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영화평/ 참 맛있는 <스탠리의 도시락>

'완벽소년' 스탠리가 도시락을 못 싸온 이유는?

 <스탠리의 도시락>은 즐거운 오락영화다. 아니 영화의 중반까지는 그런 줄 알고 봤다. 책상에 금을 그어놓고 투닥거리며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아이들, 다양한 요리 덕분에 시종일관 눈이 즐겁다. 괜찮은 음악에 귀와 가슴이 행복하기까지 하다. '어린 악동들과 괴짜 선생님의 도시락 쟁탈전'이라는 스토리는 헐리웃의 액션영화만큼이나 단순하다. 오락영화의 조건을 고루 갖춘 영화다.


 하지만 <스탠리의 도시락>의 매력은 다른 곳에 있다. 겉으로 드러난 코믹함과 달리 안으로는 강제노동에 내몰린 인도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자막은 세계적으로 2억 5천만 명에 달하는 어린이 노동인구 중 인도에만 약 1200만 명의 아이들이 단돈 1달러도 안 되는 일당을 받고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영화의 말미에 나는 콧물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3월은 동료교사와 대화는커녕 눈 마주치기도 어렵게 바쁘지만, 전입교사 환영식과 교과협의회 덕에 함께 밥 먹을 일이 많은 때이기도 하다. 귀한 시간이지만 대화의 소재가 일상을 벗어나기 어렵다. 물론 학교 이야기도 나온다. '누구네 반에 누구를 주의해서 보아야 한다', '누구누구가 반장감이다' 등 대부분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진보적인 교육의제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얘기해도 좋으련만 진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어느새 사람들은 입을 다물기 일쑤다. 분위기가 깨지므로. 진지한 이야기를 즐겁게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불편한 진실을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일상 소재로 엮어 사람들의 입을 여는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했다. 마치 콩이나 시금치처럼 몸에는 좋지만 아이들이 싫어하는 야채를 저절로 손이 가게 하는 요리로 만들듯이 말이다. <스탠리의 도시락>은 가볍고 흐뭇한 마음으로 사람에게 호감을 주고, 말미엔 콧물, 눈물 펑펑 쏟으며 가슴이나 생각이 쑥쑥 자라게 하는,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멋진 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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