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알맹이 빠진 학교폭력 대책 밀어붙이기

한 쪽에선 학생인권 규제, 경쟁교육 재고 전무



교과부가 지난 2월 범정부 차원에서 내놓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 밀어붙이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이 대책이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학교에 실행되면서 부작용과 문제점이 제기되지만 오히려 대책 알리기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다.
 
교과부는 지난 달 23일부터 전국 학교급별 학교장을 대상으로 특별연수를 진행 중이다. 학교에 대책이 적용된 지 한 달여 만에 경북 영주의 한 학생이 학교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자 부랴부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학교폭력에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에 의견을 듣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연수에서 학교장들이 "기간제 상담교사가 아닌 정규교사 채용", "학교폭력은 가산점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등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진 것은 없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서울에서 열린 첫 연수에서 이를 직접 듣기도 했지만 재고나 검토 등의 단어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가산점 부여는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에 규정돼 있다며 강행 의지를 보였다.
 
지난 달 23일 서울시 초등교장연수에 이주호 교과부장관이 참석하자 전교조와 참교육 학부모회는 학교폭력대책 전면 전환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전교조를 중심으로 거부 움직임을 보인 가해학생 조치 사항 학생생활기록부 기재와 관련해서도 교과부는 "학교장 권한을 강화한 것"이라고 강조만 할 뿐이었다.
 
되레 교과부는 두발과 복장 규정 등을 반드시 정하라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만들어 학교에 학칙 제·개정을 강요하고 있다. 이달 안에 학교규칙 운영매뉴얼을 각 급 학교에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경기와 광주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가 명시한 개성을 실현할 권리와 사생활의 자유를 규정한 조항이 효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최근 교과부의 움직임을 두고 이중성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는 "학생인권을 제한하는 교과부가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으면 학교폭력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도 "시대의 흐름에 역행해 인권의 문제를 학교 구성원의 합의사항으로 떠넘기는 것은 국가기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인권을 존중하는 학교문화의 형성이야말로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실현돼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학교폭력의 근본원인으로 지적돼 온 경쟁교육에 대한 재고는커녕 오히려 더 강화하는 추세라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도 더 커지고 있다.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으로 성적 지상의 입시위주 교육으로 핵심가치인 '인성'교육이 소홀하다고 보면서도 정작 일제고사와 국·영·수 중심의 집중이수제 등 입시위주 교육에 대한 성찰은 없다.
 
여기에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실 교육비서관을 지낸 천세영 교수(충남대)가 위원장인 '세종시 교육발전방안 추진 자문위원회'는 현재 추진되는 세종시의 외국어고를 국제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다른 시·도의 우수학생들을 유치하자는 이유에서다. 이 건의가 현실화되면 국제고를 보내기 위한 중학생들의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좋은교사운동은 이러한 교과부에 대해 "입시교육은 입시교육대로 하고 그 위에 인성교육, 상담, 또래 상담, 체육활동 등을 더 얹어 하라는 것밖에 안 된다"면서 "학력 경쟁을 가속화한 정책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학생들의 입시 경쟁을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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