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특수교육과 학생들, 거리로 나선 까닭은?

17일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를 위한 2차 결의대회 열려

단국대 특수교육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안유경 학생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걱정이 점점 많아진다. 교사가 되려면 임용고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일할 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단 소리만 들려오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전국에서 유아특수 10명, 초등특수 133명, 중등특수 119명을 뽑았을 뿐인데 평균 경쟁률은 40대1에 육박했다. 통합교육으로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는 사회를 이뤄가고자 특수교육과에 진학한 안 학생은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마음이 불안하다.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던 17일 오후, 전국에서 모인 300여 명의 특수교육과 학생들이 “특수교사 법정정원을 확보하라”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과학기술부 후문에서 열린 장애인 교육권 확보 및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를 위한 2차 결의대회에서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특수교육과 학생뿐만 아니라 특수교육과 교수와 장애인 부모, 장애인 당사자 등이 한자리에 모여 힘을 보탰다.

현재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율은 68.5%로 일반 유치원 교사 73.2%, 일반 초등 교사 89.1%, 일반 중등 교사 80.4%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에 반해 비정규 특수교사의 비율은 늘어나 전체 특수교사의 30%를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국의 특수학급이 설치된 일반학교 중 59.1%, 특수학교 중 65.1%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장특법) 제 27조의 규정에 따른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을 위반하고 있다.

동생이 발달장애를 갖고 있어 특수교사를 꿈꾸게 되었다는 김지은 대구대 유아특수교육과 1학년 학생은 “대학에 들어 온 후 첫 시험인 중간고사가 바로 다음 주라 마음에 부담은 크지만 오늘 결의대회는 앞으로 특수교사로서 꿈을 펼쳐 가는 데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1학년이 모두 38명인데 한명도 빠지지 않고 같은 마음으로 대구에서 서울까지 함께 올라왔다”며 해맑게 웃었다.

장애학생 부모도 목소리를 보탰다. 민용순 충북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현재 자녀가 24살인데 보낼 평생교육시설이 없어 사회복지관에 다니며 내가 직접 돌보고 있다”며 “아이보다 먼저 죽을까봐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교사가 없어 교육을 못 받는 장애학생이 넘쳐나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 속에 특수교육자로서 투철한 정신이 부족한 교과부의 특수교육정책 관계자에게 그 정신을 만들어 주고자 이 자리에 나왔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류재연 나사렛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88년도에 지금의 여러분처럼 저도 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며 “곧 민중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4.19 혁명일이 돌아오는데 우리 특수교육의 썩은 뿌리도 여러분에 의해 잘려 나갈 것”이라며 격려했다. 또한 “우공이산이란 말을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3시간 여 투쟁발언과 문화공연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 부처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기 위해 정부청사로 들어 간 단체 대표자들이 전경들 사이로 하나 둘 걸어 나왔다. 이날 면담에는 특수교육과 학생 3명과 김기룡 장애인교육권연대 사무처장, 백운찬 전국장애아동시설협의회 회장,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 등 총 6명이 참석했다.

교과부는 ‘장애인 교육권 및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를 위한 연대회의’가 내세운 7000명 증원 요청에 동의하며 최대한의 인원을 행안부에 요청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확한 인원은 언급하지 않았다.

단상으로 올라 선 김 사무처장은 “작년에 700여 명 증원을 요구했는데 행안부는 최종적으로 135명만 책정한 바 있다”며 “앞으로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면 지금까지 한 것보다 더 끈질기고 강력하게 투쟁을 전개해 가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특수교사 법정정원을 100% 확보하겠다고 했는데 지켜 보겠다”고 말했다.

불안한 미래에 겁이 난다는 안유경 학생은 앞으로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자원활동 나가는 학교도 과밀학급이라 보조 선생님과 제가 같이 도왔는데도 여전히 힘들었어요. 다른 학교로 자원활동 나가는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야외활동 나갈 때는 컨트롤이 안 돼서 더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법적으로 유아는 4명, 초·중등은 6명, 고등은 7명으로 정해져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한 교실에 아이들을 몰아넣는 것은 유쾌하지 않은 일이에요. 정식 교사를 더 뽑고 한 학급 인원을 조절해야 장애 아동들이 최소한의 교육권을 보장할 수 있는 데 말이에요. 그렇지만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현재의 비관적인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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