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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으로 계급 매겨 노예로 분류, '발바닥 90대'까지
학교 관계자 "학력향상 선도학교 압박 컸다" 토로
'어금니바위'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충남 아산시. 이 지역의 ㅇ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일제고사(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앞두고 어금니를 깨물지 않을 수 없는 인권유린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교과부 돈 3000만원으로 일제고사 보충수업
지난 26일 치러진 일제고사 약 일주일 전인 지난 18일과 19일, 6학년 1반 담임교사는 자기반 25명의 학생들을 초신, 귀족, 평민, 천민, 노예 등 5단계로 갈랐다. 성적에 따라 계급을 매긴 뒤 노예 등급 5명의 학생을 5학년 교실로 보내 망신을 주기도 했다.
6학년 영어전담 교사는 19일, 전체 25명의 학생을 상대로 발바닥 15∼90대를 한꺼번에 때렸다. 모의고사 재시험에 응시하지 않거나 시험 대비용 요점 정리집을 갖고 오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27일 오후 이 학교를 직접 방문해 교장과 교감, 해당 교사 2명을 비롯한 교원들을 인터뷰한 결과다.
왜 이 학교는 일제고사를 앞두고 이처럼 무리수를 두었을까? 상식을 벗어난 수단을 사용한 교사들의 문제도 컸지만,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손도 작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학교는 일제고사 우수지도 등을 이유로 지난해 12월에만 두 차례 이주호 교과부 장관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또한 올해에는 학교향상 모델을 전국 학교에 전파하기 위한 학력향상형 창의경영선도학교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선도학교는 전국 1만 2000여 개 학교 가운데 37개뿐이다.
이 학교 교장실에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준 상패가 놓여 있었다. 하나는 '학력향상형 창의경영학교 표창장'(2011년 12월 20일)이고 또 하나는 '전국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 표창장'(2011년 12월 31일)이다.
이 학교는 교과부로부터 3000만 원, 충남교육청으로부터 700만 원 등 모두 3700만 원을 받아 올해 3월부터 날마다 6학년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오후 6시 30분까지 일제고사 대비 보충수업을 진행했다. 이 보충수업이 끝난 때는 정확히 일제고사 하루 전인 지난 25일. 27일부터는 보충수업이 싹 사라졌다. 이 학교 관계자는 "입이 열 개라도 교사들의 잘못을 변명하긴 어렵지만 학생들을 그대로 방치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 학교가 학력향상 선도학교라는) 제도적인 압박이 컸다"고 털어놨다.
작년 12월에만 2차례 장관 표창
아산교육지원청 중견관리도 "일제고사 전 3일 정도만 모의고사를 보면 5점이 올라간다"면서 "이번 사건은 일제고사 점수를 끌어올려야겠다는 마음 때문에 생긴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하지만 전교조 아산지회와 평등교육아산학부모연대, 아산농민회 등 9개 단체가 모인 일제고사반대 아산지역공동대책위는 2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아산교육장과 충남교육감의 사과를 촉구했다.
김지선 전교조 아산지회장(초등교사)은 "일제고사 준비로 일선 학교가 광기어린 폭력으로 치달을 때 교육청과 교과부는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면서 "교과부는 일제고사를 위한 돈을 대주고 교육청은 학습 폭력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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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교과부 창의인성교육과 중견관리는 "교과부가 예산을 지원한 학력향상형 창의경영학교는 전국 670개에 이른다"면서 "교과부가 돈을 줬다고 해서 폭력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핑계"라고 반박했다.
일제고사가 끝난 지 3일 만인 29일. ㅇ초 6학년 학생들은 정신감정과 집단상담치료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