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대법 ‘시국선언’ 유죄, 전교조 “MB정권과 합작품”

19일 대법원 유죄 확정 직후 전교조 기자회견 열고 비판

전교조가 3만5000여 명의 교사들과 함께 지난 2009년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를 담아 발표한 시국선언이 끝내 ‘유죄’가 됐다. 대법원이 교사 시국선언과 시국선언 탄압 규탄대회가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한 탓이다.

전교조는 “국민의 비판을 두려워 한 정권과 사법부의 훌륭한 합작품”이라며 반발했다.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 관계자들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을 뒤 대법원 대법정 앞에서 “유감”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대현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19일 오후 시국선언을 주도했다며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이찬현 전교조 전 대전지부장 등 3명이 진행한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로 인정한 항소심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전지부장은 2심에서 받은 벌금 200만원을, 2명의 교사는 벌금 70만원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전원합의체는 교사들의 시국선언에 대해 “내용을 보면 다가오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특정세력에 반대하는 행위였다.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국민의 신뢰에 직접적으로 위험을 줬다”면서 “국가공무원법에서 금지하는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교사 시국선언이 국가공무원법 제66조1항에서 명시한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어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법관 13명 가운데 5명은 ‘죄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 전수안 등 5명의 대법관은 “헌법에서 보장한 표현의 자유 안에서 특정 사안에 정부 정책과 국정 운영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낸 것으로 공공의 안녕을 해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원합의체 판결에 반대했다. 이는 소수 의견으로 남았다.

전원합의체는 또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위반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결했다. “개최 경위와 장소 등을 고려하면 공공의 안녕에 위험을 줬다고 보여 해산명령을 한 것을 결과적으로 정당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번 전원합의체의 판결은 국제적 기준에는 미달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유엔(UN)인권이사회는 지난 해 6월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보고서에서 “공립학교 교사들도 개인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가지기 때문에 교육정책과 같은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특히 그것이 공적인 업무 이외에 행해졌을 때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 줄 것”이라고 이명박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국제 기준에 미달된 판결 논란일 듯

전교조는 반발했다.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은 판결 뒤 대법원 대법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한 어조로 “유감”을 표명하며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헌법에서 보장한 표현의 자유 방식으로 쓴 소리를 한 것을 죄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진정한 의미의 ‘교사‧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권의 교사’가 아닌 ‘민주주의의 교사’가 되기 위해 교사‧공무원의 정치적 권리 쟁취를 위한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교원노조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교원노조법 3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낸 헌법소헌에서 위헌 판결이 날 때 이번 대법원 판결도 재심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전교조는 3만5000여 명의 교사들과 함께 지난 2009년 6월과 7월 각각 6월 민중항쟁의 소중한 가치가 더 이상 짓밟혀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교사 시국선언(1차)’과 ‘민주주의 수호 교사선언’을 한 바 있다. 이 전 대전지부장 등 3명도 함께 했다.

이에 교과부와 경기를 뺀 15개 시‧도교육청은 시국선언을 주도했다며 당시 전교조 중앙집행위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에 따른 법원 판결에서 무죄와 유죄 판결이 엇갈렸으나 이번 대법원 판결이 현재 진행되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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