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종북집단 전교조'란 표현은 명예훼손” 판결

법원 ‘보수단체는 전교조에 4500만원 배상’ 주문

법원이 "전교조를 비난하기 위해 '종북집단',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 교육'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명예훼손"이라고 판결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적단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인격권 침해라고 봤다. 이에 따라 특정 단체들이 무분별하게 전교조를 비난하는 행동에 일정 정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지난 달 21일, 전교조와 전교조 교사 31명이 보수우익 성향의 교육, 시민단체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등의 민사소송에서 이 같이 판결하고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종북집단이나 이적단체라는 표현으로 전교조를 비난하는 행위가 명예훼손이고 인격권 침해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민국 부정 교육? 명예훼손, 이적단체는 인격권 침해 첫 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최근 보수 우익 단체가 전교조를 종북집단, 이적단체로 비난하는 것에 대해 명예훼손, 인격권 침해라고 판결했다. 보수우익 성향의 43개 단체가 구성한 '전교조추방시민단체연합'이 지난 해 4월 서울 성남고 앞에서 '전교조는 참교육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빨간색 선전물을 나눠주는 모습. 최대현 기자

그러면서 재판부는 지난 2009년부터 22차례에 걸쳐 전교조 교사가 소속된 학교 앞에서 ‘김정일이 예뻐하는 주체사상 세뇌하는 종북집단 전교조, 북한에서 월급 받아라’ 등의 글귀와 교사 실명을 적은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한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과 서울자유교원조합, 뉴라이트학부모연합, 교육과학교를위한학부모연합이 전교조에 2000만원, 전교조 교사들에게 2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주체사상 세뇌하는 종북집단 전교조’라는 표현에 대해 “종북집단이라는 평가의 기초가 된 ‘주체사상 세뇌하는’ 부분은 전교조 등이 주체사상을 교육하고 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에 비춰 허위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면서 “이는 국가보안법에 따라 현실적인 수사의 대상이 돼 처벌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반국가, 반사회 세력으로 낙인찍혀 그 사회활동의 폭이 현저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상대방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현저하게 저해시키는 표현으로 전교조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문제의 단체가 만든 ‘학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교육 이슈와 진실’이라는 제목의 책자에서 ‘전교조는 아이들에게 태극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라고 가르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허위 사실을 적시해 전교조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또 문제의 단체가 현수막에 명시한 ‘이적단체 전교조, 615선언 계기수업은 적화통일 세뇌교육이다. 반역세력 전교조를 해체하라’, ‘성폭력을 방조하는 패륜집단 전교조’, ‘전교조는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을 찬양하는 집단이다’라는 표현에 대해 “비속어로 전교조를 조롱하는 내용이고 구체적인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으로 원고들을 비난하고 그 표현 또한 모멸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모멸적 표현으로 인한 인격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보수우익 단체가 전교조 교사의 실명을 적고 “패륜”, “훼방꾼” 등의 표현을 한 것 역시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고 봤다. 그리고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전교조에 가입돼 있는 사실이 밝혀진 것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에 해당하고 노조 가입, 탈퇴의 자유에 관한 개별적 단결권의 침해를 초래하게 되고 나아가 집단적 단결권 침해”라고 명시했다.

교사 자긍심에 상처, 위법행위 예방 필요 손해배상 인정

재판부는 이와 함께 보수우익 단체의 악의적 지속성에 주목하면서 손해배상 액수를 책정했다.

재판부는 “단체들의 계획적이고 지속적인 시위로 인해 전교조와 교사들의 명예와 인격권이 상당한 정도로 훼손되고 침해된 점,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면서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모멸적 표현과 원고들 개인 이름을 명시한 현수막을 학생들에게 게시해 교사로서의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힌 점, 이 같은 위법행위가 앞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배상해야 할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사안을 담당한 조현주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이번 판결에 대해 “근거 없이 악의적으로 반복해 비방하는 종북집단이나 이적단체라는 표현에 대해 위법성을 명시한 판시”라며 “보수단체가 시위를 하면서 근거 없이 비난하는 방식의 표현의 자유에 한계를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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