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이주호 장관이 최고로 꼽은 일제고사 선도학교의 참변

[발굴] 2차례 장관 표창받은 학교에서 무슨일이?


‘어금니바위’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충남 아산시. 이 지역의 ㅇ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일제고사(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앞두고 벌어진 인권유린에 어금니를 깨물지 않을 수 없었다.

교과부장관이 칭찬한 이 학교, 교과부 돈으로 일제고사 보충수업

지난 26일 치른 일제고사 일주일쯤 전인 지난 18일과 19일, 6학년 1반 담임교사는 자기반 25명의 학생들을 초신, 귀족, 평민, 천민, 노예 등 5단계로 갈랐다. 성적에 따라 계급을 매긴 뒤 노예 등급 5명의 학생을 5학년 교실로 보내 망신을 주기도 했다.

6학년 영어전담 교사는 19일, 전체 25명의 학생을 상대로 발바닥 15∼90대를 한꺼번에 때렸다. 모의고사 재시험에 응시하지 않거나 시험 대비용 요점정리집을 갖고 오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지난 27일 오후 이 학교를 직접 방문해 교장과 교감, 해당 교사 2명을 비롯한 교원들을 인터뷰한 결과다.

왜 이 학교는 일제고사를 앞두고 이처럼 무리수를 두었을까? 상식을 벗어난 수단을 사용한 교사들의 문제도 컸지만,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손도 작용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o초가 일제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받은 지난 해 12월 20일 이주호 교과부장관의 표창.

지금으로부터 6개월쯤 전인 지난 해 12월 20일 오후 2시 30분, 경주교육문화회관 거문고홀. ㅇ초 교장이 무대에 올랐다. 이주호 교과부장관 명의의 학력향상형 창의경영학교 우수 표창장을 받기 위해서다. ‘일제고사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게 상을 받은 주된 이유였다. 이 상을 받은 학교는 전국 12000여 개 초충고 가운데 30개교였고, 충남교육청에서는 2개교뿐이었다.

이로부터 10일쯤 뒤인 지난 해 12월 31일 이 학교는 이주호 장관 명의의 상을 하나 더 받는다. ‘전국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 표창장’이다.

2010년 11월 30일 이주호 교과부장관이 칭찬한 o초. 사진은 그 당시 보도자료.

이주호 교과부장관은 2010년 11월 30일 정부종합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문제의 ㅇ초를 특별히 소개했다. ‘(일제고사 결과)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2년 연속 감소했다’는 점을 자랑하면서 그 모범사례로 ㅇ초를 내세운 것이다. 이날 모범사례로 소개된 초등학교는 전국에서 o초를 비롯해 3개교뿐이었다.

올해 o초는 학력향상형 창의경영 선도학교로 활동하고 있다. 일제고사 모범사례를 전국에 퍼뜨리는 모델로 삼기 위한 이 선도학교는 전국에 37개교뿐이다.

그럼 이 학교의 모범사례는 무엇일까? 올해 이 학교는 교과부로부터 3000만 원, 충남교육청으로부터 700만 원 등 모두 3700만 원을 건네받아 올해 3월부터 날마다 6학년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오후 6시 30분까지 일제고사 대비 보충수업을 진행했다. 이 보충수업이 끝난 때는 정확히 일제고사 하루 전인 지난 25일. 27일부터는 보충수업이 싹 사라졌다.

아산지역 한 초등교사는 “ㅇ초가 이주호 장관이 첫손에 꼽은 학력향상 모범학교이니 전국 다른 학교도 발바닥 90대 때리고 성적으로 학생들 ‘노예’ 삼으라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입이 열 개라도 교사들의 잘못을 변명하긴 어렵지만 학생들을 그대로 방치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학교가 학력향상 선도학교라는) 제도적인 압박이 컸다”고 털어놨다.

일제고사 보충수업 학교가 학력향상 모델학교?

아산교육지원청 중견관리도 “일제고사 전에 3일 정도만 모의고사 보면 5점이 올라간다”면서 “그 학교의 이번 잘못도 일제고사 점수를 끌어올려야겠다는 마음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시인했다.

하지만 전교조 아산지회와 평등교육아산학부모연대, 아산농민회 등 9개 단체가 모인 일제고사반대 아산지역공동대책위는 지난 2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아산교육장과 충남교육감의 사과를 촉구했다.

일제고사 폭력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전교조 조합원들.

김지선 전교조 아산지회장(초등교사)은 “일제고사 준비로 일선학교가 광기어린 폭력으로 치달을 때 교육청과 교과부는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면서 “교과부는 일제고사를 위한 돈을 대주고 교육청은 학습 폭력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창의인성교육과 중견관리는 “교과부가 예산을 지원한 학력향상형 창의경영학교는 전국 670개에 이른다”면서 “교과부가 돈을 줬다고 해서 폭력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핑계”라고 반박했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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