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생활기록부 전과자 나올라 “교과부 지침 거부”

광주 교사들,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생부 기록 않겠다 선언

광주의 현장교사들이 학교폭력과 관련해 가해자의 징계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록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파장이 일고 있다. 교과부가 지난 달 학교폭력종합대책으로 강행한 주요 내용을 거부한 것이다.

전교조 광주지부 소속 9곳 지회장를 비롯한 현장교사와 광주지부 집행위원들은 2일 ‘안전학고 평화로운 학교만들기’ 토론회가 열린 광주 옛 광주시교육연수원 별관 소강당에서 “50만 명의 생활기록부 전과자가 생길 것”이라며 교과부의 학교폭력 가해자 조치사항 학생부 기재 지침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교과부 훈령 239호 16조 2항 폐지하라

전교조 광주지부 소속 9곳 지회장를 비롯한 현장교사와 광주지부 집행위원들은 2일 “50만 명의 생활기록부 전과자가 생길 것”이라며 교과부의 학교폭력 가해자 조치사항 학생부 기재 지침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최대현 기자

이들 교사들은 선언에서 “학교에서 학생 간에 일어난 일을, 일반 형사범죄를 다루는 것보다 더 가혹하게 다루는 셈이며 해당 학생들에게 선명한 낙인을 찍는 것이 된다”고 지적하며 “교과부의 전수 조사결과에 비춰 볼 때 학생들 가운데 형사범죄도 아닌 것으로 5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생활기록부 전과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과부는 대책에서 가해학생에 대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조치사항을 학생부 출결사항‧학적사항 등 특기사항에 적고 그 기록을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 자료로 제공토록 했다.

이로써 교사들은 학생부 관리지침인 교과부 훈령 239호의 16조2항에 따라 학교폭력예방법 17조에서 규정한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학교에서의 봉사, 특별 교육이수나 심리치료, 출석정지 등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기록하게 됐다.

이 기록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해도 5년,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10년 동안 보존하게 된다. 해당 학생이 30살이 될 때까지 취업을 할 때 등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게 된 것이다.

선언에 함께 한 김도영 광주지부 중등광산지회장(운남중)은 “10년 동안 낙인찍어 취업에도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본다”면서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분명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교사들은 이 훈령을 “따르지 않겠다”고 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은 잘못을 할 수 있다. 또 언제든지 금방 뉘우치고 새 맘먹고 새 출발할 수도 있다. 낙인찍지 않고 이렇게 새 출발하도록 만드는 것이 교육기관인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제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 줄 수 없다”… 학생들도 환영

그러면서 교사들은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란에는 교육적인 견지에서, 학생들의 긍정적인 행동 특성을 부각시켜 종합적으로 기술할 것”이라고 분명히 하며 문제의 지침과 훈령을 폐지할 것을 교과부에 촉구했다. 광주교육청에 대해서도 “기재방침 유보 조치를 우선적으로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미 전북도교육청은 학생부에 기재하는 학교폭력 관련 징계사항을 ‘명백한 형사범죄 수준’으로 제한했다. 또 학생에게 불리한 내용과 인권침해소지가 있는 기록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금지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지난 달 2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히며 “헌법과 법률이 규정하는 학생 인권보장의 원칙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의 거부 선언을 학생들도 환영했다. 이현승 광주 고등학교 학생의회 의장(진흥고 3년)은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 모두 소중한 친구다. 그러한 학생들에게 빨간 줄을 그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나”면서 “오히려 이런 방침이 가해학생들을 자극할 수도 있다. 임시방편적이 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삼원 전교조 광주지부 정책실장은 “교과부 지침은 교육자로서의 신념을 포기하고 애제자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이라며 “폐지 조치를 하지 않으면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교조, 기재 반대 운동 펼칠 것

이 같은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본부도 기재 반대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생활기록부 학교폭력 기록과 유지는 가혹할 뿐 아니라 교육적 활동에 의한 치유와 회복의 과정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오는 6일 안으로 교과부 대책 내용을 담은 학생부 관리 훈령 폐지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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