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짜장주문배달부장이 있는 분회?

인천 부흥고 분회 '모든 분회원이 부장'

짜장주문배달부장, 보충야자교섭부장. 분회신문기획부장, 회계총무행사부장, 분회지도자문부장, 각종서명전담부장, 인천신문배달부장, 참실행사추진부장 등에 이어 상임분회장, 학내교섭분회장, 대외협력분회장 등 분회장이 무려 세명! 이처럼 모든 분회원이 부장 직함을 달고 있는 이 분회는 대체 어디?
 
바로 인천 부흥고 분회이다.
 
지난 17일 오후 5시 분회 활성화 비법을 듣고자 인천 부흥고 분회를 찾았다. "분회원들이 말하길 역할이 모두에게 분담되어 있어서 빼지 않게 되고, 회의에도 꾸준히 나오게 된대요. 다른 분회에도 적극 추천합니다" 정명숙 학내교섭분회장이 싱긋 웃었다. 옆에 있던 진미옥 대회협력분회장도 한마디 거들었다. "처음에 저는 분회장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 무척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그런데 각자가 가진 결대로 역할을 나누어 분회장을 세 명 두고 있다 보니 좀 더 편안하게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서로 의지도 되고, 참 좋은 것 같아요"
 
올해 6년 차, 2006년에 만들어진 부흥고 분회는 현재 15명의 분회원이 함께 하고 있다. 작년에는 분회원이 5명이나 늘었단다. 분회원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비결은 뭘까? 김명순 상임분회장이 답했다. "일단 많이 만나는 게 중요해요. 일상 속에서 우리 분회가 살아있다는 모습을 밖으로 꾸준히 보여주니 이게 곧 분회 활성화로 이어지더라고요"
 
부흥고 분회원은 매달 첫째 주 월요일 점심시간에 정기모임을 갖는다. 이때 가장 바빠지는 사람이 바로 짜장주문배달부장. 옆 학교 분회에서 매주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함께 먹는 것을 보고 중국요리를 시켜먹는 정기모임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일 년에 네 번 있는 시험기간 첫째날 오후에는 항상 소풍을 간다고. 이제 학교에서도 시험기간 첫째날이 전교조 분회 정기소풍인 것을 다 아는 정도란다. 이러한 정기모임 외에 비정기적으로 이뤄지는 분회운영소모임도 있다.
 
부흥고 분회는 작년부터 학교 안에서 강제보충과 야간자율학습을 없애기 위해 교장과 교섭의 형태를 빌려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얼마 전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교직생활 16년차 이정희 인천신문배달부장은 "다른 학교에 있을 때부터 전교조 선생님들과 잘 어울려 다니긴 했는데 이상하게 가입은 선뜻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부흥고에 와서 제가 가장 고민하던 문제가 분회의 힘으로 해결되고 실현되는 모습을 보고 '아! 우리도 할 수 있구나' 하는 희망과 자신감을 얻게 되었어요. 바로 학생도 교사도 모두 괴로운 0교시 보충과 강제자율학습 문제요"라며 분회에 참여하게 된 동기를 밝히기도 했다.
 
부흥고 분회는 분회신문을 꾸준히 발간하고 있기도 하다. 신문이 벌써 9호를 바라본다. 계간지 형태로 발간하고 있는데 모든 분회원이 맡은 역할별로 기사를 하나씩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편집 때마다 기사가 넘쳐 다 담지 못해 고민이라고.
 
인터뷰가 진행되는 2시간 여 동안 분회원들로부터 끊임없이 분회 자랑거리들이 쏟아지는 것을 들으며 분회원들의 분회에 대한 애정을 담뿍 느낄 수 있었다.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힘들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내 편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해요" "본부에서 갖가지 사안이 내려오는데 그때마다 우리 분회 안에서는 의견을 충분히 나누고 어떻게 할지 결정합니다. 말 그대로 풀뿌리 민주주의가 잘 실천되고 있어요" "연령대가 다양해 멘토-멘티 시스템이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습니다"
 
부흥고 분회는 요즘 '분회참실'을 고민하고 있다. 학교 안에서의 교사 자기실천사례를 꾸준히 모아 나중에 비조합원 교사까지 함께 하는 '참교육 고민의 장'을 열어 보고 싶다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을 물었다. 이광국 분회신문기획부장 겸 보충야자교섭부장이 답했다. "어떤 분회는 잘하고 어떤 분회는 잘 못하고, 사실 이런 판단이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해요. 자격지심 가질 것 없이 각 분회마다 학교 상황에 맞는 것을 찾아 뭐든 하기 시작하면 분회 활성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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