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일제고사 파행현장] 성적 좋으면 놀이동산, 상금30만원

주5일제 무색한 편법 교육과정 극성 일제고사로 짓밟힌 교육현장

경남의 사천지역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지난달부터 매주 토요일 학교에 등교한다. 학교에 온 학생들은 오전 4교시 수업시간에 시험 문제를 풀고 있다.
 

그동안 제출됐던 일제고사 기출문제다. 문제집은 지역교육청이 학력신장 명목으로 내려 보낸 예산으로 구입했다. 올 3월 시행된 주5일제 수업이 무색한 상황이다. 이 같은 토요 문제풀이 수업은 오는 26일 치러지는 일제고사 바로 전 주 토요일까지 예정돼 있다.
 
이 학교 한 교사는 "일제고사를 대비해 강제로 문제를 푸는 것이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학력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이런 수업을 학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제고사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국의 많은 학교가 이처럼 편법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해 몸살을 앓고 있다.
 
부산의 한 중학교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진행하던 기타와 배드민턴 등 예체능 중심의 동아리 방과후 활동을 중단했다. 일제고사 대상인 3학년 학생들이 화·수·목까지 7교시 강제 자율학습을 하도록 한 탓이다. 동아리 활동은 일제고사가 끝난 뒤 다시 하도록 했다.
 
이 학교 교사는 "일제고사 성적이 학교성과금, 학교평가와 연동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고 아이들이 불만을 표현해도 강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는 오는 11일부터 22일까지 열흘 동안 원하는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국어와 수학, 영어 과목을 매일 정규수업이 끝난 뒤인 오후 3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가르치기로 했다. 7교시를 하는 셈이다. 이 학교는 이를 '학력향상을 위한 6학년 특별교실'로 불렀다.
 
전교조 인천지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인천지역에만 창의·체험시간과 계발활동, 재량수업 시간에 시험문제 풀이를 하는 초등학교가 7곳이었고 예체능 수업을 국·영·수·과·사로 대체한 초등학교가 4곳이나 됐다.
 
또한 인천의 한 중학교는 시험 성적이 오른 학생에게 놀이동산 자유이용권을 주고 또 다른 중학교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한 명도 없는 '시험 우수반'에게 현금 3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성적 결과에 따라 상품권을 지급하겠다는 비교육적인 상황이 여전히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북 포항의 한 초등학교는 '학력인증제'라는 이름으로 6학년 학생들을 세 등급으로 갈라 시험결과에 따라 상품권을 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26일 시행되는 일제고사를 앞두고 학교현장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일제고사 치러졌지만 학생과 학교의 줄 세우기만 강화돼경쟁만 높아졌다 지난해 치러진 일제고사.

시·도교육청이나 교장단이 나서서 일제고사 대비를 부추기기도 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달 중순 일제고사를 대비해 '중학교 양질의 평가문항 활용 안내'라는 공문을 중학교에 내려 보내 모의고사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인천의 한 교육지원청 일제고사 담당 장학사는 각 학교 부장교사와 업무 담당교사를 소집해 진단평가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의 초등 교장들은 충북과 경남 등에서 벌어지는 학교현장의 실태를 A4용지 한 장으로 만들어 학교에 적용하려다가 교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제주의 한 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 역시 오후 7시까지 수업을 하는 것을 모범사례로 소개하며 다른 학교에게 이렇게 지도하라는 사실상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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