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다 잘해도 일제고사 못 보면 꼴찌”...교육장 발언 논란

청주교육청은 해괴한 컨설팅 문서 제작, 옥천교육청은 모의고사만 3번

충북 제천교육청 인터넷 사이트.

충북교육청 산하 제천교육지원청의 김상원 교육장이 “다른 것 아무리 잘 해도 시험(일제고사) 못 보면 꼴찌(최하위)”라고 공식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교육장과 전교조 충북지부에 따르면 김 교육장은 지난 7일 오후 3시 30분쯤, 이 지역 44개의 초중고 교감과 연구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관련 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제천이 (충북교육청이 진행한) 시군교육청 평가에서 꼴등(최하위)을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충북교육청은 ‘일제고사 1등 석탑’을 세워 최근 논란이 됐으며, 제천교육청은 2010년 한 교감이 일제고사 부정행위를 벌여 홍역을 앓은 바 있다.

교감이 일제고사 부정사건 일으킨 교육청에서...

김 교육장은 이어 “교육감께서 이 문제 등으로 (나를) 따로 불러 질책했다”면서 “모든 학교에서 단 한 명의 기초학력미달자라도 만들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날 발언 내용에 대해 김 교육장은 8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꼴등이나 꼴찌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고 ‘최하위’라고 말했다”면서 “교육감께서 나를 불러 얘기한 내용도 학업성취도평가 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를 복합적으로 말하신 것이었고, 7일 인사말에서도 그런 취지로 말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시군교육청 평가에서 (일제고사) 성적이 떨어지니까 제천교육청의 평가가 하위권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기초학력 미달 제로화를 강조한 내 말이 못할 소리는 아니지 않느냐. 이날 시험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감독도 철저히 하라는 말도 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전해들은 제천지역 한 초등학교 A교사는 “지금 제천지역 몇몇 초등학교는 밤 8시까지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를 하고 있다”면서 “교육장이 압박을 하면 할수록 교직원들은 시험 부정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고 아이들은 혹사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지역 한 고등학교 B교사도 “교육장의 이런 발언은 교육과정이 망가지든 말든 시군교육청 평가만 잘 받으려는 것”이라면서 “이미 우리지역에서는 교장과 교감 승진 팁으로 ‘일제고사 성적 올리는 게 최고’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교육청이 만들어 각 초등학교에 돌린 일제고사 컨설팅 점검표.


학력향상 컨설팅? 알고 보니 일제고사 컨설팅

한편, 청주교육지원청은 이른바 ‘일제고사 컨설팅 문서’를 이 지역 초등학교에 돌려 교육청 차원에서 일제고사 대비 행위를 조장한 사실이 8일 확인됐다.

A4 용지 한 장 분량으로 된 이 문서의 제목은 ‘2012 학력향상 컨설팅 결과’. 하지만 제목과 달리 문서의 대부분이 일제고사 대비를 얼마나 잘 하고 있는 지 점검하는 내용으로 짜여 있다.

이 지역 한 초등교사에 따르면 “지난 4월에도 도교육청 장학사가 학교를 방문했을 때 이 문서를 갖고 교장, 교감과 면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옥천교육청의 장학사가 이 지역 중학교에 보낸 비밀 메일.

옥천교육지원청도 이 지역 중학교에 모의고사를 세 차례 치를 것을 지시하는 전자메일을 지난 4월 3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식 공문이 아닌 전자메일을 보낸 까닭은 보안 유지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옥천교육청 박 아무개 장학사는 “일제고사를 대비한 모의고사가 아니라 기초학력 부진학생을 선별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의무적으로 진행하라는 것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기 중 계획하지 않은 모의고사를 치르도록 지시한 것은 교육과정 파괴 행위란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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