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15세도 정당활동, 대선후보는 학생 유세”
“정당 후원 교사 처벌한다고? 오 마이 갓!”

[인터뷰] 핀란드 교육 18년 이끈 에르끼 아호 전 국가교육청장

에르끼 아호 전 핀란드 국가교육청장. 안옥수 기자
“오 마이 갓!”

21일 오후 12시, 서울 영등포에 있는 음식점. 백발의 한 백인 신사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핀란드에서 18년 동안 국가교육청장을 맡아 세계 최강 교육을 일군 에르끼 아호(75, Erkki Aho) 전 국가교육청장이다.

아호 전 청장은 “한 달에 1만원씩 정당을 후원한 혐의로 1500여 명의 한국 교사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다음처럼 말했다.

“요즘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오마이 갓!”

이 이야기를 듣던 박미자 전교조 수석 부위원장 등 전교조 관계자 6명은 숟가락을 들다말고 녹록치 않은 우리나라 형편에 고개를 숙였다.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1973년부터 1991년까지 핀란드 초중등 교육을 총괄한 아호 전 청장은 다시 입을 뗐다. 그는 “핀란드는 학생도 15살부터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고 18살부터 투표권이 있다”면서 다음처럼 교사의 정치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국회의원 200명 가운데 10%가 핀란드 교원노조(OAJ) 출신 교사들이다. 이들은 의원직이 끝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친다. 교사들은 당연히 시민으로서 정당에 가입해 당비도 내고 행사도 참여하고 있다.”

“학교폭력에 핀란드는 여럿이 달라붙어”

이밖에도 그는 이날 오전 10시 40분부터 2시간에 걸쳐 핀란드의 학생인권, 학교폭력 문제, 교원노조 활동 등에 대해 쉴 틈 없이 말을 풀어갔다. 이날 전교조 사무실에서 음식점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진행한 간담회에는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과 정진후 통합민주당 비례대표도 참석했다.

다음은 아호 전 청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핀란드에도 ‘왕따’가 있나?
“당연히 있다.”

-한국은 학교폭력 문제로 시끄럽다.
“우리도 나이스(NICE)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폭력 없는 좋은 학교 만들기 운동에 동참한 학교가 80%다. 우리가 이 운동을 하는 이유는 가해 학생을 처벌하는 것은 학교폭력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학교폭력을 해결하나?
“왜 가해학생이 생기는 지 제도를 찾고 그 원인을 해소하려고 한다. 문제를 빨리 발견하고 여럿이 달라붙어 소통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 과정엔 학생들도 집단으로 참여한다. 학교폭력은 개인을 처벌하는 것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집단으로 해결해야 한다. 사회복지시스템과 돌봄 방식에 대한 성찰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논란거리가 됐다.
“학생도 시민이다. 시민의 권리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 핀란드 학생들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조직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데모(결사)의 자유도 있다. 이것은 UN아동권리협약을 따르겠다는 핀란드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21일 오전 에르끼 아호 전 핀란드 국가교육청장이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등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안옥수 기자

-학생들이 정치활동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인가?
“물론 그렇다. 핀란드 학생들은 15살이 되면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다. 정당엔 청소년 조직이 잘 되어 있다. 투표는 18살부터 가능하다.”

-학생들의 시민교육, 정치교육을 위해 정당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모든 학교에서 학생들이 자치시스템을 구축해서 조직을 구성한다. 권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요즘 시도되는 것이 있는데 대선 후보들이 고교에 와서 정견을 발표하는 형태다. 정치가 학교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새로운 시도다.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투표일에 가상투표를 하는 곳도 많다. 학생들의 정치 참여활동이야말로 중요한 교육이다.”

핀란드 대통령선거는 올해 1월 22일 1차 선거에 이어 올해 2월 5일 최종 마무리됐다.

-교사의 정치활동은 어떤가?
“핀란드 국회의원 200명 가운데 10%가 교사 출신이다. 교원노조 가입률이 98%이니 교원노조 출신들이 국회의원으로 대거 활동하는 것이다.”

“핀란드 국회의원의 10%는 교원노조 출신”

-그럼 교사가 정당원이 될 수 있나?
“하하. 물론. 당연한 것 아닌가? 현직을 유지하고 국회의원이 된 교사는 휴직을 한 뒤 임기가 끝나면 학교에 복귀한다. 시의원은 당연한 것이고….”

-핀란드 정부가 교원노조를 대하는 자세는 어떤가?
“나도 교원노조 조합원 하다가 청장이 됐다. 핀란드에서는 교육정책 수립에서 교원노조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교원노조 등 3자가 트라이앵글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 우리의 교육정책은 3자의 참여에 의해 생산됐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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