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광주 전자공업고,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 공개수업 후기

통신, 인권과 융합하다

이번 공개 수업은 담당 교과가 통신시스템이어서 '통신'이 우리 사회의 인권과 어떠한 관계에 있으며 앞으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학습과제를 모둠별 협력학습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과정이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자료를 제공하고 강의하는 방식이 아닌 학생들이 교사가 제시한 대주제를 바탕으로 모둠별 토론으로 소주제를 정해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서 보고서를 만들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 주제와 통신시스템이라는 과목을 융합시킨 것으로 학생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중동민주화운동', 'CCTV와 인권침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암', '광주민중항쟁과 통신'이라는 4가지 주제를 만들어 3주에 걸친 조사와 발표, 그리고 재조사의 과정 등을 반복해 보고서를 내놓았다.
 
공개수업이 늘 그렇듯이 카메라와 외부 손님이 참관하는 환경은 아이들에게 낯설고 어색함으로 다가왔고 평소 시끌벅적했던 아이들의 에너지도 숨어버려 평소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쉬웠지만 3주간 진행되어 오던 수업의 과정을 생각하면 아쉬움보다는 뿌듯함이 더 남는다.
 
SNS와 중동민주화운동을 주제로 다룬 2개의 모둠은 실제 튀니지나 리비아, 시리아, 이집트 등의 나라에서 SNS를 이용하여 민중들이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고 연대해 가는 과정에 대한 외신 기사를 꼼꼼히 챙겼으며 결국 세상의 주인이 철권통치를 해오던 권력자가 아니라 참여하는 민중들이라는 결론을 도출해 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줬다. 한편 목숨을 건 민주화운동을 하면서도 여성의 인권을 탄압하는 민주화운동 진영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며 사회의 문화와 의식이 얼마만큼 무섭게 개인의 의식을 지배하는지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더불어 80년 5월 광주민중항쟁을 주제로 한 모둠의 발표는 2012년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지금도 여전히 5월은 진행형이라는 것이 아이들을 각성하게 했던 것 같다.
 
표현의 자유의 명암과 관련해서는 MBC문화방송의 파업이 사례도 소개됐다. 왜 권력이 언론을 통제하려하는지 아주 구체적인 접근은 어려웠지만 큰 그림에서 권력의 속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을 끌었던 것은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었다.
 
중동의 권력자들이 쟈스민혁명을 막기 위해 가장 먼저 취했던 조치 중 하나가 언론을 막기 위해 방송을 통제하고 SNS를 통한 연대를 방해하고 급기야 SNS통신망을 차단시켜버리는 등의 조치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과정들이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웹툰을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지적해 통제하고 미디어법을 날치기해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조·중·동에 종합방송편성권을 주는 등의 행위, 공중파 방송사의 멀쩡한 사장을 퇴임시키고 낙하산 인사를 임명하여 정권에 불리한 방송을 막고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수행하는 점 등 자세한 사례를 중심으로 보고서가 작성되었다.
 
결국 이러한 것이 올해 있을 총선과 대선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생각과 그렇기에 청소년들도 관심을 갖고 SNS을 통해 어렵지 않게 사회 문제에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으며 이것이 중요한 사회참여의 방법이라는 주장은 학생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배우는 통신 과목이 단순히 기술이나 기능적 학습의 과목의 한계를 벗어나 통신이 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수업 중 한 학생이 남긴 "미국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할 때 원자폭탄을 개발하고 투하가 가능하도록 통신기술을 개발한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자신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몰랐다는 것으로 자신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지는 않을까 생각한다"는 말이 아직도 가슴에 남는다.

공개수업을 진행중인 임동헌 광주전자공고 교사와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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