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전북교육청, 시국선언 교사 ‘해임’

해임 취소 판결 이어지는데 전임 교육감 때 징계 수위 그대로 적용

<기사 보강> 29일 오후 6시50분

법원이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내린 교육당국의 해임 징계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북도교육청이 소속 교사 한 명을 해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교조는 “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24일 지난 2009년 시국선언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노병섭 전교조 전 전북지부장을 학교에서 쫓아내고(해임) 2명의 교사를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같은 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시국선언을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만한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드러낸 행위로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노 전 지부장 등은 1심에서 무죄, 항소심에서 각각 5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고 상고했으나 이날 대법원은 기각했다. 지난 달 19일 첫 판결 때와 같은 내용이다.

이번 처분한 징계 수위는 전임 교육감 때인 지난 2009년 12월23일 전북교육청 교육공무원일반징계위원회에서 의결한 것을 그대로 적용했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교육공무원 징계령 등 관계 법령에 의해 징계위원회가 한 번 의결할 내용을 징계의결 요구권자인 교육감이 다시 재심사를 할 수 있는 경우는 교육감이 요구한 징계 수위보다 낮은 수위로 징계위가 의결했을 때 가능하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이 사안의 징계 처분은 최규호 전 전북교육감이 요구한 징계 수위와 징계위 의결이 내용이 같아 재심사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북과 인천, 전남, 부산 등에서 시국선언을 이유로 ‘해임’을 내린 시‧도교육청의 징계 처분을 취소하는 법원의 판결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법원의 첫 유죄 판결이 있은 뒤에도 부산고등법원 제1행정부는 항소심에서 서권석 전교조 전 부산지부장의 해임 처분을 취소한 바 있다. 죄가 있더라도 학교를 쫓겨나야 할 정도의 무게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미 같은 이유로 해임됐다가 법원 판결로 징계가 취소된 2명의 교사가 지난해와 올해 각각 학교로 돌아갔다. 손충모 전교조 대변인은 “해임 징계 취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중징계여서 충격적”이라며 “징계를 단행하기에 앞서 교육적으로 바른 행동이 무엇인지를 주의 깊게 살폈어야 옳다. 교사를 학생과 학교로부터 강제로 격리하는 행위가 양해될 수는 없다”고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노병섭 전 지부장은 “안타깝다. 표현의 자유를 얘기했던 대로 징계 수위에 대해서도 소신 있게 결정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대법원의 판결이 시국선언 정당성을 훼손할 수 없다”면서 “징계 집행하는 전북교육청에 대한 지지철회 여부를 포함한 근본적 신뢰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전교조는 앞으로 징계가 철회될 때까지 소청심사청구와 행정소송, 징계처분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전개키로 했다. 전교조는 징계 유지를 강행할 경우에는 소송에서 발생할 비용 등 국가적 손실에 대한 배상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환 교육감 “교사 시국선언 범죄행위 아니지만”
대법원 판결 뒤 징계 처분 소회 밝혀
이날 징계 처분 지시를 내린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A4용지 3장 분량의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승환 교육감은 “교사의 시국선언이 헌법상의 기본권 보장의 정신, 국제인권규범의 정신에 비춰 볼 때 범죄행위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히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조항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김승환 교육감은 교사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교사를 포함한 국민의 입을 막으면 민주적 공동체의 생명력은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단지 교사라는 이유로 또는 법관이라는 이유로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면 헌법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교육감은 “교육감으로서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유감스럽게도 교육감으로서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한계는 여기까지다”라고 했다.


이어 김 교육감은 “징계처분을 받게 되는 세 분의 선생님들에 대한 교육감으로서 죄송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보호해야 할 교사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아픔을 견디기 어렵다”면서 “아직 1학기 수업이 진행 중인 시점에서 학생들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의 품에서 떼어내야 하는 고통을 감내하기가 어렵다. 교육감은 학생들의 학습권과 정신적 건강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해 줘야 하는데, 그러한 기본책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 하는 것에 대해서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께 정중하게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교과부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빼 놓지 않았다. 김 교육감은 “현행법상 교사에 대한 징계는 해상 시‧도교육청의 교원징계위원회와 교육감의 권한”이라며 “교과부가 교육감들에게 특정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압박하고 그것도 중징계 등 징계의 구체적 수위까지 정하여 강제하는 행위는 명백히 형법상의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육감은 “교사에 대한 관계에서 교과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교사의 권리와 법적 지위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교과부가 과연 이러한 법정신을 유지해 왔는지 겸허하게 지난날을 돌아보기를 바란다”고 충고했다.


김승환 교육감은 그동안 교과부가 이들 교사 3명에 대한 징계 처분을 하라고 직무이행명령을 내리고 검찰이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했는데도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보고 하겠다며 징계처분을 미뤄왔다. 지난 24일 대법원 판결로 징계 처분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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