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학교폭력좌담회] 교과부 폭력대책 진면목 뭔가?

아이들 살린다면서 실태조사발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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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4월 26일(목) 오후 6시 30분
장 소 : 전교조 본부 위원장실
참석자 : 박미자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김윤희 학부모(서울 영림중), 최훈민 학생(희망의 우리학교), 백서윤 교사(인천 검단고)
진 행 : 김보형 편집실장
* 당초 교과부는 학교폭력을 총괄하는 학교지원국장이 참석 의사를 밝혔으나 갑자기 지방출장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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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형

"교과부는 자신들의 교육정책으로
나타난 것을 학교폭력 원인으로 지목해"


박미자

"학교를 공동체 인간이 중심이 되는
패러다임으로 바꾸어야"


김윤희

"실태조사 발표는 학부모·학교입장에서
보면 정말 화가 나"


박서윤

"학교폭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있다면
각자의 자리에서 그것부터 해야"


최훈민

"서열화하는 문화에서는 처벌을
강화해도 학교폭력이 사라지지 않아"



편집실장 반갑다. 최근 학교폭력과 언론 보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부터 시작해보자.

백서윤 넓게 보면 학교폭력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은근하게 무시하거나 배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말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애매함과 복잡함도 있다. 그런데 언론은 굉장히 심각한 것만 선정적으로 학교폭력을 다룬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것만이 학교폭력인 줄로 착각하게 만든다. 선정적인 보도로 폭력의 범위를 좁히는 효과를 낳는 것이다.

최훈민 맞다.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나'하는 심각한 폭력만 보니 해결 방안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김윤희 학부모 입장에서는 '무서워서 학교를 보낼 수 있나'할 정도로 언론에 나오는 학생들을 범죄자로 취급했다. 공포의 대상으로 몰아가는 게 문제다.
 
일진 학교별로 등수를 매겼던데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봐도 우리 학교는 9.4%만이 답하고 그 가운데 59.8%가 아마 일진이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객관적이지도 않은 조사다. 그런데 일진 비율만 부각됐다. 이러니 학교가 데이터를 위해서 거짓말하지 않겠나.

박미자 학교에서 벌어지는 유?무형의 스트레스도 학교폭력이라고 본다. 제도나 시스템에 의한 폭력까지 포함해야 한다. 학교구성원이 받는 압박과 스트레스가 학생들 사이에서 갈등과 폭력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교과부는 학생과 학생 사이의 폭력을, 그 가운데서도 죽거나 죽이는 부분만을 부각시킨다.

최훈민 학교폭력의 원인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펼쳐지는 암묵적인 문화가 있다고 본다. 1등과 꼴등을 가르고, 똑같은 잘못을 해도 차별하는 문화 속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자연스럽게 교실에서부터 성적으로 인한 차별은 당연한 것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런 문화를 없애지 않으면 처벌을 강화해도 점점 지하화 되고 은밀하게 조직화될 것으로 본다. 경쟁을 중시하고 차별해 학생들을 평가하는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박미자 적극 동의한다. 기본적인 룰에서 공정하게 경쟁을 하지 않고 1등에서 꼴등까지 줄 세우는 극단적인 경쟁이다. 교실에 등수를 붙여놓기도 한다. 이런 경쟁이 스트레스를 심하게 하고 성적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소외감을 만든다.
 
최훈민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모든 것에 서열화하는 문화를 그대로 배운다. 암묵적으로 등급을 나눈다. 예를 들면 3월 학기 시작할 때 한 선생님이 칠판에 전문직과 비전문직,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써놓고 4년제(대학)를 가면 전문직 정규직이고, 아니면 3D라고 하더라.
 
백서윤 학교폭력의 가장 근원적인 원인은 인정 욕망이라고 생각한다. 인정 욕망은 입시경쟁으로 인한 서열화와 옷 잘 입는 것 등 문화적인 측면으로 경쟁하는 것 모두를 설명할 수 있다. 공부로 경쟁하기도 하지만, 춤 잘 추고 노래 잘 부르는 것, 욕 잘해서 센 척하는 것 등 모든 영역에서 인정을 받으려고 투쟁한다.

편집실장 교과부가 보는 학교폭력 원인 분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최훈민 교과부가 학교폭력 대책을 시행했는데도 많은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만 봐도 실패하지 않았나. 원인 분석도 틀렸다는 얘기다.
 
김윤희 교과부는 대책이 있어야 하니까 그냥 발표하는 것 같다. 지난해 교과부 관계자를 만나 학생과 학부모가 중심에 서는 학교를 꿈꾸는지 궁금하다고 물어봤더니 대답이 없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부모와 학생의 의견은 없습니다라고 하더라. 학교정책의 교육적 방향과 철학은 없고 행정만 있구나하고 생각했다.
 
생활지도에 애쓰는 선생님들이 많지만 무의식적인 말로 아이들이 상처받는 건 사실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에게도 "이걸 틀렸니?"라고 하면 아이들은 상처를 받는다.
 
박미자 국·영·수 중심으로 집중이수제를 적용해 사회성을 기르는 과목을 줄이는 교과과정을 짜면서 인성교육이 줄었다. 학교정보공시 수치로 업무 폭증, 0교시, 실적 위주 등 교사들이 처한 현실에서는 학생들을 만나서 생활지도할 시간이 부족하다. 생활지도를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원인이라니, 교육정책으로 나타난 결과다.
 
편집실장 미디어와 게임 등을 하는 학생들이 받아들이는 태도에는 원인이 없나.

박미자 한창 자라는 아이들이 인터넷과 정보에 대해 민감해지는 것을 말릴 수 없다. 문제는 과도하게 상업화된 것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가이다.
 
백서윤 돈이 되면 뭐든지 되는 폭력적인 문화를 반성해야 한다. 너도나도 강자가 되고 싶어한다. 강자의 서사구조를 가장 잘 따르는 것이 영화다. 영화에서는 폭력을 미화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런데 얘기할 수 없다. 돈을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문화산업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에 길들여지고 반성 없이 재생산되는 것이 문제다.

편집실장 교과부는 자신들이 지금까지 해온 교육정책의 결과를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정리한 것 같다. 이제 교과부 대책을 짚어보자. 먼저 복수담임제부터 이야기해보면.

백서윤 미봉책이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정교사를 채용해 교사 1명이 만나는 학생을 줄여야 한다. 학급공동체가 학급활동을 다같이 해야 하는데 2명의 담임이 학생을 나눠서 할 수 없는 거 아닌가. 학급공동체에 대한 개념도 없고 행정적인 부분에서도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박미자 확실한 것은 교사가 30여명의 학생들을 생활지도하는 게 무리라는 것이다. 교과부가 솔직하게 그것을 인정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게 맞다. 만약 점차적으로 앞으로 재정을 늘려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로드맵을 제출한다면 동의가 가능하겠다. 하지만 전혀 없다.
 
김윤희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 학생들끼리 있을 때 일상적 폭력이 일어나는 게 위험하다고 본다. 더 친하고 싶어서, 또는 미워서 때리거나 담배를 핀다. 학부모가 생각하는 복수담임제는 그 시간에 담임선생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교과부가 진행하는 것과는 다르다.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이라도 한 반 적정 학생 수를 정해 넘치는 학생 수를 따로 모아 한 반을 더 만들면 좋겠다.

편집실장 학교와 경찰이 연대해 일진 등을 대응한다는 대책도 있는데.

김윤희 어떤 부분에서는 장점일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이 실적으로 올리기 위해 훈방 조치할 작은 문제도 큰 사건으로 비화시켜서 진행한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긴다.
 
최훈민 많은 학교들이 낙인 때문에 학교폭력을 감추거나 덮는 것에 급급하다. 그런 측면을 고려하면 차라리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부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백서윤 경찰은 심한 신체적 폭력만 학교폭력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은 대체로 일진들에 의해서만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경찰은 일진을 잡아야 하고 이들을 예비 조직폭력배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일상적으로 어떻게 피해자를 보호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부분은 해결할 수 없어 한계가 분명하다.

편집실장 특정 사건이 일어났을 때 쉬쉬하는 경향에 대해서는.

김윤희 사안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돈이 걸린 민사적인 사건일 때는 경찰 쪽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백서윤 그런 문제는 경찰이 개입했다. 그리고 형사적인 처벌로 소년법이나 형법이 적용돼 왔다. 그런데 최근 경찰 동원이 새로운 것처럼 느끼고 경찰이 학교폭력을 해결해 주는 것처럼 되면서 경찰력이 증강되는 것은 학교폭력 문제에 이권이 개입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박미자 경찰 위탁보다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지역 교육청이 치유를 해야 할 돌봄시설 등 교육적인 구축을 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함께 공동체를 느끼는 안전망 구축을 모색할 시기다. 경찰력으로 겁주기 형태가 아닌 사회안전망 문화시설, 지역교육청의 역할을 가동시켜야 한다.
 
편집실장 생활기록부에 가해자 조치를 기재하는 등 엄격하게 대처하겠다고도 했다.
 
백서윤 일종의 협박에 불과하다. 생활기록부에 기록될 수 있으니 하지 말라는 얘기다. 학교폭력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우발적, 충동적이어서 앞뒤를 가리지 않는데 이런 식의 처벌 강화가 학교폭력 예방에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준에 따라서 원칙적으로 처벌하는 것이다. 학교에 따라 다른 처벌을 내리는데 그러면 아이들은 운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는 아이들을 진정한 자기반성으로 이끌 수 없다.

최훈민 처벌 강화를 하면 오히려 가해자를 감추게 할 것 같다. 지금도 마찰이 있을 때는 쉬쉬하는데, 기록을 해서 낙인찍기보다는 어떻게 예방할까에 신경을 써야 한다.

백서윤 음성화가 예상된다. 가해학생을 두둔하는 게 아니다. 예방책으로 적합하지 않고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김윤희 같은 생각이다. 우려가 굉장히 많다. 학부모는 두려움에 무엇이든 덮고 싶은 것이다.
 
박미자 성장 과정에 있는 아이들은 잘못한 행동을 깨우치기도 한다. 학교폭력을 일상적인 생활과정에서 들여다보면 피해를 받았던 아이가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낙인은 교육적으로 위험하다. 학생인권을 존중해야 할 교과부가 실적만 세우려고 물불을 안 가리고 있다.

편집실장 교과부 대책에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윤희 실태조사를 하려면 학생 입장에서 객관성을 가지고 조사해야 한다. 좋은 학교 되려고 애쓰는 학교 입장에서 실태조사 결과 볼 때마다 화가 난다. 무책임하다.(한숨)

최훈민 실태조사도 경쟁을 시켰다. 학교폭력 주된 가해자인 교과부가 고개를 숙이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 자리에 안 나왔다.

편집실장 그러면 각자가 모색하는 대안과 실천방안을 말해 달라.

최훈민 대책이 나오고도 학생들이 죽었는데 별다른 이야기나 애도가 없더라. 그래서 학생들과 입장을 발표했다. 당사자가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싶었다.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학생이 주체적으로 만드는 교육을 제시하려고 한다. 희망학교라는 대안학교가 5월 12일 개교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백서윤 학교가 다시 교육기능을 복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목표 가운데 하나가 민주사회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고 학교에서 이것을 경험으로 배워야 한다. 학교와 학원이 다른 것은 공동체와 평화, 우정 등을 배우는 곳이라는 점이다.

학교 현장의 분위기를 바꿔놓는 사람은 교사들이다. 아이들을 가장 가까이서 살펴보면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인정 욕망 속에서 몸부림치지만 평화에 대한 욕구도 있다.

박미자 더 많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겠지만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과정이어야 한다.

 조금 더 폭넓은 만남과 토론의 자리를 만들어 갈 생각이다. 교육의 패러다임을 무한경쟁이 아니라 협력으로 만들겠다. 학교의 특징을 공동체 인간이 중심인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것이 전교조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김윤희 지난해와 올해 교육에 대해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학교교육을 바로 세우는 방법은 무엇인지, 좋은 학교 모델이 무엇인자 고민하고 활동하겠다.

박미자 그러한 모습을 나타낸 곳이 혁신학교라고 본다. 새로운 상상력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편집실장 마지막으로 바람이 있다면?

최훈민 자신의 학교를 희망의 우리학교를 만들자는 운동을 한다. 학생들 의견을 전달해야 하지 않나. 시도 자체가 교육을 바꾸는 시도가 아닐까.

박미자 특임장관실에서 전교조를 찾았을 때 일제고사부터 없애고 와라고 했다. 이런 경쟁교육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자주 만나고 소통하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백서윤 사들에게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 교사 역량을 강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주체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학교폭력을 직접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각자의 자리에서 그것부터 하면 된다. 어느 주체가 됐던 그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윤희 아이들이 좋은 어른들을 본다면 훨씬 더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어른이 먼저 학생들에게 건강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어른의 본보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가 단점보다는, 장점을 먼저 보고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 부모들도 결과만 가지고 평가하지 말아야겠다.

편집실장 많은 얘기를 했지만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새겨듣고 해야 할 일을 느꼈을 것 같다. 선생님들은 성찰하고 실천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 미흡한 자리였지만 좋은 말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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