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학부모가 바라는 우리아이 함께 기를 교사는

감기약 먹고 가도 졸지 않게 해줬으면

"꾸준한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세요." "우리 아이의 멘토가 되어 주세요." "엄마 같은 교사면 좋겠어요." "아이를 믿어 주세요." "아이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 주셨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지난 17일 서울 영림중에서 열린 학부모총회에서 만난 부모들의 목소리다. 개학하고 이제 한 달, 일 년간 아이를 함께 길러갈 교사와 학부모는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부모는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학교에 보낼까. 그래서 들어봤다. "우리 아이 함께 기를 교사, 이랬으면 좋겠어요."



학기 초가 되면 학부모는 어떤 교사가 우리 아이의 담임교사가 될까에 온통 관심을 쏟는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갓 입학시킨 한 친구는 담임교사에게 아이가 너무 산만하다는 말을 듣고 와서는 아이의 상태를 걱정하기보다 담임이 뭔가를 바라는 건 아닐까 하고 고민을 상담한다. 중학생이 되면서 무단결석을 하는 등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아이의 엄마인 또 다른 친구는 담임에게 "이런 아이를 내가 왜 맡아야 하냐"는 짜증 섞인 소리를 듣고 담임과 상담할 생각은커녕 혹시 담임이 촌지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한다.
 
이렇게 대부분의 부모들은 담임교사의 목소리에 무척 예민하다. 나는 학기 초에 교사가 보내준 가정환경조사서를 보며 '과연 이 내용으로 아이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고 진단평가 같이 숫자로 우리 아이들을 평가하는 것이 요즘의 교육현실인 것 같아 맘이 불편하기도 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미래이기에 모두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상담은 안 해봤지만 내 아이의 담임교사는 뒤로 한발 물러서 '내 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혹은 '아이와 부모에게 어떻게 말을 건넬까'고민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실제로 예전에 참 산만했던 아이가 담임교사의 꾸준한 칭찬과 사랑으로 학교생활을 재미있게 하고 상급학교에 무사히 진학하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재능은 수십 가지이다. 단지 공부만이 아닌 아이의 재능과 소질이 뭘까, 꿈은 뭘까 진지한 관심을 가져 주는 교사와 함께 했으면 참 좋겠다.
 
- 서울 조원초 6학년 학부모 박은경


 
긴 겨울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은 알림장이 든 가방을 메고 다시 학교에 간다. 아이들은 저 빈 책가방 속에 무엇을 담아올까? 나는 아이들의 담임교사가 이런 교사면 좋겠다.
 
운동장에서 재량 시간을 이용하여 전통놀이를 같이 하며 아이들이 또래와 노는 재미로 소리 지르게 하는 교사면 좋겠다. 바깥에서 계절의 변화를 아이들과 같이 느끼고 그 정직한 자연 앞에서 도덕성을 키워주려 노력하는 교사면 좋겠다.
 
발표를 잘하는 친구를 부러워하며 소심한 아이가 차마 손들지 못하고 쭈뼛거리고 있을 때 그것을 알아차리고 이름을 불러주며 큰소리로 발표하게 해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교사면 좋겠다. 그리고 "네가 이것을 잘하리라 믿어"라고 말하며 눈앞의 작은 목표들을 제시하고 아이가 그것을 해내는 성취감을 많이 맛보게 만들어주는 교사면 좋겠다.
 
또 학급을 위한 아주 작은 일들을 함께 하게 하여 아이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책임감을 갖게 하고 봉사의 의미를 알게 해주는 교사면 좋겠다. 더불어 아이들 눈높이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감기약 먹고 가도 졸지 않게 해주는 그런 교사면 좋겠다.
 
- 경기 금신초 2, 4학년 학부모 김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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