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대구교육청 “학교교실 창문 30센티만 열리게 한다”?

전교조 대구지부 조사 착수, 26일에 삼보일배 정진


<기사수정> 15일 12시 10분

지난 2일 대구 수성구에서 한 고교생이 폭력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또 목숨을 버리는 일이 발생하자 대구교육청 누리집에는 현재까지도 대구시교육청과 교육감을 규탄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 게시판에도 13일 “학교교실 창문을 30센티미터만 열리게 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대구교육청이 학교교실 창문이 30센티미터만 열리도록 공사하여 학생 자살을 막겠다고 대책을 내놓았다고 제보하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지난 14일 이 제보와 관련해 지부 차원에서 조사해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전형권 대구지부장은 “이전에도 대구교육청은 학교옥상 출입문으로 학생이 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쇠창살을 달거나 자물쇠를 달라고 지시하여 논란을 산 바 있다”며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대응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교육청 교육시설지원단 관계자는 “학교에서 우연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예방한다는 취지에서 학교별로 의견을 묻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자살방지 대책으로 나온 것이 아니냐 묻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희진 대구 칠성초 교사는 "대규모 인원이 학급에 몰려있어 그렇지 않아도 환기가 되지 않아 아이들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데 창문까지 30센티미터밖에 안 열리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며 "지금까지 대구교육청이 내놓은 학교폭력과 자살예방 대책을 보면 죽음과 폭력에만 집중이 되어 있었다. 대구교육청은 단지 '안 죽도록 하는 것'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생명을 어떻게 빛나게 할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도 26일 일제고사를 앞둔 대구에서는 파행사례가 빗발치고 있다. 6학년 조기등교 실시, 0교시 문제풀이 진행, 모의고사 실시, 1학기 교육과정 조기 이수 등 수능을 앞둔 고등학교에서나 있을법한 파행사례가 초등학교에서 속출하고 있다. 중학교에서도 일제고사 과목에 대한 강제보충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일제고사 때까지만 참아줄 것을 강요하고, 순위가 하위권으로 떨어지는 학교는 교육청 지침에 의해 방학 중 보충수업을 해야 한다며 학생들의 불만을 억누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교조 대구지부는 14일에 일제고사 대비하여 파행을 부추기는 교육청에 대한 경고 및 투쟁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생의 학습선택권을 보장하라는 공문도 교육청에 보내 둔 상태다. 지난 5일에는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참여연대, 아수나로, 인권운동연대 등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대구교육청과 대구교육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경쟁 중심 대구교육의 방향전환을 촉구”하며 “불행한 일이 재발하면 교육감 퇴진을 강력하게 전개할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전 지부장은 “안타까운 일이 생길 때마다 기자들이 전화를 걸어 왜 유독 대구에서만 불행한 일이 연이어 생기는지 묻는다”며 “그때마다 대구의 유별난 교육열, 이제 상반기 지났을 뿐인데 책 2권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학교폭력 공문 등 몇 가지를 꺼내들곤 하지만 딱 이거다 말할 순 없어서 안타깝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전 지부장은 “교사들 스스로도 우리 아이들의 죽음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자주 나눈다”며 26일 일제고사 반대투쟁에 돌입, 스러져간 우리 아이들의 생명을 기억하며 시민사회단체와 삼보일배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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