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교과부, 학교폭력법과 교육공개법 위반 논란

위법‘조례’라며 줄줄이 퇴짜 놓은 교과부, 자신들은 제멋대로…

지난 달 30일 오후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중등학교장 연수에서 이상진 교과부차관이 강연하고 있다. 이날 이 차관의 강연 직후 1/3 이상의 교장들이 연수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연수장을 빠져나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서울시의회가 만든 학생인권조례, 교권조례, 지방공무원복무조례 등에 대해 상위법 위반 등의 트집을 잡아 줄줄이 퇴짜를 놓은 교과부가 학교폭력, 교육정보공개 관련 법률을 ‘제멋대로 해석했다’는 시비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 학교폭력법 입법 취지와 다른 해석

2일 교과부 관계자는 전국 초중고에 보낼 예정이던 ‘학교폭력 근절 대책 질의응답 자료’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자치위)가 사소한 경우까지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해 학교장에게 반드시 조치를 요청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에 대한 위반 지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21일 개정된 이 법률 조항은 “자치위는 가해학생에 대하여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를 할 것을 학교의 장에게 요청하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 기존 “요청할 수 있다”는 권고 규정을 의무 규정으로 바꾼 것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도 입법 취지에서 “가해학생에 대한 처분을 의무화하여 폭력행위는 처벌받게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교과부는 이 법률 시행 한 달 만에 임의로 ‘가해학생에 대해 처벌 요청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법률과 상충되는 해석을 내린 것이다. 교과부 중견관리는 지난 달 30일 이상진 교과부차관이 동석한 가운데 열린 서울 중등학교장 연수에서도 “(사소한 사안에까지) 자치위가 가해학생에 대해 조치(요구)하지 않아도 된다. 이 수준에 준해 유권 해석한 자료도 내려 보내겠다”고 설명해 참석 교장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날 한 고교 교장은 “법률의 개정 취지와 다르게 교과부가 해석할 수 있는 것이냐. 법률과 교과부 질의응답 자료가 상충 된다”고 따졌다.

시행령엔 4월 공개, 임의로 연기...근거는?

교육정보공개법 시행령 [별표1]의 내용.

교과부는 또 학교 알리미를 통한 초중등학교 정보 공시에서 학교폭력 관련 자치위 심의 결과와 예방교육 현황 등에 대해서 공시시기를 올해 11월로 7개월 늦춘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학교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교육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교육정보공개법)과 관련 시행령을 위반한 행동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을 보면 별표1에서 전국 초중고는 매년 4월 연 1회 학교폭력의 발생 현황에 대해 공개하도록 시기를 못 박아 놓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 근거도 없는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공개해 ‘깡통 통계’ 비판을 자초한 교과부가 이번엔 법률에 시기까지 명시된 ‘학교폭력 정보 공개’를 연기한 셈이다.

강영구 전교조 정책법률국장(변호사)은 “교육과정 고시로 정해야하는 교육과정을 교과부장관 말 한마디로 바꾼다거나,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 문언이나 시행시기를 교과부가 임의로 바꾸는 것은 그 자체로 교과부의 월권”이라면서 “최근 조례와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교과부의 행태는 행정기관이 지방의회와 국회 위에 군림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김형태 서울시의회 의원(교육위원회)도 “교과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들어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조례 등에 대해 걸핏하면 재의를 공언하는 것은 순수한 법적 잣대가 아니라 정략적인 트집 잡기”라고 비판했다. 한 시도교육청 중견관리도 “학교폭력 부분에서 교과부가 국회의 입법 취지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 “입법 취지 훼손 내용 담지 않겠다”

이에 대해 교과부의 학교폭력 담당 중견관리는 “국회를 통과한 학교폭력예방법의 미비점에 대한 소리가 일선학교에서 계속 들려오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처벌할 필요가 없는 학생까지 처별하지는 말라’는 학생보호 취지로 발언한 적은 있지만, 학교에 내려갈 자료 어디에도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내용은 담지 않을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교과부는 2일쯤 학교에 보낼 예정이던 ‘학교폭력 근절대책 질의응답 자료’를 일단 보류한 뒤 학교폭력예방법에 대한 유권해석 자료를 새로 만들기 위해 법률 자문을 추가로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정보공개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서는 교과부 교육통계과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담장 사무관은 “그에 대해서는 내가 할 말이 아닌 것 같다. 따로 과장님이 전화를 주겠다”고 말한 뒤 전화통화가 되지 않았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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