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는 경기 덕양중학교

덕양중학교 교사들이 매일 입에 달고 다니는 이것은?

아이의 이름을 불러 주세요
아이와 시선을 맞춰 주세요
1일 1명의 아이와 9분 이상
대화를 나눠 주세요

아이불, 아이컨, 아이톡


경기 덕양중은 비폭력 대화법, 교과와 생활지도가 통합 운영되는 '회복적 생활교육'등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구성원끼리 긴밀한 '관계와 소통'이 이뤄지는 평화로운 학교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안옥수 기자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 서울시와 고양시가 접하는 곳에 덕양중학교가 있다. 오랫동안 개발제한구역이었던 이 지역은 근처에 큰 군부대가 있어 길목으로 장갑차가 수시로 오간다. 열악한 교육환경에 학부모들이 자녀 보내기를 꺼려했던 덕양중에서는 2008년 평교사를 교장으로 뽑으며 변화의 씨앗이 움트기 시작했다. 2009년에 혁신학교로 지정되었는데 덕양중 교사들은 무엇보다 학교 구성원 서로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문화를 일궈내는 데에 가장 큰 공을 들여왔다. 최근 지난 4년간의 혁신학교 도전기를 담아 책을 펴내기도 했다.

"아이불, 아이컨, 아이톡" 덕양중학교 교사들이 매일 입에 달고 다니는 이것은? "아이의 이름을 불러 주세요, 아이와 시선을 맞춰 주세요, 1일 1명의 아이와 9분 이상 대화를 나눠 주세요" 덕양중 교사들은 이것을 '3-아이 운동'이라 부른다. '3무 운동'도 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야단치지 않기, 학생 없는 곳에서 험담하지 않기, 체벌하지 않기"
 
이는 학생과 관계를 긴밀히 하기 위한 덕양중학교 교사들의 실천운동에 따른 것이다. 김영식 연구혁신부장 교사는 "학교폭력은 결국 '소통'이 부재하는 학교 문화의 부정적 면이 극단화된 형태"라며 "폭력 없는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긴밀하게 소통을 하고 서로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긴밀한 '관계와 소통'으로 따뜻하고 평화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덕양중 교사들은 비폭력대화 집중연수를 받고 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비폭력대화를 함께 공부하기도 한 김정아 교사는 얼마 전 교실에서 있었던 한 일화를 전했다.
 
"남학생 몇 명이서 이른바 옷벗기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 반 학생들 모두를 앉혀 놓고 먼저 게임을 하고 있던 친구들에게 어떤 욕구로 게임을 하게 되었냐고 물었죠. 이 학생들은 '재미를 느끼고 싶어서'라고 답했어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학생들에겐 어떤 느낌이었냐고 물었는데 '불쾌했다', '더러웠다'등의 얘기를 했고요. 게임을 하고 있던 친구들이 이 얘기를 듣더니 '다 웃길래 재밌어 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더라고요. 이런 걸 볼 때 비폭력대화는 서로 간의 욕구를 드러내고 그것이 충돌하는 지점을 찾아 평화롭게 조정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덕양중은 학기 초 전교생을 대상으로 '비폭력적 의사소통'을 주제로 하여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한 인권감수성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달 첫 주에는 칭찬카드 돌리기, 등교시간을 활용한 프리허그 운동 등 '친구사랑주간'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서로 친밀한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교과통합 프로젝트로 1학년은 '관계', 2학년은 '나와 정의', 3학년은 '참여와 행복' 등의 가치를 핵심주제로 정해 수업도 진행했다.
 
이 모든 것은 '회복적 생활교육'이라 이름붙인 덕양중의 생활지도와도 통합되고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폭력을 포함해 다양한 갈등이 생기는 것은 어떤 한 개인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오히려 갈등을 통해 학교 구성원이 배움을 얻고 성장해 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물론 이렇게 학교에서 노력을 한다고 학교폭력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덕양중에서는 극단적 갈등인 학교폭력 상황에서도 그 사건으로 인해 갈등 당사자 간의 관계가 분리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것이 좀 다르다. 갈등상황이 생겼을 때 덕양중은 그 정도에 따라 '회복적 서클'이나 '갈등권고모임'을 여는데, 이 모임에서 사건으로 인한 당사자뿐 아니라 이로 영향을 받는 모든 구성원이 전문가와 함께 해결과정에 참여하고 사건을 논의하게 된다.
 
덕양중은 학부모와 긴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학부모와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올해 3월 1일자로 임명받은 이준원 교장이 매주 목요일 부모역할 훈련을 위한 '학부모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이 교장은 "교사와 부모가 한 마음으로 학생을 교육해야 온전한 교육이 성립한다"며 학부모교실의 운영취지를 밝혔다. 또한 "덕양중은 교사의 자발성이 잘 구현되고 있는 학교"라며 "무엇보다 소통을 잘 하는 관리자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이 본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달 27일 오후 동아리 활동 시간에 만난 1학년 김범진 학생은 이렇게 답했다. "교실에서 종종 친구끼리 다툼이 벌어지긴 해요. 예전에는 솔직히 서로 화내기 바빴어요. 그렇지만 요즘 우리 반 친구들은 일단 화 내는 것을 멈추고 서로 이야기를 들어보려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우리에게 하는 것처럼요. 이 과정에서 저도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잘 이야기할 수 있고 또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지 자연스레 배워가고 있답니다. 지금처럼 함께 노력하면 우리 모두의 관계가 점점 부드러워 질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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