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특정 은행과 손잡고...교장은 은행영업 중

서울 지역 일부 중·고 교장, 특정은행과 학생증 교체 강행

최근 서울 지역의 일부 중·고등학교 교장들이 기존의 학생증을 특정 은행 체크카드를 겸한 학생증으로 바꾸도록 강제해 물의를 빚고 있는 사실이 7일 확인됐다.

ㄱ중학교의 모든 학생은 곧 ㄱ은행 체크카드를 겸한 학생증을 사용하게 된다. 이 학교는 지난 2월 학교장 이름으로 보낸 가정통신문에서 학생들에게 학생증 교체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ㄱ은행 통장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또한 통장개설비용으로 학생들은 각각 1만 원 이상을 무조건 내야 했다. ㄱ중학교의 1450명 전교생이 사실상 ㄱ은행의 고객이 된 것이다. 여기에 각 학생이 최소 만원씩 냈다고 가정하면 ㄱ은행은 단번에 1450만원을 벌어들였다고 할 수 있다. 가정통신문과 함께 보낸 통장개설동의서에는 통장 비밀번호를 적는 난이 있어 학생의 개인정보가 노출되기도 했다.

ㄱ중학교의 한 학부모는 전교조 서울지부에 전화를 걸어 “요즘 같은 시대에 학교에서 학생이나 학부모의 의사를 제대로 묻지 않고 통장을 개설하게 하고 강제로 1만 원씩 거두게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하소연했다.

ㄱ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교사는 “은행과 같은 영리 기관의 영업을 비영리 기관의 장인 교장이 도와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돈을 강제로 거두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꼭 돈을 내야 하냐며 반발을 심하게 해 담임으로서 참 곤란한 입장에 처했었다”며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ㄱ중학교는 지난해에도 학생증을 바꾸려고 시도했다. 당시 ㄱ은행에서는 은행 관계자까지 직접 나서 학교로 방문을 해 상품 가입을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사와 학부모가 반발해 결국 시행되지 않은 바가 있다.

ㄱ중학교의 교장은 “학교경영자로서 기존 학생증 대신 도서대출증, 용돈카드, 교통카드를 하나로 통합한 스쿨카드를 도입하여 학생들의 경제 교육과 학생 상벌점제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했다”며 “1만원을 거둔 것이 맞긴 하지만 어차피 본인이 쓰는 것이니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ㄱ중학교 뿐 아니라 ㄱ고등학교와 ㅇ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ㅇ고등학교는 교사와 학부모의 거센 반발에 해당 학교 교장이 ‘신청하는 사람에 한해’라고 바꿔 시행했고 ㄱ고등학교는 ㄱ중학교와 마찬가지로 전교생의 학생증 교체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 실태파악 착수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복무감사팀 관계자는“처음 듣는 일로 현황을 파악해 문제가 없는지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금천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처장은 “학교장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금융기관도 문제지만 학교장이 더 문제”라며 “학생증 발급을 명분으로 담임들에게 통장개설용으로 1만원씩 걷게 하는 것은 교사를 은행 창구직원으로 부려먹는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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