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교사가 과외하고 시험지 유출해도 징계 않는 학교

과외교습과 시험부정에 담대한 이상한 화교학교 눈총, 교육청 조사

화학모(화교학교에 관심있는 학부모의 모임) 홈페이지 메인 화면.


중국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중국어 열풍이 거세지면서 화교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화교학교가 중국어 조기교육기관으로써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화학모(화교학교에 관심 있는 학부모의 모임)' 같은 인터넷 카페가 활성화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지난 17일 한성화교협회 홈페이지에 한국어 게시글 하나가 올라왔다. 자신을 화교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국인 학부형'이라고 밝힌 A씨는, 자녀가 다니는 인천의 j화교학교(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과외 수업을 종용하고 과외를 받는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유출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해당 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과외 지도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각 가정에 직접 전화를 해 과외를 하라고 했다며, "과외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부모 된 입장에서 혹 내 아이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전전긍긍하면서도 억지로 과외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과외 과정에서 시험문제가 유출되는 일도 발생했다고 한다. 지난해 한 교사가 과외 학생들을 집에 두고 외출을 하면서 기말고사 문제지를 책상에 놔두었는데 학생들이 이를 촬영해 시험지가 유출되었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이후 학교에 시험지 유출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학교 측은 해당 학생들과 교사에 대해 어떠한 처벌도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부정행위와 관련해 학생들 간 싸움이 발생하자 학교는 시험지 유출 관련 문제는 덮은 채 학생들의 싸움만 문제로 삼았다는 것이다.

A씨는 이 같은 상황들과 관련해 "이곳이 과연 교육의 현장입니까? 잘못된 행동도 바로 잡아주지 못하는 곳이 학교입니까?"라며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또 "내 아이에게 좀 더 일찍부터 중국어를 배우게 하고 중국이란 나라에 대해 공부를 가르치려 한 저로서는 정말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며 안타까운 심정도 드러냈다.

학생에게 구두 경고뿐... 학교 측 "초임교사 실수" 두둔

J학교는 A씨가 주장한 과외 지도와 시험지 유출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학교의 교무주임 B씨는 20일 기자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어로 수학을 가르치는 학원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여기는 한국 학교가 아니니 과외를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험지 유출에 대해서는 "(교사가 시험지를 유출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시험지를 훔친 것"이라며 "해당 학생들에게 경고했다"고 답했다. 해당 교사에 대해서는 "초임 교사가 저지른 실수이니 처벌하지 않았다"고 했다. '왜 징계를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교무주임은 "학생과 교사에 대한 징계가 한국과 다르다"며 "우리 학교는 대만 교육과정을 따르므로 한국 교육청의 지도, 감시를 받지 않으니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J학교의 후문 모습.


인천시교육청 학교정책과에서 외국인학교 및 외국교육기관 지도 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정혜경 장학사는 교무주임과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20일 기자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정 장학사는 "외국인학교라 해도 교육청에서 설립 인가, 폐지권을 지닌 만큼 방문조사를 하고 시정명령을 내릴 권한을 교육청이 지닌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장학사는 "외국인학교에 적용되는 각종학교 관련 규정에 '각종학교 근무 교사는 과외교습을 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며 "문제가 된 인천화교중산중학교는 전교생 504명 중 190명이 한국 학생이며, 과외 교습과 부정행위는 모두 한국 학생들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교육청이 이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조사 위해 방문

이에 따라 정 장학사는 23일 이 학교를 직접 방문해 조사를 한 뒤 학교장 등 책임자들과 대책을 논의했다. 그런데 시험지 유출과 관련해서는 A씨의 게시글과 다른 점이 있었다. 얼마 전 이 문제로 학생들 간에 다툼이 발생했을 때 학교는 학교폭력 뿐 아니라 부정행위와 관련해서도 해당 학생 네 명에게 징계를 내린 것이다.

대만식 벌점제에 따라 이들에게는 소과(少過: 작은 과실) 3점에 해당하는 한 학기 봉사활동이란 벌을 내렸다. 하지만 A씨의 글대로 해당 교사는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은 상태이므로 인천시교육청은 교사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결정하고 이를 보고할 것을 요청했다.

또 정 장학사는 학교장 명령으로 현직 교사들의 과외 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신 한국의 일선 학교들에서 실시하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습 결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며 "잘 해결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외국인학교'인 이 학교가 교육청의 지도를 충실히 이행할지 미지수다. 이 학교는 현재에도 한국 학생을 정원의 30% 이내만 선발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 교육청이 지적을 계속해 왔음에도 시정하지 않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처럼 현직 교사의 과외와 학생 선발 규정 위반 등이 비단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닐 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에도 송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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