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희망칼럼] 피떡수첩을 보셨나요?

 MBC노조 파업이 50일을 넘겼습니다. 1987년 노조가 만들어진 이후 여러 차례 파업을 겪었습니다만 이번 파업만큼 격렬한 적은 없었습니다.

 무려 26명의 보직자들이 김재철 사장 사퇴를 요구하며 자리를 던졌습니다.

 135명의 부장, 국장급 간부 사원들이 성명을 냈습니다. 우리끼리는 '세계 언론사에, 아니 세계 회사 조직에서 유례가 없는 사태'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MBC구성원들이 남달리 의식이 대단해서가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 지난 4년간의 세월이 그만큼 남달랐기 때문입니다.
 
유투브(utube)에 가시면 '피떡수첩'을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피떡이 되도록 얻어터진 MBC 피디들의 고백이 있습니다. 이념을 지키려는 것도, 특권을 지키려는 것도 아닌, 그저 자신이 본 대로, 생각한 대로 방송하기를 원했던 사람들에게 권력이 가한 테러의 역사입니다.
최승호 MBC PD
 
이번에 '피떡수첩'을 만들면서 우리는 각자의 가슴 속에 깊은 상처가 새겨진 것을 보고 서로 놀랐고, 함께 울었습니다.
 
방송국 밖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단순한 징계, 인사발령, 제작중단 지시일 수도 있었지만 한 명 한 명 당사자에게는 인간으로서, 직업인으로서 자존을 무너뜨리는 폭력이었던 것입니다. '피떡수첩'을 만드는 과정은 우리의 상처를 우리 스스로 치료하는 힐링캠프와 같았습니다.
 
50일을 넘은 파업 자체가 전체 MBC인의, 그리고 한국사회 탄압받는 언론인들의 힐링캠프입니다. 반드시 이기고서야 상처는 아물 것입니다.
 
당하고 보니 쌍용차 해고자들의 눈물과 전교조 선생님들의 아픔이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싸움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축이랄 수 있는 언론과 교육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직업인으로서 자존을 유지하기 위한 지극히 소박한 것입니다.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뉴스를 전하고 아이들을 가르쳐왔던 그 역사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힘 있는 사람, 돈 많은 사람들은 굳이 누가 신경 쓰지 않아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욕구를 관철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귀를 기울여야 들을 수 있습니다. 다가가야 그 아픔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노력을 보수언론은 편향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균형을 잡기 위한 편향이라고.
 
다시 '피떡수첩'을 봅니다. 하나하나 제 기억 속 아픔으로 남아 있습니다.  벌써 몇 번째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스스로 다짐을 위해서인지도 모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그래서 공정방송 쟁취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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