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교장회장은 보험사 차리고, 교육청은 홍보해주고…

이상한 학교 보험 사업에 한국손해보험협회 “특혜다”

서울지역 현직 초등학교 교장과 한국초중고교장총연합회(교장연합회) 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인사가 만든 신생 보험업체를 서울시교육청이 이 지역 초중고에 사실상 홍보하고 있어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

이달 4일에 허가받은 보험업체, 서울교육청이 왜 홍보?

서울시교육청이 학교에 안내한 특정 보험업체 가입 설문지.

25일 서울시교육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심 아무개 교장연합회장은 지난 4일 학교와 민간교육기관 보험을 전담하는 업체인 한국교육안전공제회를 경기도 수원시에 만들고 이사장을 맡았다. 이로부터 일주일쯤이 지난 10일쯤 서울시교육청과 강동교육지원청 등 지역교육청은 이 업체의 학교평생교육보험 상품 안내문을 각 학교에 보냈다.

학교평생교육보험은 학교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평생교육을 진행할 때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부터 시도교육청 조례로 의무 가입을 규정한 보험이다. 현재 이 보험은 가장 먼저 서울시교육청이 각 학교에 가입을 지시한 상태며, 경기도교육청 등 다른 교육청도 보험 가입을 의무사항으로 정할 예정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전국 학교의 보험가입액은 수억에서 수십억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동교육지원청은 학교에 보낸 업무메일에서 “최종 보험책정금액은 학교당 1년 209,700이다. 본청(서울시교육청)에서 보험 가입 공문을 받은 후 안내해드린다”면서 “보험 가입사는 한국교육안전공제회, 연락처는 1600-××××”라고 사실상 특정 보험업체 상품 가입을 종용했다.

학교평생교육보험 의무화 초기인 현재에도 2∼3개 손해보험업체가 해당 보험 상품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평생교육보험이 시행 초기라 앞으로 보험사들이 많은 상품을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울시교육청이 교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특정 업체 보험을 안내한 것은 특혜”라고 비판했다.

강동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 담당자가 지역교육청 회의에서 이 업체를 소개했다”고 말했고, 해당 시교육청 담당자는 “학교나 지역교육청에서 문의할 때만 해당 업체에 대한 자료를 보내줬고 일괄적으로 보낸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과 중견관리는 “실무자가 가장 낮은 액수를 제시한 업체를 안내하다보니 특혜 얘기가 나온 것 같다”면서 “교육청은 (교장이 이사장을 맡은) 보험업체와 유착 관계가 전연 아니며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 다음 주중 재검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정 업체의 보험 가입 액수와 전화번호, 보험가입 설문지 등을 학교에 보낸 것은 특혜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심 교장연합회장 “무보수로 봉사차원에서 일하는 것”

서울 한 초등학교 이 아무개 부장교사는 “현직 교장이 보험업체 이사장을 맡는 것도 이상하고 더구나 이 분이 교장연합회 회장이기 때문에 보험 상품 몰아주기가 전국 교장들 차원에서 가능한 것 아니냐”면서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까지 나서 해당 업체만 뽑아 안내한 것은 유착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심 교장연합회장은 “나는 무보수로 비상근 이사장을 맡고 봉사차원으로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청으로부터 겸직 허가까지 받았다”면서 “이 일은 학교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 소신에 따라 진행한 것이지 교장연합회 차원에서 회의를 통해 결정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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