아니다”면서 “장관의 인사말도 첫 호였기 때문에 발간 인사 차원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리는 학교 명의로 가정통신문을 보내라고 한 것과 관련 “‘교과부’라는 이름으로 그대로 가정통신문이 가는 것보다는 학교에서 시의에 맞게 고치라는 의미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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