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독자투고] 의욕만 앞선 한 특수 교사의 소심한 고백

 "우와~! 네 머릿속에 한번만 들어가 보고 싶다!"

 우리 반 아이들과 같이 있으면 종종 아이들이 무얼 생각하는지 공감해 보고 싶은 욕구가 솟구칠 때가 있다.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엉뚱함, 어느 사극의 주인공보다도 애절한 연기 등 이 녀석들과 앞으로 6개월간 함께 할 나는 중학교 특수학급의 기간제 교사이다.

 학급은 과밀화 되어 있고, 학생들에게 응당 제공되어야 할 교육지원과 서비스들은 너무 부족하다. 특수교사와 보조 인력 역시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일반교사, 특수교사, 학부모, 보조인력 등 학교구성원들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과 갈등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처음 학교에 근무하게 되면서 최선을 다해 장애학생이 교육권을 침해받지 않게 할 것이며 자유롭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게 해주겠다고 다짐을 했다.

 하지만 학교는 그리 만만치 않았다. 너무나도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학교에서 업무에만 쫓기고 있는 나를 어느 순간 발견할 수 있었다. 6개월간 이 학교에서 얼마만큼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어쩌면 무언가 바꾸려는 시도조차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점점 패배감에 젖어갈 뿐이다.

 이곳에서 요즘 가장 끔찍하다고 느끼는 것은 학생들에 대한 통제가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사춘기 소녀와 소년의 풍부한 감수성은 타인에 대한 부적절한 감정과 행동으로,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의 행복한 수다는 시끄러운 소음으로, 호기심 많은 아이의 놀라운 집중력은 허튼짓으로. 학생들에 대한 관리자의 통제는 저마다 다른 꽃으로 피어나기 위해 움트는 싹을 돌로 괴어 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제 무언가를 바꾸려는 생각보다 이 공간에서 학생들과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누구 말따나마 질투의 화신이나 삐짐이가 종종 등장하는 교실, 진도가 느리고 허튼짓을 일삼는 교실, 이 안에서 아이들에게 힘을 얻고 내 힘을 또한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한다. 그렇게 쌓인 힘이 지금의 이 패배감과 무력감에서 나를 벗어나게 하고 '투쟁하는 나'를 다시 찾게 해 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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